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내 이름은 마왕 #8
8 마왕의 장 : 안녕, 나는야 마왕입니다 #4
“흠, 그전에……”
바쁘다며 난리를 지기던 주제에 그 말이 나오자 유카르트의 표정이 미묘해 지더니,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뭐, 뭐야?
부담스럽게? 그 미묘한 웃음은 뭐냐?
그러나 그걸 궁금해 하는 건 나뿐인지, 유카르트의 표정에서 모든 걸 눈치챈 듯 다른 이들의 표정도 미묘해 지는 것이다. 그 미
묘한 시선이 향한 곳은……
“……에?”
내 몸? 내 얼빵한 표정에 유카르트들의 미묘한 표정이 더 굳어지면서, 나도 그 시선을 따라 내 몸을 바라보았……
“……우왓!”
“옷…부터 입고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만.”
“우와아아아아아악! 뭐야? 뭐야 이거! 나 전혀 몰랐어!”
그랬던 것이다! 난! 옷을 벗고서! 크흑- 그것도 팬티도 안 입은 채로 있었던 것이다아아아아아~ 뭐냐! 나 언제부터 이렇게 노
출증 환자가… 게다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단 말이야! 너무 익숙해하고 있었어!
그러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내 중요한 부분(!)을 가리려고 손을 뻗었는데… 왠지 기묘한 감촉이 느껴져.
“……어라?”
다른 네명의 시선도 그 쪽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런것에 신경쓸 타임(time)이 없이 나는 멍하니 굳어져갔다.
“……어라라? 어라라라.”
“에에. 이제야 발견하신 겁니까….”
뭐랄까, 묘하게 동정어린 시선으로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유카르트 일행이었다. 나는 미친듯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 무성이 된다는 뜻이-…!”
“그, 그런겁니다만.”
“뭘 그렇게 놀래?”
내 시야에 약간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죽일놈의 카인 놈도 잡혔지만 내 입은 그에 대한 저주를 뿜어내기보다는,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 미쳤어! 미친거야! 이걸 몰랐다! 이걸! 그래, 뭔가 기묘한 느낌이더랬다! 알에서 튀쳐 나온 내가 발가벗은 알몸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이, 이, 이런- 끔찍한 일이!
“류, 류이… 그렇게 상심하지마.”
착한 치셰르가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난 역시나 패닉 상태. 하루에 몇번이나 패닉상태에 빠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에
서 웃고 있는 카이데를린을 보며 나는 찢어 죽일 듯 소리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대체 하루 몇 번을 싫어~ 와 믿을 수 없어~ 를 외쳐야 속이 풀리는 겁니까, 마족들아?! 정말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날 보며 모
두들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선은 약간의 동정과, 약간의 황당함… 그리고 약간의 찝찝함 마저 담고 있었
다.
아직 한 가지, 끝나지 않은 것이 있어! 하는 시선들이 이번에 향한 곳은 내…
“…이건 또 뭐야.”
등. 불길한 예감이 온 몸을 꾹꾹 찌른다. 안 그래도 벗고 있어서 그런 건가, 갑자기 한기 마저 도는 게…… 공포 영화에서 이런
곳에서 돌아보면 꼭 귀신같은 이상한 게 있더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얻어내는 귀찮은 충고와 교훈을 떠올리며 나
는 천천히 손을 뒤로 뻗었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앗! 이건 뭐야! 뭐냐고!”
미끌 거리는 감촉에 손이 막힘과 동시에 그것을 만지자, 그 것이 내 몸의 일부라도 되는 냥 내 손길을 느끼는 것이다. ……이건
이제 웃기기보다는 화나고, 화나기 보다는 무서워.
눈물을 줄줄줄 흘리는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며 카인이 슬며시 답한 말이다.
“…날개-라고 불리는 물건인데?”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미, 미안.”
“이씨이이이익! 짜증나!”
“…헉.”
