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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인간 심리를 파헤친 『리플리』 시리즈!
범죄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연작소설 『리플리』. 1955년부터 1991년까지 36년에 걸쳐 총 5부작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 톰 리플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살인에 대해 신중하고 치밀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에는 정상적으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독창적이고 기이한 범죄자 캐릭터를 창조하여 그 심리의 흐름을 따라간다.
첫 번째 이야기 《재능있는 리플리》는 리플리가 디키 그린리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디키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을 데려오라는 부탁을 받은 그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탈리아로 간다. 리플리는 그렇게 만난 디키 그린리프에 대해 묘한 감정을 갖게 되고, 마침내 그를 살해함으로써 그 혼란에 마침표를 찍고 마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소멸시키면서까지 타인이 되어가는 리플리의 심리가 펼쳐진다.
저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1921년 1월 19일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뉴욕으로 이주한 뒤 바너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라틴어, 그리스어를 공부했다. 첫 장편소설 '낯선 승객 Strangers on a Train'은 1950년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옮겨졌다. 1955년 발표한 '재주꾼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는 하이스미스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으로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로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다. 1961년 이후에는 주로 프랑스와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단편 작가로 활동하였는데, 영어로 쓴 작품이 독일어로 먼저 번역, 소개될 만큼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이스미스는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112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정확히 같은 날, 같은 미국 땅에서 태어나 고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다. 오 헨리 기념상, 에드거 앨런 포 상, 프랑스 탐정소설 그랑프리, 미국 추리작가 협회 특별상, 영국 추리작가 협회 상 등을 받았으며, 그 외 작품으로 '소금의 맛'(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다가 후에 '캐롤'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올빼미의 울음', '1월의 두 얼굴' 등이 있다. 1995년 2월 4일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드디어 국내 최초로 완역되는 리플리 5부작
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the greatest crime writer”, 영국《타임스》)로 알려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은 단연 리플리 시리즈일 것이다. 1955년부터 1991년까지 36년에 걸쳐 총 5부작으로 완성된 연작 소설을 통해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인 주인공, 톰 리플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워싱턴 포스트 서평 담당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학 평론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더다는 리플리 5부작이 미국에서 새롭게 양장본으로 재출간되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하이스미스가 창조해낸 가장 유명한 캐릭터, 톰 리플리는 태평스럽고, 아내와 친구들에게 헌신적이고, 미식가이고, 부득이 킬러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 조용한 탐미주의자는 오직 필요할 때만 몽둥이로 내리치고, 목을 조르고, 익사시킨다. 때로는 친한 친구들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가끔 첫 살인의 추억이 그를 불편하게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죄책감은 느끼지 못한다. 그가 살인을 하는 이유는 자신과 친구들과 사업 파트너들과 집을 보호하기 위할 뿐이다. 아마 다른 보통 사람들이라도 다르진 않을 것이다.”
리플리는 사건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동시에 치밀한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며,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음으로써 20세기 문학사상 독창적이고도 기이한 캐릭터가 탄생되었다. 우리에게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나, 맷 데이먼, 주드 로 주연의「리플리」로 널리 알려지기도 한 원작 소설『재능있는 리플리』는 발표되자마자 화제를 일으켰다.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이전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고, 인간 심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참신한 접근법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1955년『재능있는 리플리』를 시작으로, 1991년 『심연의 리플리』까지 36년에 걸쳐 다섯 권으로 완성된 리플리 시리즈는 톰 리플리라는 인물의 심리를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며 현대문학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캐릭터를 창조했다. 리플리 5부작은 단연 하이스미스의 대표작이자, 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 부분적으로 한두 권만 출간되다가 마침내 다섯 권 모두 소개되는 완역본이기도 하다. (현재 1~3권까지 출간되었으며, 4권은 12월, 5권은 내년 초에 출간 예정)
“진정으로 좋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악한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다” -오토 펜즐러(범죄소설 전문 편집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95년 세상을 떠난 이후로 서서히 그녀의 작품이 세계 문학계에서 재평가 받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비평가들의 찬사에 힘입어 하이스미스의 단편집(민음사에서 4권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으로 출간됨)이 묶여 나오고, W.W. 노튼 사는 그녀의 소설들을 개정판으로 출간했으며, 1999년 이후로 지금까지 3편씩이나 리플리의 영화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재능있는 하이스미스』라든지 작년에 출간된 『아름다운 그림자』처럼 비범한 글쓰기의 비밀, 유럽에서 정착해서 지내야 했던 신비로운 이력과, 평생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사생활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전기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1960년대 이후로 범죄소설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1995년에 발표된 유작인 『소문자 g』가 고국인 미국에서 출간되지 못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하이스미스는 공교롭게도 자국인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생전보다는 세상을 떠난 이후에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작가이기도 하다. 유럽은 하이스미스를 도스토예프스키, 콘래드, 카프카, 지드, 카뮈 같은 훌륭한 심리 소설가의 반열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작품들은 범죄적 상황 속에 처한 인간의 불안과 죄의식에 기묘한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특히 인간 내면에 잠재된 불가해한 측면을 냉정한 문체로 정교하게 포착해낸 그녀에게는 ‘제2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였다.
