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짓누르면 물건이 사라진다
프랑스 혁명의 주역이자 자코뱅 당의 리더였던 로베스피에르는 굶주린 군중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기상천외한 법안을 발표한다.
이른바 '최고가격제(Law of the Maximum)'였다.
그는 생필품, 특히 아이들의 생명줄인 우유와 밀의 가격을 강제로 반값에 묶어버렸다.
"이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자는 단두대로 보내겠다!"
서민들은 다시 한번 만세를 불렀다. 권력자의 자비로운 서명 한 번에 파리의 모든 아이들이 배불리 우유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우유 가격이 반토막 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젖소를 키우는 농부들이었다.
우유를 팔아 봐야 소 여물값도 안 나오는데, 단두대가 무섭다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적자를 보며 젖을 짤 바보는 없었다.
농부들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리고 아주 합리적이고도 치명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유로 팔면 적자니까, 차라리 젖소를 싹 다 도축해서 고기로 비싸게 팔자."
단 며칠 만에 파리 근교의 젖소들이 씨가 말랐다. 당연히 시장 진열대에서 우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어제까지 반값 우유를 찬양하던 서민들은 빈 통을 들고 거리를 헤맸다.
우유가 귀해지자 필연적으로 '암시장'이 열렸다.
목숨을 걸고 몰래 젖소를 키워 짜낸 소수의 우유는 혁명 전보다 수십 배 비싼 가격표가 붙어 뒷골목에서 은밀하게 거래되었다.
로베스피에르는 당황했다. 건초(여물) 값을 내리면 젖소를 많이 기르고 젖소가 늘어나면 우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자신의 법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대신, 더 강력한 통제를 선택했다.
"건초(여물) 가격도 반값으로 내려라!"
그러자 이번에는 건초를 재배하던 농부들이 밭을 갈아 엎고 건초를 불태워버렸다.
"팔아 봐야 적자인데 왜 농사를 짓겠나?"
경제의 모든 혈관이 연쇄적으로 끊어졌다. 파리 시내는 텅 비었고,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난한 아이들과 서민들은 텅 빈 우유통을 끌어 안고 굶어 죽어갔다.
반면, 돈 많은 귀족들은 암시장에서 수십 배의 웃돈을 주고 우유를 마시며 혁명 정부의 멍청함을 비웃었다.
로베스피에르는 결국 물가를 잡지 못했다. 앙투아네트의 목을 치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그의 혁명은, 오히려 그가 만든 지옥 같은 굶주림에 분노한 군중들에 의해 막을 내렸다.
그리고 1년 뒤, 그 자신 역시 여론 재판에 떠밀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권력자는 법을 만들지만, 인간의 이기심은 언제나 법보다 빠르고 잔혹하다.
가격을 억지로 짓누르면 물건이 사라지고, 돈을 허공에서 찍어내어 뿌리면 화폐는 휴지 조각이 된다.
이것은 중력처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The Law of the Maximum... caused the disappearance of goods from the market. Farmers, unable to cover their costs of production, either hoarded their grain, fed it to their farm animals, or simply produced less."
(최고가격제는... 시장에서 상품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생산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된 농부들은 곡물을 숨기거나 가축에게 먹여버리거나, 아예 생산량을 줄여버렸다.)
<프랑스 대혁명 경제사 연구> 기록 중에 나오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