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이기호 미니픽션 '식혜같은 사랑'에서 배우는 농촌의 현실
민병식
이기호(1972 - ) 작가는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짧은 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성구는 48세의 싱글남으로 전남 남평읍에서 토마토, 당근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친구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고 그 중 누구는 사장이 되고, 기기자가 되고 도의원이 되었어도 성구는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딱 한가지 부족한게 있었는데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이 많은 농촌 총각에게 어떤 여자가 관심을 두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 지숙이 이혼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성구의 비닐하우에서 일바를 하게된다.
읍내에선 지숙이 이혼을 하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내려
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지숙이 도박에 빠져 살았다, 남편에게 맞고 살았다, 등 암에 별의별 소문이 다 돌았고 지숙의 아버지는 아예 딸을 보려 하지 않았다. 48년 동안 닭이나 토마토, 딸기 등과만 연애를 해본 성구로선 지숙이 마음에 들지만 지숙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어느 날 지숙은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읍민의 날’ 행사에서 식혜를 팔겠다고 한다. 읍에서 각자 팔고 싶은 것이 있으면 팔아보라고 부스를 내준다는 것이다. 지숙은 성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숙을 도와 식혜를 팔려는 성구에게 먼 친척뻘 되는 덕만이 형이 찾아와 지숙은 이혼하고 고향에 내려와 살면서 지숙을 도와주고 싶은 성구의 마음을 이용해 먹는 거라고 말한다.
“너 이새꺄 아직도 너 좋아하는 거야? 너, 이 새끼야, 그냥 이용당하는 거라구, 쟤가 너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아? 병신 같은 게 그런 것도 모르고 식혜나 팔고 있고”
“아. 씨발, 내가 사랑 한다구, 내가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구!, 근데 뭐, 형님이 뭐! 씨발, 내가 사랑해서 식혜를 팔든, 수정과를 팔든 뭐가 문제냐구!”
성구는 외롭다. 친구 들은 다 떠나갔어도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지만 짝을 찾는 일은 녹록치 않다. 아마 성구와 결혼하게 되는 여자들은 함께 농사일을 해야 할 것이고 봄부터 시작해 한 여름 뙤약볕에서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서 고생을 당연한 것으로 알며 살아야 할 것이다.
수많은 농촌의 청년들이 결국 성공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고 시골은 외국인 노동자와 노인 들만 남는다. 결국 인구는 줄어가고 우리의 고향은 소멸 지역이 되어간다. 결국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어서는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이 어렵다. 축제, 시골장터같은 1회성 이벤트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기에 최근 대세인 스마트 팜 등 최신 농법 뿐만아니라 청년 인구를 끌어당길 수 있는 농촌 환경이 중요하다. 문제는 투자이며 일자리다.
첫댓글
사랑할 수만 있다면
식혜를 팔든 수정과를 팔든
무슨 상관인가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백년해로百年偕老하면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면
식혜食醯를 팔면 어떻고, 수정과水正果를 팔면 어떻습니까?
고운 글에 머무르다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