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의 마법적인 사랑
지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러브 액츄얼리였다.
5가지 사랑이…
(총리의 사랑, 중년의 불륜, 친구의 여자친구를 사랑, 게이의 사랑,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랑)
소원을 빌기만 하면 왠지 이루어질 것 같다는 마법의 느낌을 주는 크리스마스라는 시기와 연결 되고 …
그 결과,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기적이 이루어질 것 같은 충만한 느낌과 축제를 만끽하는 듯한 흥겨움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좋은 음악들(=Love is all you need,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Christmas is all around, etc…)과
로맨틱한 고백신(=카드 넘기기 프로포즈, 포르투갈 식당 프로포즈 등),
그리고 유럽의 멋진 풍경들은 보너스다.
적어도 나에게 러브 액츄얼리는 영국 최고의 극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리차드 커티스(=Richard Curtis)가 각본에 감독까지 했던 3개의 작품들(=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락 앤 롤 보트 (=The Boat That Rocked, 2009), 러브 액츄얼리)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다.
비포 3부작의 현실적인 사랑
그런데, 나도 이제 나이를 들어가는 것인가?
구름 위를 걷는 듯한(=음… 마치 관광을 하는듯한) 사랑의 마법 같은 매력도 좋지만,
두 다리로 실제 땅을 걸으며 현실을 체험하는(=음… 마치 여행하는듯한) 사랑의 현실적인 매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작품이 연인의 사랑을 (관광이 아닌) 체험을 하게 만드는 비포 3부작(=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이 아닌가 싶다.
러브 액츄얼리와 비포 3부작을 마법적인과 현실적인이란 단어로 대비를 시켰는데,
여기에서 내가 주목하는 비포 3부작의 사랑의 현실성은 2가지 이다.
1. 사랑과 시간의 흐름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기대수명 80세 vs. 하루 24시간’ 을 설명한 부분이 있다. (즉, 1시간이 3.3년쯤)
그 대비에 따르면, 우리가 회사에서 일하는 업무시간인 아침 9시 ~ 오후 6시는 실제 인생에서 직장을 잡고 은퇴를 하는 30세 ~ 60세와 맞물린다. (즉, 아침 9시 이전은 출근 준비 또는 사회 진출 준비, 아침 9시 ~ 오후 6시는 회사 또는 사회 생활, 오후 6시 이후는 퇴근 또는 은퇴 생활)
비포 3부작을 규정짓는 일출(=sunrise), 일몰(=sunset), 자정(=midnight)은 ‘사랑의 진행과정 vs. 하루를 나누는 3개의 시간관념’ 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사랑의 시작은 연애, 사랑의 약속은 결혼, 반려자로써의 동행은 결혼생활)
그래서,
비포 선라이즈 에서는 사랑의 시작 을 보여주고,
비포 선셋 에서는 결혼으로의 전이과정 을,
비포 미드나잇 에서는 결혼생활 을 보여준다.
23살의 두 주인공 이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의 사랑의 설레임,
32살의 두 주인공 이 보여주는 프랑스 파리에서의 인연으로의 확신,
41살의 부부 가 보여주는 그리스에서의 이혼까지도 도달할듯한 서로의 바닥까지 내려가보는 부부싸움…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들이...
20대, 30대, 40대라는 나이대와
연애, 결혼, 결혼생활이라는 사랑의 시간적 흐름을 거치면서 겪는
사랑의 현실적인 모습이 아니던가!!!
2. 사랑과 대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물론, 남녀 주인공에 해당하는 에단 호크(=Ethan Hawke)와 줄리 델피(=Julie Delpy)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진정한 주인공으로 그 둘이 주고받는 대사들 을 주목하고 싶다.
영화의 전체적인 의도 는 결국 감독의 의중 에 담겨있지 않던가?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을 모두 맡은 리차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도 역시나 이 작품들에서...
두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관념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거의 모든 상영시간(=Running time)은 ‘두 주인공의 대화’에 할애되어 있다.
보통의 로맨틱코미디는 수많은 우연과 이벤트 등에 초점을 맞추며, 현실과 환상을 오고 가며 우연과 필연이 얽히고 설키는 인연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비포 3부작 은 두 주인공의 가장 중요한 교감 요소로 대화 를 다룬다.
( 오죽하면 '만담 커플 영화' 라고 할까;;; )
두 주인공은
비포 선라이즈 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경으로 100분간 을 떠든다.
그 둘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보내는 하루는 처음 만난 사이지만 끊김 없이 자연스럽고, 그 어떤 오래된 연인보다 풍요롭다.
오죽하면, 영화 중반에 가서야 ‘우리 아직도 이것은 서로 안 물어봤네? 지금 사귀는 사람 있니?’ 라는 대사가 나온다.
참 상징적인 장면인데...
두 주인공이 서로의 인연을 찾는 요소로 얼마나 끌림이라는 감정적 요소와 대화의 공감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포 선셋 에서는 80분이라는 시간으로 프랑스 파리에서의 하루도 아닌 단지 몇 시간 을 다룬다.
영화에서 배경의 중요도는 더 떨어지고, 둘의 대화에 조금 더 긴 시간을 할애하는 롱숏(=Long Shot) 촬영이 더 늘어난다.
비포 미드나잇 에서는 자동차 드라이브 장면에서 20분을 넘게 떠든다.
호텔에서의 부부싸움도 만만치 않은 롱숏이다.
이런 대화 중심의 롱숏 촬영 기법 은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연인이 교류하는 감정을 관광이 아닌 체험 을 하게 만든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연인관계에 있는 친구에게 우리가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무엇일까?
아마도, '둘이 잘 통하니?' 일 것이다.