내가 머리칼을 쥐어뜯을 듯 잡아당기며 고함을 쳐대자 카인들은 슬며시 내 시선을 피했다. 이건 정말 하늘이 두 쪽 나는 듯한
기분이다. 정신이 몽롱했는데 찬물에 샤워한 느낌이랄까 뭐랄까. 어찌되었건 내가 마족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이재서야 뼈저
리게 실감한 듯. 아니 대체, 나는 걸려도 이런 망할 악마 녀석한테 걸려서 이런 멍청한 계약을 다 한걸까? 미칠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는 때 그런 내 모습을 잠자코 보고 있던 하데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왔
다.
“저기, 있잖아. 후계자씨.”
“뭐야?! 말 걸지 마!”
“…아니,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말라고. 그렇게 싫으면, 집어넣는 게 어때?”
“대체 뭐라는 거야?! 시끄러…… 엉?”
집어넣어? 뭘 집어 너… 허거덩. 황당함에 눈부터 부릅뜨는 날 보며 그 네 마족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했다. 물론 이 무지하기 그지없는 마왕 후계자께서는 알아들을 리 만무했지만.
“날개 말이야, 날개.”
“-날개? 집어넣어?”
“응. 집어넣으라고. 봐 바. 우리도 거추장스러우니깐 갈무리해서 집어넣은 거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저 녀석들은 날개가 없었던 것이다! 천을 둘둘 만 옷차림을 한 녀석들의 뒤에는 악마 주제에 박쥐 날개는커녕 매끈한 등 라인만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치사해. 지금 내가 막 태어나고 어벙하다고 이런 걸로 따돌리는 거야? 지금 내가 알에서 태어나서 옷도 홀딱 벗고 있
다고 니들 맘대로 넷이서 날 희롱하는 거냐구!”
“-허 허걱, 그, 그 무슨 이상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씀을?”
“앙? 그러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
“…….”
“……하- 하하하하? ……어- 어떻게…… 하는… 건데-?”
……. 결코 짧지 않은 침묵이 돌아왔다. 그들의 표정이 엄청나게 심상치 않아 짐을 알아채 도망칠 채비를 채 하기도 전에, 유카
르트의 표정이 가장 심각해지더니 그는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랗게 내 귀에 대고 소리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마왕이~! 마왕의 후계자가 하급 마족들도 갈무리 하는 날개 따위를 어떻게 집어넣는 건지 알지 못한
다는 겁니까?!”
“우캬캬캬캬~ 저- 그 그건 배우지 않은 내 잘못이라긴…”
“잘못입니다! 물론 잘못이라고요!”
후욱후욱. 숨까지 몰아쉬며 그는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어떻게! 정말 어떻게 말입니까아아아! 이거 테스트고 뭐고 정말!”
“저- 저기. 지, 진정을…”
“치셰르도 시끄럽습니다-!”
“크흑!”
찔끔, 마지막 구세주인 치셰르마저도 단칼(?)에 버로우 시켜 버린 유카르트는 활활 타오르는 붉은 눈으로 날 쏘아 보며 선언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정말 죽을 각오를 하십시오!”
“…….”
……나 살아 남을 수 있는 걸까? 삐질삐질 등 뒤를 흥건히 적신 식은땀을 느끼며 내가 슬슬슬 뒤로 물러서려는데, 그런 날 붙잡
는 손길이 있었다. 카인.
“꺄하하하하핫! 다 좋아, 다 좋은 데, 유카르트♥”
“뭡니까?!”
“일단 얘 옷부터 입히자며?”
“…….”
천하의 유카르트도 할 말을 잃었는지 붉어진 얼굴로 카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을 진정 시키고선 날 향해 다시 영업용 스마
일을 지으며 말해오는 것이다.
“자, 그러면 류이님. 이제부터 류이님이 지내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류·이·님? -새로운 방에 가시기 싫으신 건가요? 아니면 바·쁘·시·다는 걸 잊으신 건가요?”
정정하겠다. 저건 역시 악마의 미소다. 후후후후후후, 하는 음침한 웃음을 흘리는 그를 보며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
덕여 보였다.
