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출신, 금융계·재계서 '귀하신 몸'…왜?
금융권 고위직 연대 제치고 3위…재계도 지방대1위
김문수 기자 2013.10.02 08:28:02
4대 금융그룹의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 가운데 영남대 출신이 작년 6월 보다 80% 증가하며 서울대와 고려대 다음으로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학교로 현 정권 들어 동문파워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금융권뿐 아니라 국내 500대 기업의 전문경영인 CEO 중에도 영남대 출신이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 이어 일곱 번째로 많아 현 정권서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4대 금융그룹 산하 44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23일 현재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 118명 가운데 9명이 영남대 출신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영남대 출신 고위 임원이 5명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80%나 증가한 수치다.
44개 금융사의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이 지난해 127명에서 118명으로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영남대 출신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고위 임원 가운데 영남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지난해 6월 3.9%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영남대는 금융사 고위 임원수에서 이른바 'SKY'에 포함되는 연세대(7명)를 추월해 서울대(23명)와 고려대(16명)에 이어 당당하게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지방대와 비교해도 영남대의 입지가 압도적이다. 4대 금융그룹의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을 배출한 10개 지방대 출신은 27명에 불과한데 그 중 3분의 1이 영남대 출신이다. 이어 전남대가 4명, 부산대가 3명, 경남대가 2명에 그쳤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영남대 출신 고위 임원 9명 가운데 6명이 신한금융그룹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신기(58)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김형진(56)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윤혁동(57) 제주은행 부행장, 김근식(55) 신한캐피탈 부사장, 노기환(55) 신한캐피탈 부사장, 권오흠(53) 신한카드 부사장이 영남대 동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 38명 가운데 영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6%에 이른다. 거의 다섯 명에 한 명 꼴로 영남대 출신인 셈이다.
이에 비해 하나금융그룹은 2명, 우리금융그룹이 1명이며 KB금융그룹은 영남대 출신 고위 임원이 없다. 하나금융그룹에서는 추진호(58) 한국외환은행 부행장과 이창희(54) 하나다올신탁 부사장이 영남대 출신이며 우리금융그룹의 이동건(56) 우리은행 부행장도 영남대를 나왔다.
영남대 출신 고위 임원 9명 가운데 3명은 지난해 신규 선임됐다.
윤혁동 제주은행 부행장은 지난해 말 신한은행 인천본부장에서 제주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했고 이신기 부사장도 지난해 말 신한은행 부행장보에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근식 부사장은 지난해 초 황영섭 신한캐피탈 부사장이 사장이 되면서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해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산업 분야는 강한 규제사업이다보니 관(官)의 영향을 받는다"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사의 인사가 바뀌는 것은 외부 영향력에 의해 민간 금융사에도 코드인사가 이뤄지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출신 인사는 국내 500대 기업 전문경영인에도 두루 포진해 있다. 지난 7월15일 기준으로 500대 기업 전문경영인 529명 가운데 영남대 출신은 14명으로 2.9%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대학 가운데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외대에 이어 7번째로 많은 숫자다.
500대 기업 CEO 가운데 영남대 출신 주요 인사들로는 김광재(58)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경제학)과 이시진(58) 한국환경공단 이사장(토목공학)이 대표적이다.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의 경우 올해 5월 말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경기대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에서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김만열(72) 한국철강 부회장(정치학), 하춘수(61) 대구은행 행장 및 DGB금융그룹 회장(경영학), 이채욱(68) CJ대한통운 부회장(법학), 류철곤(62) 희성전자 사장(무역학), 조재홍(62) KDB생명보험 사장(법학), 박진도(66) 대륜 E&S 사장(행정학)도 영남대를 졸업했다.
이밖에 박병주(57) 아이마켓코리아 사장(축산경영학), 강성균(63) 메가마트 사장(상학), 최규성(49) 휴켐스 사장(경영학)도 영남대 출신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당시 TV토론에서 영남대 이사장 퇴임 이후에도 이사 추천에 관여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해 논란을 빚었을 정도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김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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