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타운 아트타운 게리타운
LA다운타운의 ‘더 브로드 뮤지엄’이 바로 옆에 새 건물을 짓고 갤러리 공간을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1억 달러를 투입해 3층 규모의 박물관을 증축, 전시공간을 70%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분되는 건축 프로젝트가 더 브로드의 바로 길 건너편에서 이제 막 시작되었다.
‘서부의 줄리아드’로 불리는 콜번 스쿨(Colburn School)이 첨단 공연장을 갖춘 퍼포밍 아츠 센터를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이다.
더구나 이 건축의 디자인을 프랭크 게리가 맡고 있어 예술계와 건축계는 물론 타운 전체의 기대가 크다.
LA다운타운의 그랜드 길은 남북으로 템플 스트릿에서 4가까지
많은 공연시설들이 운집해있어 ‘예술의 거리’로 유명하다.
그랜드 애비뉴를 따라 자리잡은 문화예술기관들은 북쪽에서부터 아만슨 극장, 마크 테이퍼 포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더 브로드, 지퍼홀과 콜번스쿨 캠퍼스,
모카 현대미술관, 그랜드 퍼포먼시즈 야외공연장 등 8개나 된다.
여기에 ‘콜번 센터’가 오는 2027년 완공되면 그 영역이 동쪽의 올리브와
힐 스트릿까지 확장되어 아트타운으로서 더 많은 개발의 가능성을 열게 된다.
그런 한편 이 구역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
세 블럭 안에 나란히 3개가 들어선 세계유일의 ‘게리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2003년 개관한 디즈니 콘서트홀, 2022년 문을 연 주상복합 공간 ‘더 그랜드’,그리고
궁극의 예술캠퍼스 ‘콜번 센터’가 그것으로, 지척에서 3개의 게리 건축물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5일, 2가와 올리브의 10만5,000스케어피트 부지에서 열린 ‘콜번 센터’ 기공식은 축제를 방불케 했다.
처음에 이 세리머니에 미디어초대를 받았을 땐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준공식도 아니고 땅을 파는 기공식이 뭐 그리 중요하랴 싶었고,
그날 새벽까지 비가 온데다 날도 엄청 추웠기 때문에 아침부터 비싼 주차비 내고
다운타운까지 가는 일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아는 홍보담당자가 맡은 이벤트라 얼굴을 내밀어야할 거 같아서 마지못해 갔는데… 깜짝이야!
공사현장에 세워진 가설행사장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서있었다.
거의 10분을 기다려 들어가 보니 텐트 안에 이미 수백명이 바글바글, 난리도 아니었다.
둘러보니 LA 클래식 음악계의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LA오페라, LA체임버오케스트라, 매스터코랄, 뮤직센터, 센터 씨어터 그룹,
밸리 소라야 퍼포밍 센터 등의 회장과 예술감독들이 다 나왔고,
모시기 힘든 LA타임스의 음악비평가 마크 스웨드까지 앉아있었다.
LA카운티와 시정부 대표들은 물론 콜번스쿨 회장과 총장 및
이 프로젝트에 거액을 기부한 이사진과 부호들이 차례차례 일어나 인사하거나 연설했다.
가설무대에서 콜번 학생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밴드의 흥겨운 연주에 이어 실내악과 춤 공연도 있었고,
트럼펫 팡파르가 기공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콜번 센터’의 착공에 쏟아지는 음악계의 기대와 환호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던 행사였다.
콜번스쿨은 LA가 자랑하는 음악과 무용예술 영재학교다.
전신은 1950년 창설된 USC 음대 부속 예비학교였으나
1980년 독립하면서 리처드 D. 콜번이 거액을 기부하자
그의 이름을 따서 콜번스쿨이라 개명했다.
이후 콜번 뮤직 콘저바토리는 유수 음악대학으로 급성장해
지금은 미국 내 10대 음악전문학교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콜번 콘저바토리가 빠른 시간에 줄리아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음악의 명문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세계 정상급 교수진의 영입과 함께 모든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는 특전 때문이다.
일단 입학만 하면 기숙사비를 포함해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해주니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줄리아드보다 입학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패컬티를 보면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 립셋,
클라리네티스트 예후다 길라드를 비롯해 LA필하모닉의 악기별 수석 연주자들이 다수 포진돼있다.
2,000명 학생 가운데 약 10%가 한인이고, 교수진 200여명 중에 한인교수가 20여명이니
전체 학교의 10%를 한인이 접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부설 공연장인 지퍼홀은 한인들도 즐겨 사용하는 공연장이다.
이제 4억 달러 예산을 들여 새로 짓는 ‘콜번 센터’에는 오케스트라, 오페라,
춤 공연이 모두 가능한 1,000석의 콘서트홀을 비롯해 그동안 공간이 협소했던
댄스아카데미를 위한 소공연장과 전문 리허설 스튜디오들이 들어서게 된다.
또 지상과 지붕에는 가든을 만들고 야외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기부자 이름을 따서 ‘테리와 제리 콜 콘서트홀’로 명명되는 공연장은
디즈니홀의 음향시설을 설계한 야수히사 토요타가 또 다시 프랭크 게리와 팀을 이뤄
건축하게 돼 디즈니홀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수준의 연주공간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구나 연주장 규모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형 사이즈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3,200석, 디즈니홀 2,265석, 지퍼홀은 415석이어서
그 중간사이즈의 콘서트홀이 필요했었다.
‘더 브로드’의 확장과 ‘콜번 센터’의 개관으로 LA다운타운과
그랜드 애비뉴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예술의 허브가 될 것을 꿈꿔본다.
<정숙희/논설실장>
미주 한국일보
2024년4월10일(수)字
2024年4月10日(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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