입력 : 2014.07.22 12:09 | 수정 : 2014.07.22 16:10
전남 순천에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돼 유병언·대균 부자(父子) 수사가 급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변사체는 유씨가 맞다’는 경찰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유씨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변사체 주변에선 다량의 술병이 발견됐고, 수천억 대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마치 노숙자와 같은 ‘겨울 복장’으로 발견된 점 등이 그것이다. 최소 5월 25일까지는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유씨가 단기간에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백골’처럼 된 것도 수사팀이 풀어야 할 미스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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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경찰서 3층에서 우형호 서장이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12일 순천시 서면 한 밭에서 발견된 시신의 지문을 분석한 결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일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유 전 회장 유류품 중 계열사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된 스쿠알렌./뉴시스
◆술 즐기지 않는 유씨…변사체 주변에서 발견된 술병
경찰이 지난달 12일 발견된 변사체를 유씨라고 ‘확신’한 결정적 증거 중 하나는 현장에 널려 있던 물품들이었다. 경찰은 변사체 주변에서 구원파 계열사의 제품인 ‘스쿠알렌’ 빈 통이 발견됐으며, 함께 발견된 가방 안 쪽에는 유씨의 저서 제목인 ‘꿈 같은 사랑’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들 물품과 함께 막걸리 1병, 소주 2병이 빈 채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져 의문이 일고 있다. 유씨는 평소 유기농식품만 먹는 등 음식에 까다롭기로 유명하고, 술은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도 “유병언 전 회장은 평소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었다. 이 대변인은 유씨의 시신 발견 소식에 “변사체 주위에 막걸리 병 등 술병이 많이 놓여 있었다는데 유병언 전 회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변사체는 유병언 전 회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 여름에 겨울 옷… 왜 노숙자 복장을?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발견 당시 두꺼운 겨울 점퍼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거기에 내복까지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무더위가 시작됐던 지난달 12일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걸 감안하면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유씨는 재산 수천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초라한 행색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씨의 핵심 조력자로 지명된 사람도 ‘김엄마’, ‘신엄마’ 등 여러 명이고, 그의 도주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사람도 수십 명인데 유씨가 홀로 시체로 발견된 점도 석연치 않다.
일각에선 유씨가 홀로 배회하다 결국 자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현장에선 어떤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변사체 주변에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는 점은 자살 가능성을 높여주는 단서다. 경찰은 1차 부검결과 사체에 칼자국 등 타살 증후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지명수배)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매실밭 풀 숲에서 숨진채 발견된 가운데 22일 현장에 남아있는 흰 머리카락과 뼛조각. 시신이 발견된 곳은 유병언이 머물렀던 송치재 별장에서 2~3㎞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5월 25일까지 생존해 있던 유씨, 불과 2주만에 ‘백골’로?
‘유씨 사망설’의 또다른 미스터리는 유씨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점이다. 유씨는 최소 5월 25일까지는 살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의 발표로 뒷받침된다. 검찰 수사팀은 과거 유씨가 5월 25일까지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생활해 왔다고 발표하며, 그의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4명을 체포했었다.
그런데 유씨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건 지난달 12일이다. 만약 유씨가 5월 25일 당일 사망했다 치더라도, 불과 18일 만에 멀쩡한 시신이 부패돼 백골 상태까지 됐다는 얘기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도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5월 25일까지 유 전 회장이 살아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찰이 순천에서 지난달 12일 발견한 사체는 이미 상당히 부패된 상태라고 하는데 불과 2주 만에 부패가 그 정도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신이 초여름 야산 매실밭에서 발견된 만큼, 일반적인 경우보다 훼손 및 부패가 빨리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남 순천경찰서는 22일 오전 브리핑에서 “지난달 12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의 대퇴부 뼈에서 채취한 DNA와 오른손에서 채취한 지문을 분석한 결과 유병언 전 회장으로 확인됐다”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타살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유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져 정밀 부검 중이다.
김명지 기자의 산소호흡기
한 달 전부터 나돌았던 유병언 피살설
김명지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maeng@chosun.com
입력 : 2014.07.22 16:07 | 수정 : 2014.07.22 16:08
美 한인 주간지 "유병언 朴 대선캠프에 정치자금 제공, 입 막으려 살해했을 것'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이 22일 밝혔다. 경찰은 DNA 검사와 지문 대조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경찰은 첫 부검 결과 외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6월 13일 사체 발견 당시 유류품에 먹을 것이 거의 없었던 점에 비추어 도피생활에 지쳐 탈진해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유씨의 타살 가능성에 대한 의혹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병언 피살설(說)’은 유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재미교포 주간지와 카카오톡 등 폐쇄형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유병언 감금협박설’과 함께 유포됐다. 권력에 유착한 유병언이 박근혜 대통령 선거 캠프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그와 유착관계에 있는 고위층 여권 인사가 그의 입을 막으려 살해했거나 감금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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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한인 주간지 선데이서울USA의 지난다 19일 6월 셋째주 표지 / 캡쳐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을 대상으로 한 주간지 ‘선데이저널(Sunday Journal)’은 지난 6월 19일 셋째주 판(Vol. 934)에 게재한 ‘구원파 교주 유병언 살해설이 나도는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 씨의 피살설을 상세히 보도했다. 유씨의 도피가 장기화되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사이에 각종 괴담과 소문이 불거지고 있으며, 유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여권 유력인사가 그를 피살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했다. 이 매체는 또 여당이 6·3 지방선거 전에 활용하기 위해 지방선거일 직전에 유병언을 잡으려고 일부러 안 잡고 있었으나,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유씨의 가치가 떨어졌다고도 했다. ‘유병언이 정치권에 돈을 먹여놓아 정치인도 잡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유병언이 잡히면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관련 수사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있으니 일부러 안 잡는다’, ‘검찰 내부에도 유병언 협조자가 있어 일부러 잡지 않는다’는 식의 소문이 인터넷을 타고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더 나아가 “이런 소문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 유씨의 고향이 TK(대구·경북)이며, 이는 5공화국과 맥이 닿아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유씨가 1983년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자신의 경호원을 청와대에 파견한 공로로 ‘공로 감사장’을 받은 전례를 근거로 들면서, 그가 전두환 대통령과 가까웠으며 그 때부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친분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미 한인 여성 사이트인 ‘미시 USA’의 네티즌들은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흐지부지 죽었다고 갈 것 같은 분위기”, “여권 인사가 그를 외국으로 빼돌린 후 죽었다고 은근슬쩍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추측성 글들을 올렸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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