*
유마르. 정식 명칭은 유마라티나를로스네이라르인 이곳이 내 통치하에 이루어 질 것이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어둠의 끝자락을 들추는… 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마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별 모양의 대륙이라고 한다. 계(界)-라는 한자를
뒤에 붙이고 있는 만큼, 이것은 하나의 세계, 즉 차원으로 대륙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으니 그냥 세상이라고 말해도 되겠지만…
복잡하니 넘어가고. 마족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바로 마왕! 그러므로 마왕성은 별 모양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난 외부는커녕, 내부도 자세히 돌아다닐 세가 없이 빌어먹을 마족들에게 떠밀려 내 방에 들어온 채지만… 이건 정말로.
“우와아 장난 아니게 크네…….”
게다가 화려하기 짝이 없다. 푹신하고도 커다란 침대에 몸을 던지며 나도 모르게 중얼 거린 말이다. 침대 위에는 이 방을 꾸민
이의 취향 -즉 카인 녀석이란 말이다- 을 알리는 수십개의 인형들이 놓여 있었지만 난 그걸 구경하기도 전에 다른 가구들로 시
선을 돌려야 했다.
“진짜 없는 게 없다……”
원래 내가 살던 고아원 방에 비하면 천국이 따로 없다. 아니아니, 마족들이 사는 곳인데 천국이라고 표현하면 무례한 축에 속
하려나. 하하하? 난 괜히 무안함을 느끼며 '내 방'을 둘러보았다.
아까 내가 태어난(?) 그 곳이 바로 카인의 ‘방’이었고, 그 방을 바로 마주보는 곳에 있는 ‘방’이 내 방이었다. 그래봐야 복도의
거리가 몇 백 키로미터요, 방도 ‘방’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쩝. 지구와는 환경 자체가 다른 곳인데, 방은 원래 크게 쓰나보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교 운동장만한 방이라니… 역시 이상한곳에 돈을 처바르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이런 돈을 모아서 못
사는 녀석들을 좀 도와주면 덧나나? 역시 마족이라는 녀석들은….
나중에 안 사실이긴 하지만, 내 방 크기는 그냥 마족들이 쓰는 것보다도 큰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마왕의 후계잔데, 한
국식 표현이라면 대통령 아들- 아니, 후계자인감?-인 셈이고 하니 이래저래 대우를 받는 것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나는
마족들에 대해 구시렁구시렁 열심히 씹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그런 속사정을 알리 없던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내게 주어진 옷가지를 집어 들던 나는 그 옷을 보고선 또
다시 경악에 찬 신음을 흘려야 했다.
“우으- 뭐야 이거… 이건 대체 어떻게 입으라는 거냐?”
확실히 어이까지 사라져버리는 옷이었다. ……잊지 말아줘, 카인씨. 만약 당신이 정말 내 아버지같은게 되고 싶다면 잊지 말아
달라고. 나… 한국인이야. 무슨 뜻이냐고?
…그랬다. 그 옷은… 그니깐 표현하자면 그리스 인들이 입는 천을 둘둘 말은 듯한 옷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깐, 옷가지라는 건
결국 커다란 천 하나만 떡하니 입으라고 갖다 줬다는 거다. 난 그걸 들고선 망연자실해 했다.
“이, 이렇게 생긴 옷 같은 거 입어 봤을 것 같은 거냐?! 흑흑흑!”
“그렇게 심각하게 생긴 옷은 아닙니다만.”
“헉! …뭐야!”
“후후후후. 그거 비싼 천이라고요.”
반사적으로 빙글 돌은 나는 문에 기대어선 유카르트를 보고선 '에엑 너냐' 하며 고함을 치려던 것을 멈췄다. 반가운 마음에 한
달음에 달려가 그의 곁에 선 나는 그를 향해 헤벌쭉 웃어 보였다.
“뭐야, 바쁘다며? 언제 왔어?”
“크, 크흠. 그나저나 옷이나 입자니깐요.”
“아앗!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다! …이게 다 네 녀석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그래!”