잘 통한다는 의미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취미, 취향, 관심사, 종교 등… 정서적 유사성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 정서적 유사성이 가장 잘 표현되는 정도가 '둘이 얼마나 대화가 잘 통하느냐?' 가 아닐까?
둘은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좋은 것은 공유하며,
싫은 것은 해소하고 풀어내며 해결한다.
나는 비포 3부작에 나온 두 주인공처럼 대화가 잘 통하는 커플을 본 적이 없다.
두 주인공의 아이들에게 모닝콜이란...
두 사람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아닐까 상상도 해본다.
비포 3부작에서 다루는 두 주인공을 ‘잘 통하니?’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비포 3부작은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지...
어떤 사랑을 하면 좋을지...
한번쯤 생각해 볼 좋은 기회를 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첫댓글 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타큐멘터리 ㅎㅎ 이상과 현실의 그 어디쯤?
진짜로 뭔가 사랑에 대한 기록영화 같기도... ㅋㅋ
ㅠㅠ....파티끝나면 비포3부작 몰아보는걸로.... ㅠㅠ
저는 둘의 대화에 많이 공감하며, 둘의 교감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 좋았는데... 제시와 셀린 커플이 사슴님에게도 그런 커플로 남으면 좋겠네요! ㅎㅎ
언제 한 번 노체에서 프로젝트로 쏴서, 영화감상 벙개를 하는 것도 좋겠네요! 리뷰를 보고나서 감상하는 영화는 또 다른 느낌이겠죠?
비긴어게인은 OST부터 듣고 영화를 봤는데, "이 음악이 이런 분위기에 쓰였구나... 적절히 잘 사용된것 같은데?" 같은 평을 내리면서 감상하니 또 하나의 재미가 있더군요~ 제가 쓴 글도 개인의 감상에 방해는 되지 않으면서, 영화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더해주는 리뷰였으면 하네요! ㅎㅎ
전 비포선라이즈를 제일좋아해요. 비포선라이즈에서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너나 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어.
이 세상에 매직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안에 존재할 거야.
-여주 셀린느 말한게인상깊었어요. 사실 이영화가 현실적이라 하지만 현실적이지못한게많다느겼어요...구성이나 연출은 그러해도..현실과의 괴리란ㅜ
으앙 ...글구 에단호크 눈빛이 숨멎....저런 눈빛가진 사람이 또 있으려나 아직은 20대초반이 가지는 한계인지는몰라도.. 비포나잇은...봤을때는 흥미롭기도했고 저러케 나의 사랑이, 결혼생활이되었으면하지만 현실에서듣는얘기란...
저 대사 정말 신선했어요! ^^
( 누군가 또는 무엇 안이 아닌, 그 사이에 있다니... ㅎㅎ )
저는 비포 3부작의 현실성으로 주제의식과 촬영기법에 주목했어요~
철저하게 '둘의 대화' 를 '롱숏' 으로...
( 솔직히, 낯선 사람으로부터 기차에서 도중에 내릴만큼 강한 끌림을 느낀다는게 얼마나 현실적일지; )
비포 선라이즈에서 23살의 청춘을 연기했던 에단 호크는 정말 너무 멋있지요~
( 선셋과 미드나잇으로 가면서는 세월의 무상함이; ㅜ.ㅜ 그래도 멋있지만요~ ㅎㅎ )
끌림, 연애, 결혼, 결혼생활 등을 철저하게 대화에 주목해서 체험을 하게 해주는것...
이것이 비포3부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보네요!!!
@Ted Choi 영화를 보고나서인지 아니면 원래 제안에 그런 열망이있는것인지...기차를 탈때마다(대한민국안이지만) 저런 상황이 있을수있을까..상상인지 망상인지..ㅋㅋ하곤하지만 현실은...
끌림이 오래지속된다는게 정말 매력이죠ㅎㅎ
@다영 리차드 링클레이터도 처음부터 3부작을 고안했던것 아니였다고 하네요~ ( 아래 링크 참조 )
http://durl.me/7i7kck
그리고, 비포 시리즈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말...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액션이나 자극적 드라마나 폭력같은건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그냥 평범한 드라마였을뿐이다."
"타인과 진정으로 교감한다는것이 어떤것인가를 스크린에 담고싶어했다."
마지막으로, 한 평론가가 리차드 링클레이터를 평했던 말 중에 공감가는 것...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에서 대화는 곧 플롯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Ted Choi 이런거 다찾아보시는거에요??
저도 바로 현실이 드라마라고 생각해요.ㅎㅎ
@다영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재미있네요~ ㅎㅎ
기차에서 내리는건 몰라도, 말통하는 사람은 분명히 찾을수 있을거에요!
@Ted Choi 누구신지모르겠지만ㅎㅎ
시에스타두 놀로오세요
@다영 살사 시작한지 몇 개월 안 되어 아직 초보라는 핑계를 대며, 다른 동호회 놀러가는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네요; 타 동호회 놀러가도 민폐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놀러가 볼게요! ㅎㅎ
@다영 이제내면되요ㅎㅎ저도 민폐끼치려 7.8월을 노체에서..ㅎ
@다영 네~ 초급은 좀 벗어난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시에스타도 놀러갈게요! ㅎㅎ
진짜 몰아보기를 해야겠네요~
신행 다녀와서~~~^^
비포 선라이즈는 23세의 첫만남, 비포 선셋은 32세의 두번째 만남에서 결혼으로...
비포 미드나잇은 수년간의 결혼생활한 커플의 이야기가...
이제 곧 신혼생활을 시작할 졸리님은...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보며 연애시절을 반추하고, 비포 미드나잇을 보며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그려보면 좋을것 같네요! (^^)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