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camping....아침에 일어나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보기로 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루쩌른에서 거의 2시간 거리이다.
우선 S5번 기차로 Sarnen까지 가고 거기서 343번 버스로 Melchtal stockalp까지 간다. 343번 버스 코스도 거의 예술이다. 상승고도 한 500m는 되는거 같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예술이다.
이제 케이블카와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제부터는 스위스패스로 커버 안되는 구간이다. 스위스 트래블패스 살때 무슨 지도를 같이 주는데. 그거 잘 보관해야한다. 구글맵있다고 버리면 안되요. 거기엔 이 패스로 커버되는 구간, 할인되는 구간, 안되는 구간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구글맵에서 케이블카 정류장은 항상 Talstation과 Bergstation으로 표시되는데 Tal..은 산아래정류장, Berg..는 산 위 정류장을 의미한다.
케이블카가 왕복 15프랑, 셔틀은 편도에 10프랑, 합하면 딱 캠핑장 요금 수준이다. 하지만 캠핑장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개이득이다.
케이블카로 한 1000m 정도 올라가는 것같다. 내가 가는 tannensee호수 주변은 해발 2000m에 위치한 마을이다.보통 100m마다 기온이 0.6도 떨어지니 12도 정도 기온이 낮다는 얘기....
이 케이블카는 관광용이 아니라 , 2000m에 위치한 마을을 연결시켜주는 일반 교통수단이었다. 케이블카가 대중교통인건 첨봤다. 케이블카는 따로 시간있는게 아니라 스키장 곤돌라 처럼 계속 순환하고 있었다.
꼭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플라잉머신을 연상케 한다. ^^
Melchsee-frutt(Bergstation)에 도착하면 이제 셔틀버스를 찾아야 하는데 전파가 약해서 구글맵이 맛이 갔다. 좀 헤매다가 찾았는데...ㅋㅋ 에버랜드에서 많이 보던 놀이기구 기차처럼 생겼다.
그래도 트래킹이라 종점에서 내려서 1km정도를 걸었다. 종점에는 무슨 스키학교가 있다.
캠핑장이 아니라 물부터 여러가지를 준비하다 보니 등짐 무게가 30kg에 육박해서 많이 걷는건 무리다.
젠장, 물은 여기도 있다. 물 무게만 2kg인데...
박지에 도착해보니 트래킹 하던 아저씨 둘이 불피워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긴 트래킹객들의 쉼터로 지어진 쉘터이다.
스위스에서 주변 안내 지도에 아래와 같이 불표시가 되어 있으면 장작과 화로대가 공짜로 제공된다는 뜻이다.
순간, 이건 오지캠핑인가?라는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로 치면 높은 산 올라갈때 가끔 있는 무인 대피소 정도 생각하면 될것 같다. 건물만 덩그러니 있고 한쪽 벽면은 반 정도 오픈되어 있다.
나무는 무제한 쓸 수 있다.
한국에서 이정도 장작이면 10만원어치다..^^ 오늘 다 때고 가리라...
박지는 바로 앞에 호수가 위치한다. 낚시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언덕 넘어에는 이렇게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일단 아침에 해온 밥을 볶아,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간장계란밥을 해 먹었다.
역시 맛있다.
4시쯤 모닥불 앞에서 멍때리고 있는데 제복입은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너 오늘밤 여기서 잘거냐?'고 물어본다. 캠핑용품점 점원은 단속 같은거 없으니 괜찮다고 했는데...젠장...순간 엄청 고민 했다. 그냥 짧게 'yes'라고만 했더니, 오늘 비는 오지만 여기 장작도 많고, 네 장비 정도면 오두막에서 자면 충분하다고 조언해 주고 간다...헐. 뭥미.. 알고보니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였다.
지나가는 트래킹객이 또 너오늘 여기서캠핑할거냐고 물어보다. 그렇다니깐, 오늘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괜찮겠냐고 걱정해준다. 괜찮다고 했지만 순간 쫄았다.
아무래도 밖에 텐트 치는건 바람도 거세니 위험하고 오두막에서 의자 붙이고 자야할 것 같다.
이 이후로 2~3사람 더 말걸어 왔는데 다 비슷한 얘기를 한다. 나도 일기예보 보고 왔는데 분명 1mm정도 잠깐 온다고 했었는데, 보는사람마다 다 폭풍우가 몰아친다 하니...(결과적으로는 현지인들 말이 맞았다. 밤새 50mm정도는 온거 같고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쳤다.)
셔틀이 4시 반이 막차라 5시쯤되니 거의 아무도 없다 낙시꾼 한두명 있었는데 그들도 5시 반이 되니 가고 이제 아무도 없다.
내눈에 보이는 반경 수십km 이내에 이렇게 나 혼자 있어보는 경험을 언제 또 해보랴...
