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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못할 게 없는 시대다. 이제는 사진을 원하는 만화풍으로 변환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유행 중인 ‘지브리 이미지 변환’ 트렌드는 AI가 단순한 계산기나 검색 도우미를 넘어, 감성과 창의성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기술의 확장은 교육 영역에서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 암기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표현력을 요구하는 지금 과연 AI는 영어 교육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첫째, AI는 번역 기술의 진화를 통해 영어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전엔 네이버 번역기나 파파고가 단어나 짧은 문장을 번역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 생성형 AI는 맥락 전체를 고려해 번역해낸다. ChatGPT는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어색한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고, DeepL은 학술 논문처럼 구조가 복잡한 글도 문맥을 반영해 매끄럽게 옮긴다. 이처럼 문장 속 의미를 ‘이해’하고 번역하는 AI는 문장의 흐름과 뉘앙스를 학습하는 데 중요한 도구이다.
둘째, AI는 맞춤형 교육의 실현에도 기여하고 있다. 영어 수업에서 교사가 직면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학습자의 수준 차이다. 같은 교과서를 두고 수업을 진행해도 학생마다 이해도가 다르고 학습 속도도 제각각이다. 이럴 때 AI 학습 플랫폼은 각자의 수준과 진도를 반영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다. 교실 안에서 모두에게 동일한 수업을 제공하는 대신, 각자의 속도를 고려한 학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셋째, AI는 영어 교육에서 발음 교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읽기와 쓰기에 편중됐던 한국 영어 교육은 말하기와 듣기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 소통에서 발음과 억양은 핵심 요소다. AI는 원어민 음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학습자의 발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어색한 부분을 교정해준다. 반복 청취를 넘어, 피드백 기반의 능동적 학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영어교육학에서 말하는 ‘결정적 시기 가설’에 따르면 2세에서 사춘기까지는 언어 습득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이 시기에 AI를 활용한 발음 교정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말하기 능력의 장기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실생활 영어 회화 능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교과서 속 표현은 실전에서 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은 살아 있는 언어를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영어 회화 앱’은 사용자의 말하기 수준을 분석해 문맥에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추천해준다. 학생은 챗봇과의 대화를 반복하며 문법, 어휘, 표현 모두를 유기적으로 익힐 수 있다. 단순히 ‘외우는 영어’가 아닌, ‘활용하는 영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필자는 수행평가를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ChatGPT 사용을 허용했던 적이 있다. 빠른 정보 확보로 학생들의 자료 조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긍정적이었지만, 일부 학생들은 스스로 사고하기보다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평가 가이드 라인에 학생들이 얻어야 할 정보를 명확히 제시했고, 학생들은 그에 맞는 질문을 스스로 구성하며 더 효과적으로 ChatGPT를 활용할 수 있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 아이디어 중심 수업’을 강조한다. 교사가 교과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은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며 배우는 수업이다. AI 시대의 교육도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AI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질문이 있는 수업’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배우고, AI를 활용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촉진자여야 한다. 좋은 질문이 있는 교실 속에서, AI는 영어교육의 오래된 숙제를 풀어줄 가장 현실적인 해답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