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사람 혹은 한번 쯤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오늘 내가 만나러 가는 이는 아마 그 사람들 중 하나인 거 같다
어 ! 여긴 신길역인데 어디로 가야 돼?
"언니! 비가 그치는 것 같으니까 동인천으로 가지말고 인천까지 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의 아침 약속이라 우린 부평에서 점심만 먹고 헤이지려던 약속을 변경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 보다 한 살 아래인 그녀는 내가 20대때 신사동에서 오피스걸로 일할때 몇 개월 같이 근무 한적이 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육남매의 맏이고, 진천이 고향인 그녀는 서울 고모님댁으로 유학을 와서자라서인지
막내로 자란 나보다 항상 어른 스러웠고
한 때는 수녀가 되려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포기하기도 한 독실한 크리스챤이다
나보다 몇 년 일찍 결혼한 그녀는 두 딸을 모두 출가시키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90년도에 그녀는 서울서 인천으로 나는 부산으로 이사해 살아 왔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몇년에 한번씩 전화로 소식은 전하고 살앗지만 거의 30여년 만이다
신길역에서 갈아탄 인천행 전철은 나를 충분히 설레게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인천에 가 본지가 우리 아들 3세때 맥아더 장군 앞에서 누나와 사진 찍어준 적이 있다
아들이 지금은 장성한 총각인 29세니까 어림잡아 26년전이다
비가 오다가 겨우 멎은 차창 밖의 하늘은 거므튀튀한 모습으로 언제라도 비가 내릴 기세다
차창 밖의 모든 모습들이 너무 생소하고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나는
그녀를 만날 생각만으로 머리에 꽉 차 있다
전화로 듣기론 신혼초에 크게 식당을 한는 통영 시집에 들어가 몇년 사는 동안 마르기 시작하더니만
그 후로 살이 안 찐다고 하드만...
그녀가 산다는 부평역에서도 거의 열 정거장을 가는 듯한데 옛날에 듣던 소사, 주안, 제물포역 외에는
생소한 역 이름들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인천으로 향하는 모습은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마도 누구를 만나러 가느냐에 따라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이 다른 것 같다
다른 역에 비해 별로 변함이 없는 초라한 인천역사에 약 한시간 후 도착하였다
이 곳은 학생 때 철도국에 다니는 사촌오빠를 엄마 심부름으로 가끔 찾아 오던 곳이다
역사를 나가니 비가 약간 부슬부슬 오는데 그녀가 안보인다
폰을 치니 비가 와서 '파리바게트' 빵집에 있다며 곧 바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저만치 맞은편 앞쪽에 그녀가 투명 비닐우산을 받쳐들고 서서 웃고 있다
아! 그 얼굴이다. 그런데 얼굴이 너무 말라 보인다. 역시 살이 안 찐다더니...
미소를 짓는... 그 동안의 세월이 묻어있는 얼굴.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30년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낯 설지가 않다
마치 몇일전에도 봤던 사람들 처럼 우린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앞엔 인천의 유명하다는 '특화거리'가 마주하고 있었다
산둥성에서 바다로 가장 가까운 이곳에 옛날부터 화교들이 이주해 와 집성촌을 이루며
중국집을 하며 장사를 하던 곳이란다
지금은 시에서 많은 투자를 해 '삼국지거리'라든가 공자님 동상도 계시고 너무도 잘 꾸며져 있다
우린 우선 중국 대표 음식인' 짜장면' 을 한 그릇 사 먹고 거리구경에 나섰다
우선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에 올라가 인천바다를 내려다 보며 옛날 을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폰으로 재미있는 조각 그림을 찍기도하며
그 동안 살아온, 주로 내가 이야기를 하면 그녀는 '우리도 그런데' 하며 맞짱구를 치며
시집살이 한 얘기며 친정식구들 형제 얘기 등등
토산품점에 들어가 반지를 고르는데 너무도 싸다. 요즘 장사가 안 된다며 오천원에 가져 가란다
'너무 싸니 대량으로 사다 부산가서 팔아야 되겠다' 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한꺼번에 3개를 사서 손가락에 모두 끼니 그녀가 기꺼이 반지값을 내 준다
우린 손이 너무 무겁다며 깔깔 웃으며 재미있어 했다
구운 만두와 8가지 재료로 만들었다는 생과자를 사들고 '토촌'이라는 커피집에 들어가니
왠 물고기가 다 그렇게 큰지? 아마존 메기며 상어 그리고 잉어들이 한 벽 전체를 어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장관이다
주로 얘기의 화제는 노인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과 우린 오래 살지 말아야 한다는 걱정.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마음에 명함을 하나 얻어 갖고 나오며 다시 오겠노라고
우리는 같은 방향의 전철을 타고 오다 그녀는 부평역에서 내리며 악수를 청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래.'
내가 한마디 했다
첫댓글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차창에 비치는 풍경들도 모두 아름답기 마련이지요,
30년만의 해후를 인천에서 보내셨군요, 살다보면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요,
늘 아름다운 관계로 이어 가시길.
그런것 같아요. 차창 밖의 풍경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전철안에서 장님을 보았는데... 혹시나 못 보는건 아닌지? 잠깐 우려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연꽃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