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나의 구원이 땅끝까지 다다르도록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주님의 종’의 둘째 노래).>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9,1-6
1 섬들아, 내 말을 들어라.
먼 곳에 사는 민족들아, 귀를 기울여라.
주님께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
2 그분께서 내 입을 날카로운 칼처럼 만드시고,
당신의 손 그늘에 나를 숨겨 주셨다.
나를 날카로운 화살처럼 만드시어, 당신의 화살 통 속에 감추셨다.
3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4 그러나 나는 말하였다. “나는 쓸데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 버렸다.
그러나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나의 하느님께 있다.”
5 이제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분께서는 야곱을 당신께 돌아오게 하시고,
이스라엘이 당신께 모여들게 하시려고,
나를 모태에서부터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다.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
6 그분께서 말씀하신다.
“네가 나의 종이 되어, 야곱의 지파들을 다시 일으키고,
이스라엘의 생존자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의 구원이 땅끝까지 다다르도록,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 너는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21ㄴ-33.36-38
그때에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신 예수님께서는
21 마음이 산란하시어 드러내 놓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2 제자들은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23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였다.
24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쭈어 보게 하였다.
25 그 제자가 예수님께 더 다가가,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26 예수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빵을 적신 다음 그것을 들어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
27 유다가 그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28 식탁에 함께 앉은 이들은 예수님께서
그에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랐다.
29 어떤 이들은 유다가 돈주머니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예수님께서 그에게 축제에 필요한 것을
사라고 하셨거나, 또는 가난한 이들에게
무엇을 주라고 말씀하신 것이려니 생각하였다.
30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31 유다가 나간 뒤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
32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이제 곧 그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33 얘들아,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잠시뿐이다.
너희는 나를 찾을 터인데,
내가 유다인들에게 말한 것처럼 이제 너희에게도 말한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36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내가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37 베드로가 다시 “주님, 어찌하여 지금은 주님을 따라갈 수 없습니까?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 하자,
38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이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산란하시어”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견고한 신념으로 죽음을 향하여 걸어가시는
예수님을 이토록 ‘산란하게’ 한 것은
“너희 가운데”에서 일어난 ‘배신’이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함께 대의를 이룩하여 온
밀접한 관계가 그저 허술한 기만에 지나지
않았음을 들키는 자리, 그들이 지켜 온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외면되는 자리가 배신입니다.
오늘 복음은 유다와 베드로를 대조시킴으로써
배신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유다는 예수님을 죽이려는 고위층의 계략을 알고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유다가 “하려는 일”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 계획을 “어서 하여라.”라는 준엄한 말씀에
유다는 밖으로 나가 자신의 계획을 구체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배신도 알고 계셨습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라고
선언한 그였지만, 예수님께서는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사실 예수님을 배신하지 않은 사도는
“사랑하시는 제자”(요한 19,26)뿐이었습니다.
그 말고는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있던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가 유다와 달랐던 점은 배신의 현장에
계시는 예수님과 시선이 마주쳤다는 점입니다(루카 22,61 참조).
배신의 순간을 지켜보고 계시는 예수님과
시선이 마주치는가 그렇지 못하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님과 시선이 마주친 뒤 베드로가 흘린 눈물은,
다시 진실을 깨달은 구원의 눈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신 그 자체보다,
배신하는 순간조차 예수님의 시선을 외면하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고통스러워하십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둠이고 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이야기합니다.
‘유다는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
-출처 매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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