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는 거의 날마다 간다.
부칠 것이 한 두가지가 꼭 있다.
어제도 세 가지를 가방에 담아 메고 우체국엘 향햇다.
우체국에 들렀다가 도서관행. 대개는.
세 가지를 부치고 나와 조금 걷다 길가 전봇대 아래에서 미끄러졌다.
아주 유연하게 미끄러지고 말았다. 슬로우 비디오를 찍는 것처럼.
미끄러지는 동안의 느낌이 생생했건만 중도에 그만두기란 생각처럼
쉽질 않았다. ><
'아이코, 미끄러져 주저앉고 마는구나!'
마침 옆에서 걸어가던 남자 대학생 같은 청년 셋이 그걸 보았다.
날아가다 만 기러기처럼 주저앉아 일어서지도 못하는 내게 두 청년이
손을 내밀었다. (남의 집 아들들이지만 아들들은 참으로 믿음직해!)
속으로 생각하면서 "아이구, 고마워요!" "어디 다치신 데는..." "아니,
괜찮아요. 살살 미끄러진 걸요. 헤에 - " 만일 문제 있게 미끄러졌다면
가까운 병원행 아니면 집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느님, 부처님, 대통령님이
다 돌봐주신 덕이다. 고양이 핑코의 기도 덕이다. 켓켓!
찬찬히 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해보니 언젠가도 바로 그 자리에서 넘어졌었다.
그때도 크게 다치니 않았지만 천천히 혼자 힘으로 일어나면서 보자하니 우체국 문이
나를 보고 있었다. 골뱅이 집 천막이, 작은 슈퍼마켓의 아이스크림 진열대가 넘어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더니 하늘도 나를 보고 있었다.
'몰 바! 사람 넘어지는 거 첨 바 %$#@@~@%^&&@@~@..?'
하야튼 , 그리하여 어제 하루도 그러케 보낸 거시다. '누가누가' 선물해준
아이젠 신발바닥 덕분에 한 목숨 건졌다. 그러나 방심말고 조심 조심 길조심!
미끄러운 길조심! 젊은 애들도 길조심!새해 벽두 길조심! 조심 조심 사람 조심!
나는 이제 회기역 우체국에 갈 일 있어도 그 전봇대 아래로는 걷지 않을 것이다.
첫댓글 그늘진 곳인가봐요,. 휴--겨울은 넘 위험해.
임정진씨도 얼음판 조심!
아이쿠- 조심하셔야해요!
선생님, 정말 조심조심하셔야 해요. 사람들이 내 집 앞 눈을 쓸면 좋을 텐데, 모두들 국가에서 해주기만 바라고 있으니, 참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서양에서는 자기 집 잔디를 안 깎으면 벌금을 물린다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대문 앞 좌우 20m까지 눈 안 치우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철저하게 물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삽 들고 나가 집 앞 얼어붙은 눈딱지까지 떼어냈던 생각이 나네요. 어릴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