이제 본격적으로 잠잘 세팅 해 놓고.... 여유를 즐긴다.
소시지에 와인을 한잔한다.
꼬챙이 따위는 없다. 장작을 쪼개서 꼬챙이로 쓴다.
소시지 하나먹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시 45분.... 젠장 일기예보보다 15분이나 빨리 비가온다.
스위스나 우리나라나 일기예보는 안맞기는 매 한가지네..
일단 이렇게 판초우의 덮어쓰고 나머지 소시지 하나랑 와인을 마져 마시고 쉘터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나는야 의지의 한국인... 비바람에도 모닥불을 피워놓고 판초우의로 조그만 타프를 만들어 그 안에서 불멍을 때리기로 한다.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칠 때 팩이 아닌 주위 고정물에 타프스트링 고정 시 유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 타푸줄을 묶은 후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장애물을 텐션을 가진 상태로 교차하는 경우 바람에 스트링이 계속 흔들리면서 결국 장애물과 교차던 위치가 끊어지게 된다.
이게 별거 아닌거 같지만, 가족캠핑 갔을 경우 비바람에 타프 밑에서 요리 해 먹고 있는데 타프가 무너지면서 국그릇 밥그릇 다 엎어지고 타프는 버너에 빵꾸나고... 와이프 잔소리에 결국 이혼까지도 갈 수 있는 중대한 일이니 주의해야 한다. 이 모든게 타프줄 하나 잘 못 매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이다.
해튼 , 타프 쳐 놓고 불질을 계속한다. 비는 계속 오락가락 하고 바람은 거세다. 아마 불없으면 체감기온이 -10도는 될거 같다.
따뜻하다... 타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좋다... 장작 타는 소리와 냄새도 좋다.. 특히 이렇게 비바람 몰아치는 거친 환경에서 나만의 조그맣고 아늑한 공간이 있다는게 참 좋다....행복지수 99%는 될 것 같다. 여기서 1% 빠지는 이유는 물 2L 대신 술을 그만큼 가져왔어야 하는데....술이 부족하다...
인생라면도 먹었다. 라면 하나에 계란 2개 넣는 사치를 부려봤다.
백컨트리 침낭커버가 큰 역할을 한거 같다. 텐트 안이라면 별로 상관 없을텐데 이렇게 오픈된 환경에서는 확실히 4~5도는 더 올려주는것 같다.(PPL아님..^^)
시차 적응이 안되는건 아닌데 여기온 후로 매일 새벽 4시 쯤 일어난다. 저녁에 딱히 할일이 없어 8~9시쯤 자닌깐 자연스런 기상이다.
간밤에 폭풍우가 몰아쳤지만, 거의 깨지않고 푹 잤다. 판초우의로 바람막이를 해 놓은게 효과가 컸던거 같다.
잠깐 어제 일들을 정리하고 아침을 준비한다.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김병장 전투식량' ㅋㅋ, 이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이거량 계란 후라이 하나를 해서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원래 아침 대식형 인간이라 이거 두배 정도 먹는다 ^^)
커피도 한잔 했다. 2000고지라 기압이 낮으니 모든 밀봉품들은 저렇게 빵빵해 진다.
어제 저녁 5시 반정도에 낙시꾼들이 다 가더니 아침 5시 반이 되니 낙시꾼들이 모여든다. 참 규칙적이신 분들이다.
짐 정리를 하고 잠깐 할일이 없어 무소유에 대한 명상을 했다. 내가 여기 와서 새로 산 음식들..이미 내 안에 있지만 이제는 다 다시 놓고 가야 한다는...
저 삽이 왜 여기 있는지 아침에야 알았다.
6시 50분이 되니 이제 헤드랜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밝기가 되어 이동을 시작한다.
이렇게 나의 스위스에서의 오지캠핑은 마무리 한다.
첫댓글 zino님..^^;; 사진이 모두 x로 보입니다.;;
왜그럴까요? 어제는 제대로 다 보였는데..진짜그러네요. 오늘 일정 끝난 후에 손 봐야겠네요.ㅜㅜ
잘봤습니다 사진이 안보이는게 많지만 글만봐도 너무 동감하고픈 내용이였습니다
부럽습니다 그리고 저도 꿈을 꿔 봅니다.
zino님..!! 몇 장 빼고 거의 다 정상으로 보입니다.^^
19박 20일 여행..!! 다녀오시면 후기 보겠다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녀오시면 사무실 한번 놀러 오세요,ㅎㅎ
무거운 박배낭에 고생도 되셨겠지만 진정한 자윤여행을 보는 것 같습니다.
멋지네요~^^
저 삽은.. 그 삽.. 인가요?
^^ 네, 그(?) 삽 맞습니다.
내가 가진것을 내려 놓는...무소유의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