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같은 세상, 절망이 무르익어야 희망은 현실이 된다
*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 ‘별’(Les étoiles)이 수록된 소설집 ‘풍차 방앗간 편지’(Lettres de mon moulin) 표지.
“아가씨는 날이 밝아 하늘의 별들이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내게 가만히 기대고 있었습니다. 가슴은 두근거렸지만 나는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주는 별의 보호를 받으며 아가씨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별들이 양 떼처럼 조용한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지요. 나는 생각했습니다. 저 별들 가운데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 위에서 잠든 것이라고.” - 알퐁스 도데 ‘별’ 중에서
많은 사람이 절망하고 분노하며 발만 동동 구른 1년이었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법조, 교육, 문화 등 세상은 이미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주의화했다. 부동산 세금 폭탄, 청년 부채율 상승, 1가구 1주택법 발의, 거리 두기 3단계 검토, 5인 이상 모임 금지, 이웃 신고 급증. 뉴스 제목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가 1869년 출간한 ‘풍차 방앗간 편지’에 실린 짧은 소설 ‘별’은 몇 주가 지나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볼 수 없는 산골짜기에서 양을 치는 외로운 목동의 사랑 이야기다. 아름다운 스테파네트는 산에 올라왔다가 폭우를 만나고, 계곡물이 불어 마을로 돌아가지 못한다. 별이 총총 빛나는 밤, 방울 소리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아가씨는 목동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잠든다.
“이런 데서 살고 있군요. 어머나, 가여워라.” 아가씨가 안타까워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목동에게, 남몰래 사랑하는 주인집 딸은 밤하늘 별만큼이나 머나먼 사람이다. 그런데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이 기적을 일으켰을까. 뜻밖에도 목동은 평생 간직할 아름다운 별밤을 선물받는다.
희망은 척박한 대지에서 싹이 트고 별빛은 한겨울 허허벌판, 짙은 어둠 속에서 가장 맑게 반짝인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먼 별조차 우리의 몸과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달을 때 별은 곧 내가 되고 당신이 된다. 새해는 깊은 어둠을 깨우는 샛별 같은 날들로 채워지기를. 해가 저물고서야 별이 빛나듯, 절망이 무르익고서야 희망은 현실이 되리니.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글: 김규나(소설가), 사진: 이영일(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 청량대운도, 야송 이원좌 野松 李元侳 Lee, Won Jwa, 길이 46m 높이 6.5m, 군립청송야송미술관
◆ 최종태 조각가의『산다는 것 그린다는 것』
첫댓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봉산님
작가 '알풍스 도데' 를 잘 모르지만 오늘 들풀님의 이 글을 읽고 책을 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은 척박한 대지위에서 싹튼다' '절망이 무르익고서야 희망은 현실이 된다'는 구절은 지금 우리가 처한 질곡에서도 희망을 잃지말라는 멧세지 같아 진한 감동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