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양심에 털이 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심에 가책을 받아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양심'과 '가책' 입니다.
'양심'은 한자로 '良心'이라 씁니다.
직역하면 '좋은 마음'이 됩니다만
제 스스로 뭔가 찔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로는 선뜻 와 닿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야기(夜氣)'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체의 바깥 사물이 잠든 깊은 밤중이나 새벽의 기운을 이르는 말'로
'이 때에 생기는 전혀 잡념이 없는 순수한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로 맹자가 한 말입니다.
맹자의 <고자(告子)> 상권 '牛山章'에
"밤부터 아침까지 사물과 접촉하기 이전에는
아무리 불선(不善)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양심(良心)의 발현(發現)이 있는 것이라"며
'야기(夜氣)'를 설명한 데에서 유래합니다.
조선 영조 때 영의정이었던 이천보(李天輔)는 장헌세자(사도세자)를 많이 도왔는데
장헌세자의 평양원유사건으로 말썽이 일자
보필을 잘 못했다는 양심의 가책으로 독약을 먹고 자살해버립니다.
이듬해 장헌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게 되는데
이천보의 가책이 원인제공이 되어 일어난 일인지도 모르는 사건입니다.
주로 '양심의 가책'이라는 관형적으로 쓰이는 '가책'이라는 말은
한자로 '呵責'이라 씁니다.
각각 '꾸짖을 가', 꾸짖을 책'이므로 문자적으로는 '꾸짖다'가 본뜻입니다.
석가모니의 제자 중에 '지혜'와 '노자나'라는 두 비구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싸우기를 몹시 좋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싸움을 부추기기를 좋아했답니다.
보다 못한 다른 제자들이 이를 석가모니에게 일러바치자
석가모니는 제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이 둘을 몹시 꾸짖은 후
잘못을 꾸짖는 방법과 잘못에 상응하는 벌칙을 정합니다.
'꾸짖다'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아바사다나(Avasadana)'인데
이를 번역한 말이 ‘가책(呵責)’입니다.
불가에서 수행중 지켜야 할 계율을 정해 놓은 것을 '율장(律藏)'이라 하는데
이를 어긴 벌을 ‘가책(呵責)’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가책(呵責)’은 타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스스로 ‘가책(呵責)’하기도 하였던 것이죠.
그래서 ‘가책(呵責)’이란 말이 '자책(自責)'의 뜻으로 쓰이면서 일반적으로 자리잡은 말입니다.
우리는 올해 안타까운 죽음을 여러번 목격했고, 낯두꺼운 변명도 여러번 듣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저 안타까움으로 그분들의 명복을 빌고 있지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이들 때문에 혀를 찹니다.
그저 오늘도 보람있는 일들로 하룻길 채우시면서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명복을 빌어주고
얼굴 두꺼운 이들이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기를 빌어보자구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