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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씨가 살아있었다고요?”
마티의 소식을 듣고 놀란 하나가 마리안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하하하, 맞아. 마리안이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마리안이 대답하기 전에 마리안의 뒤에서 한 티탄이 나오며 웃었다. 하나는 여러 상황을 분석해 봤을 때 그 티탄이 마티임을 알았다.
“어떻게 살아남으신 거예요?”
“그래, 이건 아무래도 내가 말해야겠지.”
마리안의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은 마티는 옛 기억을 떠올리듯 잠시 눈동자를 위로 올려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젠장, 다들 버텨.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그래야 우리 가족을 살릴 수 있어.”
마티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죽음들을 베어나가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그의 외침과는 반대로 부하들은 하나둘씩 죽어 나갈 뿐이었다.
“대장, 대장이라도 도망가….”
“제발, 우리 가족들만이라도….”
“포기하지 마, 끝까지 싸워.”
마티의 외침과 달리 마티의 상처 난 팔은 더 이상 칼을 쥐지 못한 채 떨어뜨려 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죽음이 마티에게 달려들었다.
콰직!
죽는 그 순간까지 눈을 감지 말아라. 마티는 자신과 부하들에게 항상 되뇌듯 말해왔기에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까지도 죽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다가오던 죽음을 물어서 두 동강 내버린 거대한 늑대를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늑대는 입 안에 있던 죽음을 씹어 삼킨 후에 그대로 다른 죽음에게 달려들었다.
“마티 씨죠?”
놀란 마티를 향해 한 가면을 쓴 세르니온이 다가왔다. 세르니온은 마티를 일으켜 세우더니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마티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질적인 것이 있었다. 마치 문이 아닌 벽을 억지로 부수듯 공간이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군인들이 나오고 있었다. 분명 왕국의 해군에 밀려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아델라의 왕실 호위군이었다. 왕실 호위군은 찢어진 공간 주위의 죽음들을 죽여나가며 자리를 잡았다.
“빨리 후퇴 명령을 내려주세요.”
세르니온의 말을 들은 마티는 잠시 멍하게 있다 소리쳤다.
“다들, 후퇴, 지금 열린 저기로 도망쳐!”
마티의 목소리를 들은 티탄 병사들은 하나둘씩 도망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병사들은 그 어떤 사냥감보다도 노려지기 쉽다. 그러나 티탄 병사들의 경우에는 달랐다.
콰앙!
땅속에서 거대한 문어발이 나오며 티탄들을 쫓던 죽음들을 으깨버렸다.
“어서 도망가렴.”
찢어진 공간에서 천천히 나오는 여인, 이 피비린내가 나는 전쟁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여인은 이곳이 마치 그녀의 집인 양 편안하게 죽음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는 여인은 왼손으로는 붓을 마치 담뱃대처럼 잡아채,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자, 문어발들이 움직이며 죽음들을 죽여나갔다.
“오셨군요. 아라씨”
아라라는 여인은 세르니온을 보며 썩은 미소를 보였다.
“여기까지 날 불러내다니,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야.”
“당연하죠, 대신 좀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세르니온의 밝은 목소리를 들은 아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은 곧 미소로 바뀌었다.
“신선들도 날 어려워하는데, 넌 참 나에게 쉽게 말하는구나. 그래도 거래는 거래니까.”
아라는 말을 마치며 죽음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라는 날렵하게 움직이며 죽음들을 상대했는데 그 움직임이 마치 한 명의 무희 같았다.
“자 그럼, 저도 좀 밥값은 해야죠.”
세르니온이 손을 들어 올리자, 번개가 치며 그의 손에 한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검이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인 형태로 자루 위에는 보석이 떠있었다. 마티는 난생처음 보는 검을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얼른 가세요, 제가 다른 분들은 챙겨 갈게요.”
세르니온은 마티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더니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쿠구궁!