장르 문학 독자들에게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는 셜록 홈즈 전집,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상 황금가지), 그리고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북하우스) 등과 더불어 최근 1~2년 사이에 대실 해밋 전집(황금가지),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시리즈(열린책들)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제 하이스미스의 최고 걸작인 리플리 5부작이 세상 밖으로 나올 차례가 되었다.
“범죄자는 드라마틱하게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들은 적어도 잠깐이나마 능동적이고, 영혼이 자유롭고, 누구에게도 굴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은 내게 상당히 따분하고 인위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삶이나 자연은 정의가 실현되느냐 마느냐에는 전혀 개의치 않기에.” 하이스미스의 세계관이 그녀가 이처럼 냉소적인 글을 남긴 시대보다 오히려 인과응보의 개념이 무너지고, 선악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져 가는 지금 상황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 리플리 5부작의 출간 의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
“톰 리플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하이스미스
자신이 바라는 세계만을 진짜라고 믿고, 자신이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을 오히려 허구라고 믿는 것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iN 참조) 『재능있는 리플리』에서 사소한 거짓말로 인하여 재벌가의 아들을 만나고, 그의 삶을 동경하게 된 주인공 리플리는 점점 더 대담한 거짓말과 신분 위장으로 새로운 삶을 꿈꾼다. 리플리라는 가공의 인물이 정신병리학의 연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20세기 후반부터다. 실제로 리플리와 유사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신정아 교수의 가짜 박사 학위 소동을 두고 영화명을 빗대어 ‘재능있는 신정아 씨(The Talented Ms. Shin)’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리플리 증후군은 개인의 사회적 성취욕은 크지만 사회적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가 봉쇄돼 있는 경우 자주 발생한다.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꿈꾸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으면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작품이 발표된 1955년 당시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더욱 설득력을 갖는 지점이 여기 있다.
리플리를 향한 찬사
『리플리 5부작』에 관하여
“리플리는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 -마이클 더다(퓰리처상 수상자)
“하이스미스는 불안의 시인이다” -그레이엄 그린
“하이스미스는 가장 위대한 범죄소설가” -《타임스》
“평온한 일상에 잠재된 위험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능가할 작가는 없다” -《타임》
“하이스미스가 톰 리플리를 뛰어나게 묘사한 건 주인공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영웅적이면서도 악마적인 면의 균형을 잘 유지한 능력에 기인한다” -《뉴욕 타임스》
“톰 리플리는 세계 문학사상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다”
-앤서니 밍겔라 (「잉글리시 페이션트」, 「리플리」영화감독)
“범죄소설 분야를 통틀어 가장 불길하면서도 기이한 매혹을
뿜어내는 시리즈가 드디어 세상에 탄생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도덕관념이 결여되어 있고, 쾌락주의자이며, 매력적인 리플리는
진정 독창적인 인물이다. 하이스미스의 예상치 못한 글을 읽으며
독자들은 리플리의 냉엄한 논리에 공범이 되어 간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1권『재능있는 리플리』의 경우
“정교한 구성, 화려한 문체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위트가 살아 있다. 가장 앞선 스릴러
소설이자 그 분야 최고의 고전이다.” -《이브닝 스탠다드》
“정신분열증 살인자를 계속 머릿속에 그리며 힘겹게 들여다본 작가의 정신이 그대로
나타나 있을 것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덧붙여 쓴 화려한 서평을 독자들은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선데이 타임스》
“고전의 반열에 들어 갈 뛰어난 스릴러.” -《스펙테이터》
하이스미스의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
