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예서가 자퇴를 결심했을 때 인터넷의 엄마들은 궁금했다.
'송신(공부의 신)'이 자퇴했다고 성울대를 못 가겠나?'
누군가의 질문에 답변들이 꼬리를 물었다.
'검정고시 만점에 수능 만점이면 정시로(서울대 의대도) 간다',
'시험에 최적화된 예서는 자퇴를 한들 불리할 게 없다' 등.
엄마들이 결국 입을 모은 대목.
'수십억원 들인 내신 코디 비용이 아까울 뿐 이지 서울대 인기 학과를 골라 잡아 간다'였다.
엄마들이 예서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 근거가 있다.
자퇴하겠다는 예서가 제 손으로 짜서 보여준 '홈스쿨 일과표'는 찬란(?)했으니까,
고득점 학습법을 온몸으로 꿰둟고 있는 예서에게 검정고시는 땅 짚고 헤엄치기,
온갖 신경 다 써야 하는 학생부 관리에 손을 떼고 수능에만 올인하면 바늘 구멍 정시인들
거침없이 뚫을 것이기에.
새 학년을 맞는 고등학교 교실이 어수선해질 때다.
교실 분위기만이 아니다.
1,2학년 때 내신성적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은 심란하기 짝이 없다.
중상위권이라면 한번쯤 자퇴 고민을 해보는 때가 이즈음이다.
내신 1,2 등급을 따지 못했다면 어차피 상위권 대학의 수시 전형에 지원할 길이 막혔다.
그런 마당에 학생부의 온갖 기록들을 관리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1,2점에 피 마르는 등급 전쟁을 벌여야 하는 중간.기말 고사, 밤잠을 안 자도 해결하기 힘든
전 과목 수행평가, 자율 동아리, 봉사활동, 독서, 소논문, 교내 수상 관리까지.
수능 정시로 입시를 결정하면 크고 작은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공들여야 하는 학생부 요지경 장치들에서 해방할 수가 있다.
수시 전형 80% 시대에 자퇴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자리잡은 중이다.
내신과 학샹부 관리를 놓치면 손써 볼 도리가 없으니 바늘 구멍 정시라도 뜷으려고 해마다 자퇴생이 늘어난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자사고를 진학하면서 처음부터 자퇴를 각오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적지 않다.
현실적인 계산이 빠르고 실행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자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판이다.
입시전문 업체가 지난해 서울 지역 고교 자퇴 현황을 분석했더니
강남,서초, 송파구 등 교육특구에서 학업 중단자 수가 두드러졌다.
'내신을 망쳤어도 부모 뒷바라지가 안 되는 아이는 끝까지 학교를 견뎌야 하는 현실'이라는 댓글의 자조가 서글프다.
'이제 마음잡고 공부해야지.'
패자 부활이 봉쇄된 학종 시대에 유물이 된 말이다.
이런 꿈을 꾸는 '바보'는 없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수시 전형이 공교육을 시들게 하는 역설적 현실이다. 황수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