세르니온이 한번 검을 휘두를 때 땅에는 케이크를 칼로 자르듯 거대한 틈이 생겼다. 그때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려들던 죽음이 처음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세르니온이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자, 이번엔 죽음들 한복판에 다시 한번 거대한 틈이 생겨났다. 곧이어 남자 역시 죽음들의 한복판에 들어갔다. 남자의 왼쪽으로 달려드는 죽음은 왼손으로 머리를 찍어 눌렀다.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죽음은 검을 휘둘러 두 동강 내버렸다. 세르니온은 쉼 없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죽음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나갔다. 세르니온과 아라 둘이 활약하는 동안 티탄 병사들은 무사히 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티탄들이 도망이 끝나가자, 왕실 호위군도 이어서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아라가 말했다.
“이제 저들도 다 도망간 것 같구나. 우리도 그만 들어가지.”
아라는 세르니온을 향해 고갯짓한 뒤 폴짝 뛰어올라 찢어진 공간으로 이동했다.
“가자! 펜리르”
세르니온이 부르자 거대한 늑대는 입에 있는 죽음을 마저 씹더니 세르니온에게 다가갔다. 세르니온은 그대로 펜리르를 타고 공간을 향해 뛰어들었다. 늑대를 따라 죽음이 달려들려 했지만, 공간으로 들어온 늑대는 돌아서서 앞발을 크게 휘두르자, 공간이 사라졌다. 세르니온은 늑대에서 내린 후 마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델라 왕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티는 그 손을 힘껏 잡았다.
“이렇게 만나게 된 거야. 그리고 나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가 다음 날 마리안을 만난 거고.”
“진짜 죽일뻔했지, 완전 걱정이란 걱정은 다 시켜놓고.”
마리안이 째려보는 눈빛을 애써 피하며 마티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면 세르니온은 어떻게 이곳에 있었던 거야?”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군요.”
“당신은?”
“아, 저는 마리나님의 부관 포트입니다.”
포트가 하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하나는 그 손을 살짝 잡았다.
포트는 의자를 빼내 천천히 자리를 잡더니 다리를 살짝 꼬았다.
“지금 마리나님과 세르니온님은 국왕과 이야기 중이십니다. 잠시 시간도 보내셔야 할 테니 제가 세르니온님이 우리와 함께하게 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잠깐 다 좋은데, 뭔가 이상한데? 왜 마리나님과 세르니온님인데 국왕은 국왕이지?”
루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포트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전 강한 사람한테만 존칭을 쓰거든요. 국왕은 약하니까요.”
“그렇군,”
루가 고개를 끄덕이자, 포트는 긍정으로 받아들인 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델라 왕국, 바다와 함께 하는 물의 왕국으로 해군으로 특히 유명한 왕국이다. 평소 바다의 신을 숭배하고 바다 생물과 함께 어울리기에 군사력이 약할 것이란 편견이 있기는 하지만 국왕 직속의 호위군은 다른 국가의 육군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정예군들이며 특히 해군의 경우 대륙 최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아델라 왕국은 강력한 군사력이 있음에도 다른 국가들을 침공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들을 향해 칼을 들이대는 적들을 분쇄하기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칼은 인베이더들을 향해 휘둘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적들은 어디쯤 있는 거지?”
아델라 왕국의 2함대 대장 요트가 부관을 향해 물었다.
“예, 지금 인베이더 군대는 10킬로 정도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렇군, 모두 명심해라, 우리가 먼저 적들에게 다가갈 필요는 없다. 다들 경계를 늦추지 말고 기다리고 있다가 적들이 다가오면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한방 먹여줄 수 있게 기다리도록.”
요트의 말을 들은 건지 인베이더는 한동안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태양이 아델라 왕국을 향해 그 위용을 드러낼 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저 멍청이들은 딱 우리 예상대로 움직인다. 다들 선글라스 장착!”
포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태양 빛의 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발포 준비.”
포트의 말에 함선들은 모두 불을 뿜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발포!”
몰려오는 인베이더군을 향해 함선들의 대포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곧이어 성벽에서도 대포들이 불을 뿜으며 인베이더군을 향해 날아갔다.
