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계란 것이 이렇더군요. 한동안 이것만 있으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란
기대에 한여름 구슬땀을 흘려가며 100여일 간에 걸쳐 CNC를 만들었지 않았습니까?
처음엔 과연 잘 동작해 주려는지 기대반 우려반의 눈으로지켜보며 새가슴이었는데,
그 후로 이것 저것 테스트를 거치면서 지금은 한결 여유있는 손길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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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의 기계들은 전에는 손으로 기능을 구사하던 에서 벗어나 모든 공정을 컴퓨터에서 미리 하잖습니까? 그리하여 요즘은 밖에 있는 시간보다 집안에서 컴과 시름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어떤 작업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적당하고 또 어떤 형태를 작업시키려면 또 다른 프로그램의 구현방법이 효율적이다 – 이런것을 알아내기 까지만 하여도 한참의 시간을 쏟아 붇게 만들더군요. 마치 예전에 컴퓨터시대가 도래하니 종이도 없어지고 일도 훨씬 편해질 것이란 환상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다시 컴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뇌양지기는 쇠퇴했는데 젊었을 때보다 엄청 복잡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습득해야 하는 슬픈 현실속에 갇혀 버렸단 것이지요. 매일 수시간씩 학습을 하는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취업하려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팔려는 생각도 없는데 이거 취목치곤 너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반발심에 요즘은 조금씩 한눈도 팔고 있습니다. 그동안 밀렸던 미드(지정생존자, 빌리언스)도 정주행으로 보고 유튜브에서 한일간의 갈등도 보는데 이건 괜히 봤을까요? 울화가 치밀어 없던 스트레스성 가슴두근거림이 생겼지 뭡니까. 에잇 기분전환용으로 핀터레스트나 보자...
먼저 그동안 숙원이던 스파이럴 작업을 해보았답니다. 목선반을 수동적으로 이용하여 능숙한 손놀림으로 깎아내는 것을 장면을 무수히 보아왔지만 역시 나의 마이너스의 손은 이미 CNC를 만들기만 하면 될 것이란 꼬드김에 이미 넘어간 것이라고 보아집니다. 이런 스파이럴 작업은 비트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의 형태를 구사할 수 있더군요.
그런데!!!
저기에 Taper(경사)를 주면 저렇게 쉽게 깎을 수 없더라고요. 조각하듯이 작업하면 구현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엄청걸리지요. 지금도 이 문제로 머리를 쥐어뜯는 중입니다^^
이건 또 뭐 흔히 보이는 난간동자 또는 테이블 다리로 쓰이는 형태이지요? 다음에 Cabriole다리를 깎아보기 전에 한번 해보는 겁니다. 남은 구조목으로 연습하는 거지요. 처음해보는 것은 항상 가슴설레고 살떨리고 그래요. 그러니 비싼 나무로 목적없는 작업을 하지 않고 이렇게 연습해 보는 겁니다.
이거 역시 누구한테 잘 보일려고 만든겁니다. 공부삼아서양각작업으로 밀대를 만든거랍니다. 전에 만들어 준 것은 즈그집에 갖다놓고 새로 만들어 달라는 청탁에 짐짓 정성들여 여러 동물들을 모아 만들어 주었는데...
“모야아~ 아기상어가 없잖아~~”
또르르ㅡ 구석으로 굴러가버림...
이건 꼭 해봐야해 – Inlay(상감)
저기 사람모양으로 그려진 주인공은 Scorch Works 라는 회사의 로고인데 F-Engrave라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쓰게 해주더군요. 그걸로 저렇게 작업해보았습니다. 이건 싸구려 나무로 작업할 수 없어서 퍼플하트에 화이트애쉬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석상자 같은 것에 뚜껑으로 쓸 예정이지만 쳐박아 두면 찾니라고 고생할 것 같아서 우선 저렇게 CNC에 장식했답니다. 저걸 또 언제 떼어서 쓸지는 저도 모르죠...
저번에 퇴짜맞은 롤링핀이 마음에 걸려서 재작업했답니다. 이번에는 음각으로 파서 애들 노는 진흙같은 것에 찍을 수 있게 만들었지요. 잘구르게 관통시키고 손잡이도 채우고요.
“여기 있지롱~~”
“으앙~~ 아기상어가 아니고 아빠상어잖아~~~”
“컥!”
또 이런 것도 있데요? IP WEBCAM이라고 버리지 않았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집안에서 CNC가 잘 돌고 있는지 확인하려고요. 공짜 앱이더군요. 아래것 깎는데 13시간 넘어 걸렸답니다. 밤새 잘 돌아갔는데 저는 밤새 잘 못잤지요.
역시 잘 나와 주어서 고마웠더랍니다. 다음에 좋은 나무로 깎아서 커피드로퍼 같은거 만들 때 지지대로 쓰면 어떨까 생각만 보았습니다. 한번 만들어 보고나면 늘 다음으로 넘어가는 냉엄한 사고습관 때문이지요.
아.. 그리고 이거 동물모양 그릇인데요. 밀대 던진 녀석의 호감을 사기위해 불철주야 연구해서 만든 것이네요. 오호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지며 좋아하데요.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지가 좋아하는 토끼라서 그렇지요... 그 외에도 자잘한 것들도 만들었지만 다음에 소개할랍니다. 흔히 쓰는 문구로 “지면관계상 줄입니다”
첫댓글 손자 손녀 재미
우리땐 모다들 그렇지않우~? ^^
전화 상으로 몇 시간 떠들고는 "나머지는 다음에 만나서 얘기해~~" 하는 듯
큰 지면 할애했구만 지면 관계상이라니.. ㅋㅋ
저 우게 뽀얀 나무 가루가 자꾸만 눈에 밟히네용~~
오우~~! 아주 예리하게 심리를 간파하시네요?
생각났는데... 우리 언제 전화했었던가요?ㅎㅎㅎ
@미스티(서봉옥) 집진기능이 있는데 지금은 테스트중이라 열어놓고 지켜보니라 그래요.
그런데 답글 달다보니 자정이 넘었넹... 긋나잇~!
뇌양지기! 멋진 말이당.나도 써먹어야지. ㅋㅋ전문가의 일을 이리 재밌게 쓰다니. 울 백마님 곧 유투버 인끼 스타되실듯한 예감이옵니다.박막례 얼마번지알우?ㅋ
유튜버로 활동하믄 얼굴팔려서 안된다네요. 여전한 경계심? 온리 땅바닥친구들만 허용함^^
아무리 생각해도 백마님은 천재임이 확실함~^^
에고~~ 무슨 지녀스? 뇌파의 간헐적 균열로 인한 틈새일 뿐이라오.
@빛가람마 뇌양지기의 과포화로 인한 균열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지녀스이네요~~~^^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