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지도학생제도가 생긴 이후로 해마다 한명씩 나에게 신입생이 배당되더니
정년 마지막 몇년간은 이도 없어졌으나 학생들 스스로 한명씩은 뽑는다.
때에 따라서는 한 해에 두명도 들어오고.
대부분은 어디서 무얼하는 지는 알고 있으나 연락도 되지 않은 친구가 몇있어 이는
의협 사무국에서 알아보아야 겠다.
오늘 출석상태가 약간 불량하다.
한창 이 친구들이 바쁠때 인턴하랴, 전공의 당직하랴, 외국학회 참석하랴 등등으로.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여학생이 나오질 않아 확인 전화를 시키니
애들 키우느라 의사 그만두고 집에 있단다.
다른 제자는 곧 있을 내과에서 여는 기념식에 온다고 전갈,
목포에서 개업하는 다른 제자는 선물을 보내어 왔다.
맨처음 학생들과 등산을 간 기억이 난다.
우이동에서 만나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기로 하였는데
이름을 밝히기는 뭣하나 충청도 시골출신,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본 것이 몇층짜리 고등학교 교실이었다고.
백운대에 올라가서 한참을 기다려도 뒤따라 오던 학생이 보이질 않는다.
나중에 얼굴이 하얘서 올라온 이 학생이 마지막 구간,
한쪽으로는 바위이고 다른 쪽은 절벽인 구간을 오르면서 무서워 혼이 났다 한다.
그 후 한번은 도봉산을 오르는데 회룡역에서 만나기로 한 인턴하는 제자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질 않아서 늦게 나타난 이 제자가 근무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 새벽에 나오다 내려야 할 회룡역을 잠자다 놓치고,
다시 전철을 타고 오다가 또 자다 놓쳐서 다시 한번 바꾸어 타고 오느라고 그랬다는데
이는 고된 인턴생활을 겪어본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사항이었다.
하여튼 나의 지도학생들은 술과 등산이 필수과목이다.
용산병원 옆의 생맥주집에서는 테이블에서 맥주를 따라 마시다
10,000cc가 넘으면 온 실내에 종이 울리는 그 시절 유행하는 술집형태에서 앉아서 마셨다 하면 종을 울렸었고,
지금은 없어진 숙대옆 비어 서커스에서는 일인당 큰 피쳐 하나씩은 마셨고,
병원앞 가마솥 손두부에서는 내가 가져간 양주를 즐겨 마셨다.
이집은 대방동으로 이사갔으나 아직도 나의 단골이다.
그 후로는 나의 단골 옥토버 훼스트이다.
일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한장.
등산은 참 많이도 갔다.
내 앞자리에서 등산을 기억하는 학생이 우리 좋은 술로 정상주를 했잖아요.
그렇다. 발렌타인 30년 짜리, 죠니워커 블루 등.
학생들과 같이 마시는데 아까운 술이 있으랴!
드디어 도착한 옥녀봉에서 찍은 단체사진.
시간이 일러 천천히 들어가니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여기에서 '오당'이란 중아의대에서 통하는 말로 지도학생이란 이야기이다.
술은 맥주로 시작을 하여 내가 가지고 간 로열살루트 한병이 뚝딱들어간 뒤
특별히 담근 동동주로 다시 시작을 한다.
왼쪽의 제자가
몇년전 청계산 산행에서 쉬다가 벌이 입가에 붙어 쩔쩔매는 걸 찍은 사진.
자기는 어릴 때부터 벌을 무지하게 무서워하였는데 하필이면 그 학생한테 벌이 붙을 줄이야.
가운데 여학생이 오늘 행사의 총책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가 많다.
사적인 일은 잘 묻지 않으나 요즈음 사업은 잘되고 있냐? 하고 물었더니
한 학생은 번창, 한 학생은 일단 접고 다른 걸 물색?
나의 장기는 남의 기억하기 싫은 걸 잘 기억하는 것.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정식 발령을 준비하는 소아과 전임의
낮에 은사의 외손녀 결혼식에서 넥타이를 매어서 이렇게 편한 자리에서는 그냥 티 셔츠 바람이다.
은사의 외손녀 결혼식?
이 은사는 전에 한번 올린 적이 있는 선친의 대학동기이자 당신 아들이 나의 제자이고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호상을 하였고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장지까지 다녀왔었고
일년 후 추모식에도 참석을 하였으니 나와는 사제의 관계를 떠난 가까운 사이였다.
그럼 이집 딸 셋 모두 결혼할때 내가 함을 샀었고
더구나 오늘 혼주인 둘째는 나의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매일 마지막에 나타난 학생이라 독사진이다.
물론 오늘 각종 안주는 신선로 등 푸짐하나 이건 안보이던 안주이다.
특별히 마련한 문어 숙회이다.
이것도 모양이 약간 달라졌다.
메로 구이도 솜씨를 부려 구워왔고.
여러가지 찬으로 식사가 나왔다.
이어 준비한 케이크를 두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합창한다.
어때 나와 닮았나요?
흐뭇한 표정의 나.
또 준비한 감사패는
이렇게 제자들의 이름까지 들어 가 있다.
오늘 참석한 학생들과 기념 촬영.
집에 돌아와 선물을 풀어보니 좋은 다기세트이다.
행사를 준비한 지도학생들과 참석한 학생들 고마워요.
첫댓글 꿈보단 해몽이 좋다는 말도 있지만 실물도 좋지만 그림이 아주 잘 빠졌다.
일생 간직헤도 좋을 패라는 생각이다. 요즘 젊은이들 치고 아주 기특한데 용장 밑에에 약졸 없으며 병사를 알기 원한다면 장수를 보라고 했다. 장수가 훌륭하니 병졸도 훌륭한 것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동창들 같이 보입니다. 다양한 기수가 참석한 모임 같이... 좋으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