쾅! 쾅!
한발 한발 떨어지는 폭탄은 맞은 인베이더를 찢기는 동시에 화약과 함께 폭발했다. 대지는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으며 고약한 화약 냄새와 찢긴 살 냄새, 그리고 피 냄새가 가득했다. 단기간에 집중 포격에 기세가 눌렸는지 인베이더군도 진격을 잠시 멈춘 채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하하, 이 정도로 물러날 셈이었으면 덤비지를 말았어야지.”
요트가 기뻐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인베이더의 함대가 등장했다.
“이야…. 저거 반칙 아니냐? 우리는 물 위에 있을 뿐인데, 자기들은 하늘 위에서 공격하겠다고?”
놀라 말하는 말과 달리 요트는 씨익 웃었다.
“자, 이제 네 차례다 마리나!”
인베이더 함대 근처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만들어졌고 그 균열 속에서 공중을 나는 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델라 왕국의 제1함대 마리나가 이끄는 아르마다였다. 함대는 인베이더 함대를 향해 불을 뿜었다. 갑작스러운 측면의 공격에 인베이더 함대는 당황하는 듯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측면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포격으로 뚫린 구멍을 통해 아델라 군들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함선으로 침투한 병사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함선을 장악하고, 적들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계속해서 발포해!”
기함 이르미나에서 마리나가 소리쳤다. 그리고 공중에서의 틈을 놓치지 않고 요트는 최대한 육지에 있는 인베이더군을 향해 함선을 가깝게 붙인 후 포격을 이어 나갔다. 공중에서 그 모습을 보며 마리나는 옆에 있는 가면을 쓴 세르니온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네 말대로였어. 만약 우리가 원래대로 외부의 인베이더들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였으면 아델라 왕국 자체가 위험해질 뻔했어. 대단하군. 적들의 계획을 오히려 역이용하다니.”
“다행히 잘 먹힌 것 같네요. 그럼, 우선 적들의 머리부터 잡아볼까요?”
세르니온은 기함으로 보이는 함선을 가리켰고 마리나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이르미나와 후방에 있는 함선들은 모두 적의 기함을 함락시킨다!”
마리나의 함대가 인베이더의 기함을 향해 가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공격에 인베이더 함대 사령관은 패닉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아델라의 공중함대는 우리도 파악하고 있었어 그리고 분명히 그녀석들은 우리의 계획 대로 미끼 역할을 하는 우리 군대를 공격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까지 확인되었단 말야. 그런데 왜 우리 옆에 나타난 거야?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사령관이 분노를 담아 내뱉었지만 아무도 답을 주지 못했다.
“하하하, 대단하잖아. 싱거울뻔했는데 재밌겠어.”
사령관 옆에 있던 오르카는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거야?”
화를 내는 사령관을 달래듯 오르카는 사령관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얼굴을 어루만졌다.
“뭐…. 뭐야?”
“진정하라고, 진정해. 이제 곧 놈들이 들이닥칠 거야.”
“뭐?”
쾅!
폭발음과 함께 사령선이 흔들렸다.
“어떻게 된 거야? 상황 보고해!”
“지금 함선 우측에 포격을 당했습니다. 파손 부분으로 아델라 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역시, 당연히 전투에 이기기 위해서는 머리를 잡아야지.”
오르카는 신나게 웃으며 사령관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 미친년이, 날 버리고 어딜 가는 거야? 탈출해야 해, 다들 나와 함께 탈출 정으로 이동한다.”
사령관의 명령에, 사령실에 있던 병사들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폭발음과 싸우는 소리 살려달라는 외침 등이 함선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사령관은 그런 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탈출정에 도달했다.
“이제 됐어, 도망 가면 돼….”
사령관이 탈출정의 문을 여려는 순간 거대한 닻이 날아왔다. 사령관은 자신 옆에 있던 부관을 들어 올렸고 닻은 부관을 뚫어 버린 후 회수되었다. 사령관은 닻이 회수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핏빛으로 빨갛게 물든 마리나가 있었다. 마리나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부관의 시체를 던져버렸다.