처녀작인 『낯선 승객』이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에 의해「열차의 이방인」으로 만들어진 것만 보아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영화와 인연이 각별한 작가였다. 그밖에도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올빼미의 울음」, 빔 벤더스의 「미국인 친구」등이 있으며, 특히 대표작인 리플리 시리즈는 영화화될 때마다 새롭게 탄생했다. 선악의 모호함과 인간의 죄의식, 그리고 불안을 다루는 주제의식이 시대를 초월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거짓과 살인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 타인의 삶. 영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는 이태리의 몬지벨로, 산레모, 베네치아와 로마를 배경으로 완벽하게 디키 그린리프가 되어가는 톰 리플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리플리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의 미소 때문에 더욱 섬뜩한 내면 연기와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기에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나 케이트 블란쳇 등 주연보다 화려한 조연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섬세한 연출에 힘입어 현란하고도 지적인 명품 스릴러가 탄생했다. 르네 클레망 감독이 연출하고 알랭 들롱이 주연을 맡아 인기를 얻은 1960년도 작품 「태양은 가득히」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주인공이 야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니노 로타의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테마 음악만큼이나 라스트신이 인상적이다. 두 영화 모두 같은 원작인 『재능있는 리플리』를 바탕으로 영화화 되었다. 『리플리의 게임』을 탁월하게 각색한 영화로 빔 벤더스의 「미국인 친구」와, 릴리아나 카바니가 연출하고 존 말코비치가 주연한 「리플리스 게임」이 있는데 특히 빔 벤더스는 “만일 내가 모든 문학작품 중에서 가장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것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이 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밖에도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리플리 언더 그라운드」까지 리플리 5부작 가운데 3편의 원작이 지금까지 무려 5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녀의 소설 두 편이 동시에 영화로 제작되고 있으니 하나는 케이트 블란쳇과 미아 와시코프스카 주연의 「Carol」(원작은 『The Price of Salt』), 다른 하나는 비고 모텐슨과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한 「The Two Faces of January」이다. 하이스미스는 정말 영화와 인연이 깊다.
줄거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재능있는 리플리』는 리플리가 디키 그린리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디키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을 데려오라는 부탁을 받은 리플리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탈리아로 건너간다. 리플리는 그곳에서 만난 디키 그린리프에 대해 묘한 감정을 갖게 되다가 마침내 그를 살해함으로써 그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소멸시키면서까지 타인이 되어가는 리플리의 심리는 언뜻 기이해 보이지만, 어느새 주인공의 마음에 동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디키가 미웠다. 지금껏 일어난 어떤 일을 보더라도 자신의 잘못이나 자신이 한 행동 때문이 아니라 디키의 비인간적인 완고함 탓이었다. 그리고 그의 뻔뻔한 무례함이란! 그는 디키에게 우정과 동료애, 존중 그리고 그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든 걸 보여주었는데, 디키는 추위 속에 그를 밀어냈다. 여행하다 그를 죽이면 단순히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톰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좀 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바로 자신이 디키 그린리프가 되는 거였다! 그는 디키가 하는 모든 걸 할 수 있었다.
(p.109)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사람의 기분과 기질을 유지하고 그와 어울리는 얼굴 표정을 짓는 거였다. 그러면 나머지는 저절로 자리를 잡았다.
(p.142)
그곳 은행 직원 가운데 몇 명은 디키의 얼굴을 알 것이다. 갑작스런 두려움이 어깨를 타고 다리로 내려왔다. 잠시 온몸에 힘이 빠지고 절망적이어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디키 그린리프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이탈리아 경찰과 미국 경찰 열두어 명과 맞닥뜨리지만 디키 그린리프를 보여줄 수도, 그가 어디 있는지 말할 수도,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열두어 명의 서명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H. 리처드 그린리프의 서명을 하려고 애쓰다 갑자기 엉망이 되어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p.201)
“톰?”
그는 눈을 떴다. 마즈가 맨발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톰은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 그녀의 손에는 갈색 가죽 상자가 들려 있었다.
“방금 여기서 디키의 반지를 찾았어요.” 그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아, 디키가 나한테 맡겼어요. 보관해 달라면서.” 톰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언제요?”
“로마에서였던 것 같아요.” 그는 한 발자국 물러서다 신발을 밟았고, 차분해 보이려고 애쓰듯 그 신발을 집어 들었다.
“디키가 어쩔 생각으로요? 도대체 왜 반지를 당신한테 준 거죠?”
톰이 생각하기에, 그녀는 브래지어를 꿰매려고 실을 찾은 것 같았다.
(pp.267~268)
첫댓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 역자 홍성영 옮김 / 역자평점 7.9 / 출판사 그책 | 2012.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