“…그 무슨 누명을……”
궁시렁 대는 녀석이 있었지만 못들은 척 하며 천을 몸에 두르는데 아무리 해도 모르겠다. 낑낑 대는 날 보던 유카르트가 성큼
성큼 다가와서 내 몸에 천을 둘러주며 웃어 보였다. 정말 웃는 거 하나는 예쁜 녀석ㅇ……
“아까 말했던 테스트는 기대하고 계신가 봐요? 후후후?”
정정하겠다. 난 이 녀석 웃는 거 싫다.
“-으음. 있잖아, 유카르트. 테스트… 그거 어떻게 볼건데? 저, 유카르트가 직접 보는 거야?”
“예? 아뇨? 그럴리가요. 저 이래봬도 바쁜 몸입니다만?”
대번에 정색하며 유카르트가 내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며 덧붙였다. 옷 주름이 멋있게 나오는 것을 의식하는 듯 조심스럽게 옷
을 만지는게…… 의외로 이런 거 잘하는 타입이셨군요, 당신. 의외로 공처가가 될 만한 녀석이다.
“흐음. 아무래도 새로운 마왕 후계자께서도 태어나셨고… 마계공작 자리가 여간 해먹을 만한 건 아니어서 말예요.”
“그러면 다른 사람- 이 아니라, 마족들은 날 봐 줄 시간이 있을 만큼 널널하다는 거야?”
이왕이면 카인보다는 치셰르라거나, 하데스가… 아니, 역시 그 셋중에서는 치셰르가 가장 잘 봐줄 것 같은데… 하하하.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달리 내가 어색하게 웃는 것을 보고선 따라 웃으며 유카르트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치셰르도 바쁘고 하데스도 바쁩니다. 물론 마왕이신 카이데를린님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아, 그래? 음, 그러면 나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수다를 떨다보니 잊어 먹었네요…… 일단, 소개를 시켜드릴 분이 있습니다.”
내 질문에 이 질문이 나오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준비해 온 듯한 동작으로 멋지게 옷자락을 휘날린 그가 씽긋 웃어 보였
다. 그리고 그가 가르킨 곳은……
“……뭐야, 태어났다던 그 마왕님이 이런 꼬맹이야?”
내 등 뒤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뒤에선 상당히 거만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꼬맹이?~ 발끈 하며 빙글 뒤를 돌아 그 목소리에 주인에게 쏘아 붙이려던 나는 순간 놀라 멈춰 서야 했다. 스르르, 열린
문 사이로 몸을 들어낸 이는……
“!!”
첫댓글 최고예요.댓글늦게올려서 죄송해요 ㅠㅠ
;ㅁ; 오오. 댓글 하나하나 달아주시는 센스에 감격했어요. 다시 오셨으면 그만이죠!!'ㅁ'
오늘도 잘 보고 가요, 원래 토요일에는 올라오는 거 잘 없던데. 전 플러스 알파로(?) 감격했어요, 크흐흑.
크흐흑;ㅁ; 기다려주시는 푸시나님 때문에 전 힘이 나요나요.. 사실 전 토요일 저녁을 노리는 녀석이라죠;<<< 오늘 저녁에 2편 정도 더 올리겠습니다, 아잣!<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것이 바로 절단마공!<<
방금 1편부터 다 보고 왔어요! :D 악악 왜케 타이밍이 절묘한건지..........설마 인간계에서 알던 사람은 아니겠죠;<ㅈㅅ
그거야 말씀드릴 수 없지요(두둥)!
이녀석들이 간지패션탬을 탁 걸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거야 =_=b 천쪼가리 하나보단 캐쥬얼이..ㄷㄷ
아뇨아뇨! 천 쪼가리 하나는 벗기기 쉽....<<<< 죄송합니다. 작가는 이런 녀석입니다.;;;;;;
재미있게 보고 가요~~^^
감사해요~
역시 오늘도 재미있네여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누굴지!!!!!!!!
누궁? ㅇㅅㅇ?
아아아 너무웃겨 ㅋㅋㅋ
....... 설마 무성이라는게 가슴은 뿅에다가 거.. 밑에는... 남자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