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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부의 死活이 걸려있는데 아무리 '정치 초짜'라도 이런 판단을 했다는 게 놀랍다. 무엇보다 오래 알아왔던 상사의 부인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이다. 이는 한동훈의 인성(人性)과 관계되는 대목이다.한동훈이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대국민 사과 의향' 문자를 뭉갰다는 논란이 일자, 한동훈 후보는 '김 여사가 사과 의향이 아니라 사과가 어렵다는 이유를 보내왔다'고 반박했다.
김 여사가 문자를 보내온 타이밍도 한 후보가 1월 18일 명품백 수수 관련해 '국민 눈높이론(명품백 사과)'을 공개 언급한 다음날(!9일)이었고, 그 내용 안에는 "왜 사과를 안 하는 게 좋은지 이런저런 사정을 대고 있어 답하지 않았다"는 게 한 후보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한동훈 후보 해명에 대한 진실공방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고,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가 조만간 공개될 것 같다. 김 여사나 한 후보 둘 다 그 원본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한동훈이 김건희 문자메시지 내용을 왜곡했다면 당 대표 후보에서 낙마할 수밖에 없고, 김 여사가 그때 '사과가 어렵다'는 문자를 보냈다면 '비호감' 김 여사는 물론이고 윤 대통령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 사안을 첫 보도한 CBS에 따르면, 김 여사가 한동훈에게 보낸 문자는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한동훈이 김 여사의 사과 의향 문자를 뭉개버리면서 명품백 논란이 계속 확산돼 총선 참패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후보는 5일 KBS에 출연해 "세간에 알려진 해당 문자 내용은 재구성된 것이고 실제로는 ‘사과를 하기 어려운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같은 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사과하고 싶다는 표현도 있지만, 왜 사과를 하는 것이 안 좋은지에 대한 사유를 쭉 늘어놓은 부분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김 여사가) 사과하려고 했는데 제가 받아주지 않았다는 건 정말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그 사과(문자)를 안 받아줘서 사과를 안 했다는 게 가능한 구도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것은 사적인 방식이지 않느냐"며 "비대위원장과 영부인 사이에 그런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답신을 했어도 오해와 분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며 "답을 드리지 않는 게 더 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또 "문자가 있었던 만 하루 정도 지난 다음에 제가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며 "대통령실에서는 저의 '사과 요구' 입장에 대해 반대한 것 아니냐. 그런 맥락을 감안하면 제가 '김 여사 사과를 막았다'는 건 너무 무리한 얘기, 정반대의 얘기"라고 주장했다.
한동훈의 주장대로, 한동훈이 김 여사의 문자를 뭉개자 이틀 뒤(21일) 이관섭 비서실장이 찾아와 '그 자리(비대위원장)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윤 대통령이 의중이 전달됐다. 이는 한동훈에게 문자를 '읽씹'당한 김 여사가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이 사실을 알게된 윤 대통령이 '격노'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SNS에서 "(김 여사가) 5번이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당의 결정에 따르고, 천번이고 만번이고 사과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며 "사적 방식이란 변명으로 5번의 '읽씹'(읽고 씹음)을 물타기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한동훈에게 '다섯번'이나 문자를 보냈는데도 모두 무시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한 후보는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지만, 대통령실에 '사과' 요구를 했다 해도 사과 당사자는 김건희 여사다.
자신의 문제가 선거판 이슈가 된 대통령 부인이 어렵게 문자를 보내왔는데 이를 '사적 방식'이라며 씹어버린' 한동훈의 캐릭터는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총선을 책임 진 입장에서 '안 만나주겠다'는 김 여사를 찾아가서라도 상의하고 설득하는 게 정상이다. 더욱이 영부인은 '사인(私人)' 이 아니다. 이를 '사적 방식'으로 치부하고 뭉개버린 것은 납득이 안 되는 심리 구조다.
총선 승부의 사활이 걸려있는데 아무리 '정치 초짜'라도 이런 판단을 했다는 게 놀랍다. 무엇보다 오래 알아왔던 상사의 부인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이다. 이는 한동훈의 인성(人性)과 관계되는 대목이다.
한동훈은 검사장 시절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나 카톡을 주고받은 시시콜콜한 내용이 폭로된 바 있다. 그때는 그게 '공적 방식'이어서 상사 부인과 그렇게 한 것인가. 머리는 좋을지 모르나 유아적인 아이를 보는 것 같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