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라오스전 한국 선발 라인업, 사진=MK스포츠)
독일로의 출국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정말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너무 너무 힘들다. 정신도 없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처음이고 아르바이트 업무도 바쁘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 정도다. 그렇지만 나의 애인(?)인 축구를 포기할 수 없다. 사랑해 축구야.
지난 9월 3일 있었던 한국과 라오스의 월드컵 2차예선 경기는 우리나라가 8대0으로 라오스를 격파하면서 아시아의 막강 화력을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해외파 전원을 불러들였고 석현준의 발탁이 눈에 띄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렇게 번뜩이진 않았지만 나름 대표팀 공격수로서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석현준이었다.
석현준과 황의조. 새로운 카드들을 계속 실험해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 그의 전술 운용과 선수 발탁은 정말 뛰어나다. 슈틸리케의 안목으로 이재성이라는 물건을 발견했고 지금은 정우영과 권창훈이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면서 슈틸리케의 황태자라는 칭호도 얻었다. 거기다가 현재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권순태 골키퍼까지. 이쯤 되면 선수들이 물건이 아니라 슈틸리케 감독이 물건이다. 이 아저씨 참 풍채부터 맘에 든다.
(14번의 정우영과 22번의 권창훈은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스포탈코리아)
다음 월드컵이 기대되는 것은 다양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것이고 유럽파와 국내파 간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K리그 선수들, 특히 K리그 챌린지 선수 역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파 선수들도 각 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고 K리그 선수들 역시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좋은 점이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다양한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잘 이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라오스 전을 보면, 장현수가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다. 어느 정도 재미를 봤다. 물론 라오스가 피파랭킹 하위권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축구에서 상대를 무시해선 안 된다.
어쨌든, 정우영의 가세로 기성용이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었고 홍철의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4-1-4-1에서 3-1-4-2 형태로 변칙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홍철이 오버래핑을 깊숙이 들어오면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컷백 플레이를 하게 된다. 정우영이 대박인 점이 제대로 홀딩을 해주기도 하지만 기성용처럼 전방으로 침투 패스를 잘 찔러 넣어준다. 프리킥도 잘찬다. 정우영이 잘해주니 기성용이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선수 구성을 통한 전술 활용이 가능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구자철이 없으면 이재성이나 권창훈을, 또는 기성용을 전방으로 올리는 전술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김진수 뿐만 아니라 홍철도 왼쪽 풀백으로 좋은 선수임을 알 수 있었다. 장현수의 다양한 활용법, 중앙 미드필더 2명의 다양한 선발 구성, 변칙적인 전술 구사가 눈에 띈다. 이것은 우리에게 공격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어떤 선수를 기용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또는 지더라도 경기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라오스, 물론 약체라고 평가받는 팀이지만 그래도 월드컵 2차예선이라는 부담감과 팬들의 기대가 선수들에게 충분히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왜 약체만나면 축구 팬들은 이거 지면 말도 안 된다는 기대감으로 언론을 장악하지 않는가. 그런 것이 오히려 선수들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잘 이겨냈고 앞으로 좋은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큰 수확으로 남았다.
다음 경기는 레바논 원정 경기이다. 레바논도 약체이긴 하지만 원정경기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한다.레바논 전에는 구자철과 박주호가 합류한다. 어떤 전술을 선택할지는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에 있지만 어떤 전술을 활용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대표팀의 자신감이 상승한 상황이다. 점점 더 K리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유럽파들 역시 제 몫을 다해주고 있어 축구 팬으로서 뿌듯하다.
축구 팬들 역시 경기를 보는,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좀 더 수준 높은 반응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끈질긴 냄비근성과 생각 없는 악플 및 비난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안겨주기 보다 믿음을 보여주는 팬들이 되어야 한다.
http://blog.naver.com/sang495 相式으로 常識을 뒤엎다 -상훈이식 축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