“사령관이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가다니.”
“막아!”
사령관의 외침에 부하들이 달려들었다.
방패를 들고 있던 병사는 마리나가 던진 닻을 겨우 막아냈으나 마리나가 그대로 힘을 주어 닻을 회수하는 바람에 균형을 잃었고 그대로 아르마다에 찔렸다. 마리나는 검을 90도로 돌린 후 힘을 주어 오른쪽으로 베어버렸다. 연이어 다른 병사는 마리나의 왼쪽으로 달려들었었다. 그러나 마리나는 왼손의 닻을 들어 올려 막아낸 뒤 병사의 목을 잘라버렸다.
“괴물이야…. 죽어!”
뒤에 있던 병사들은 총을 쏴서 마리나를 막으려 했지만, 마리나는 닻을 휘두르며 총알을 막아냈고 그대로 접근해 병사들을 베어버렸다. 그 후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은 뒤 마리나는 사령관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올리기 시작했다. 홀로 탈출정을 타려던 사령관은 그런 마리나를 보며 저항의 의지도 잊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줘. 제발.”
“사령관이란 자가 부하들을 희생하고 이제는 목숨까지 구걸하다니.”
마리나가 그대로 사령관을 베어버리려 했지만, 뒤에서 총성이 들렸고 마리나는 몸을 급하게 틀었고 총알은 그대로 사령관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ᄌ….”
사령관은 한마디 말도 못 한 채 쓰러져 버렸고 마리나가 쳐다본 곳에는 오르카가 있었다. 오르카는 아쉽다는 듯 한숨을 크게 쉬었다.
“햐, 한 번에 보내버릴 수 있었는데 아깝네. 그런데 너 굉장히 감이 좋네. 재밌겠어!”
오르카는 자신의 허리 옆에 달린 가방에서 지뢰 두 개를 잡아 던졌다. 공중에 띄워진 지뢰에서는 네 개의 발이 튀어나오며 벽을 타고 마리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리나가 달려드는 지뢰들을 상대하고 있는 틈을 타 오르카는 마리나의 지근거리까지 파고들었다.
“끝이야.”
오르카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동시에 마리나가 닻의 사슬을 들어 올렸고 총알은 그대로 튕기며 오르카의 뺨을 스쳤다. 오르카는 재밌다는 듯 발로 마리나를 밀치며 거리를 벌린 후 방아쇠를 당겼고 마리나는 그런 오르카를 닻으로 견제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어느 한쪽도 결정적인 찬스를 잡지 못할 때 오르카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르카가 왼쪽 허벅지에 매단 가방에서 수류탄을 꺼냈고 마리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르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라면 바로 달려들 줄 알았어.”
오르카는 수류탄을 마리나를 향해 던지는 동시에 뒤로 몸을 날리며 네메시스의 방아쇠를 당겼다. 마리나는 총알을 막으려 했지만, 총알은 그대로 마리나의 뒤에 떨어지던 수류탄을 맞췄다. 그리고 수류탄은 보통의 수류탄처럼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냉기를 뿜으며 주위를 얼려갔고 마리나의 닻이 순간적으로 얼리며 마리나의 움직임을 막았다.
“크하하, 이제 끝이야!”
오르카는 움직이지 못하는 마리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네메시스에서 나오는 총알이 마리나의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마리나는 그대로 힘을 줘 얼어붙은 닻을 뜯으면서 얼굴을 비틀었고 총알은 왼쪽 눈동자를 스치며 지나갔다. 마리나는 타는듯한 열기와 고통을 느꼈지만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가며 아르마다를 휘둘렀다. 오르카는 뒤늦게 피하려 했지만, 오르카의 왼쪽 팔을 깔끔하게 잘라버렸다.
“크아악!”
오르카는 비명을 지르며 오른팔로 떨어져 나간 절단면을 부여잡았다. 마리나 역시 왼쪽 눈에서 피를 흘렸지만, 오르카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정신 차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오르카는 다가오는 마리나를 향해 등에 메고 있던 쿠크리를 집어 던졌다. 평소의 마리나라면 큰 무리 없이 피하거나 막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오르카에게는 다행히도 갑작스럽게 왼쪽 눈을 잃어버리며 시야가 차단당한 마리나는 순간적으로 오르카의 움직임을 놓쳤고 쿠크리는 마리나의 사슬에 걸리며 마리나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오르카는 그대로 뛰어들어 탈출정으로 들어갔다. 마리나가 뒤늦게 쫓으려 했지만 이미 탈출정은 함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마리나가 닻을 던져 어떻게든 탈출정을 막으려 할 때 세르니온이 마리나를 잡았다.
“놔.”
마리나가 힘을 주려 했지만, 세르니온은 처음보다 더 강하게 마리나는 잡았다.
“지금 마리나 씨의 상처도 심해요. 그리고 만약에라도 마리나 씨에게 큰일이 나면 이 전황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어요.”
마리나는 한숨을 크게 쉬고는 세르니온과 함께 이르미나로 돌아갔다. 이르미나에서 대기하던 포트는 마리나의 상처를 치료하며 전황을 보고했다.
“지금 지상에서는 함대의 공격으로 지상의 인베이더군은 철수 중입니다. 공중에서는 우리 함대의 공격을 받아 추락한 함선들과 나포된 함선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고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인베이더군의 반격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리나의 왼쪽 눈에 붕대를 동여맨 후 치료를 완료한 포트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니까 제가 뭐라 말했습니까. 대장이 그렇게 무리하면 안 된다고요. 대장이 죽으면 제가 귀찮아지지 않습니까?”
약간의 빈정과 걱정이 섞인 포트의 말을 들으며 마리나는 옅게 웃었다.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가만히 있는 건 내 성에 차지 않아서. 그리고 나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잘해주겠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 더 일할 생각 없습니다.”
“그래, 잘 알지.”
마리나는 포트를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세르니온을 바라보았다.
“적들의 계략에 당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들에게 큰 피해를 주다니. 결과적으로 큰 빚을 졌군.”
“저보단 여러분들이 용감하게 싸워주신 덕분이죠. 그래서 말인데, 제가 말한 것에 대한 대답은 긍정적으로 기대해도 될까요?”
“국왕 폐하께서는 이 일에 대해 나한테 완전히 일임해 놓으셨지. 우리 아델라 왕국은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감사합니다.”
포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뭐야? 여기서 끝이야? 더 없어?”
린이 아쉽다는 듯 말하자 포트는 어깨를 들썩거렸다.
“네, 여기까지가 마리나님께 듣고 제가 본 것들이에요. 그 이후 두 분이 국왕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건 이야기해 주지 않으셨거든요. 다만 이후 마리나님이 직접 군대를 지휘하면서 티탄 왕국과 여러분을 구한 거고요.”
이야기를 다 들은 루가 기재개를 쭉 켰다.
“결국, 중요한 이야기는 녀석에게 직접 들어야 한다는 거겠군.”
“녀석이라면?”
“그건 아마 저를 말하는 거겠죠?”
문이 열리며 세르니온과 마리나가 들어왔다. 루는 세르니온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네가 이야기해 줘야 할 것 같아. 도대체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거고, 네 목적이 무엇인지.”
세르니온은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 표정과 모습은 마치 잘못한 것을 고백하는 사람이었다. 한참을 밍기적 거리던 세르니온은 양손으로 자기 뺨을 찰싹 쳤다.
“그래도, 말씀드려야겠죠. 지금까지 저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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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편은 살짝 애매해서 한번에 업로드 합니다.
다음주에는 드디어 18챕터가 나오는데 다음주는 축제겠죠???
첫댓글
18챕 기대중입니다 ㅎㅎ
드디어 다음주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