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대회, 정보 게시판"에 이거니님이
제6회 DMZ 평화마라톤 대회(9월 13일 일요일)에 대해 소개하고 있네요.
내일이 신청 마지막 날이랍니다.
마라톤 코스 지역에 대해 지리과로서 잠깐 글을 써 봅니다.
DMZ 평화 마라톤 대회의 전 코스가 현무암의 용암 대지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용암 대지 지형과 우리 생활과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완만한 평야라는 지형이 영향을 주는 마라톤 코스에 대해,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달리는 사실의 의미에 대해 말씀드려 봅니다.
이 현무암 분출은 수십 만년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일어난 바
100만년 이전에 분출한 제주도(주로 현무암)보다 더 젊습니다.
현무암의 두께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수십 미터 정도입니다.
원래부터 자리잡고 있던 수 억년 이상의 기반암 위에 살짝 피부를 덧붙인 거죠.
원래 있던 기반암 위에 현무암이 쌓였습니다. 두 지층 사이에 틈이 보이죠? 사진 속의 인간들은 지리 샘들입니다. 찍은 장소는 연천군 전곡면 한탄강 가고요. 제가 군대 생활을 이곳에서 했죠.
용암이 분출할 때 구성 성분에 따라 그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현무암은 죽처럼 퍼지기 때문에 평탄한 지형이 발달합니다.
수업 시간에는 때로 죽 대신 설사 같이 퍼진다고 설명하는데 좀 그런가요?
이곳에는 구멍 뚫린 검은 돌이 많습니다.
달림이들은 이 현무암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비무장 지대의 현무암 분포.
이중환이 250년 전에 쓴 "택리지"에도 철원 지역의 현무암 지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현무암은 수직 절리가 발달되어 있어 강이 지나갈 때
수직 절벽과 폭포가 발달하고요.
제주도의 바닷가에 있는 여러 폭포가 이런 이치로 생겨난 것입니다.
철원 평야에는 다음 사진과 같은 직탕폭포가 있습니다.
이번에 달리는 분들은 얼음 대신 물이 쏟아지는 폭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직탕폭포. 물이 흐르면 멋이 있는데, 얼어붙어 있어서 아쉽습니다.
한탄강 따라 길게 발달한 수직 절벽은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지형이라고 합니다.
방어상 유리할 수도 있고요.
제가 군대 있을 때 미국의 커다란 헬기가 대포를 매달고 이 강을
건너는 훈련을 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부대도 한탄강 가에 있었는데
훈련하다 보면
자작나무와 긴 풀밭 사이를 지나다
실수로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요.
이곳에 댐을 만든다고 하니 반대하는 주민들 있습니다. 댐을 만들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겠죠. 그런데 지리과 사람들은 과목 특성상 아무래도 환경 보전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한탄강 댐 반대 플래카드
이런 절벽 때문에 한탄강 유역의 용암 대지 상에 발달한 넓은 평야는
과거에 물이 귀해 밭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와
양수기로 물을 뽑아 올려 논농사를 짓게 된 거고,
그 중 유명한 게 맘마밀의 원료이기도 한 철원의 유기농 쌀입니다.
유기농이 가능한 이유 중의 하나는 비무장지대에 가깝기 때문에 이른바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것을 이유로 지방 정부가 유기농, 깨끗한
환경을 브랜드로 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고요.
한탄강 양수 시설. 이런 양수 시설이 한탄강 일대에 매우 많습니다.
유기농 비료 창고
유기농 비료
맘마밀 공장
철원 민들레 쌀. 우리집에서도 철원 오대미쌀을 많이 사 먹었습니다. 세 식구가 먹어봐야 얼마 안 되겠지만.... 철원 쌀을 살 때마다 답사 때의 인상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용암 대지 상의 마을 - 현무암 위의 흙은 홍수로 주변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그 자리에서 직접 풍화를 받은 현무암 풍화토는 아님.
철원은 이 풍요로운 평야 때문에
일찍부터 견훤이 후백제를 세웠고,
일제 강점기에는 수영장이 있는 학교도
세워졌습니다.
철원 평야를 가로지르는 토성
구 철원읍(해방당시) 조감도 - 용암대지 평야의 부를 배경으로 이미 수영장 있는 학교가 있었습니다.
해방 이후 이곳은 북한 지역으로 6.25 이후 남한에 넘어온 곳임 - 노동당사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평야 지대는 비무장 지대가 통과하여
평야의 북부 일부가 북한에 들어가 있습니다.
끊어진 철도
단정학(정수리가 붉은 학) - 참 아름답습니다. 허가 받아 들어간 비무장 지대에서 급히 찍느라 사진이 흐릿하게 나왔네요.
지리학도라고 아는 체를 많이 했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군대 생활할 때 포병의 측지 요원으로
여러 곳을 돌아 다녔는데(이게 우리 일이었죠.)
소나무 있는 바위섬 위의 정자가 고석정(외로운 돌 위의 정자라는 뜻)
그때 틈을 내서 고석정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고석정과 주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그만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요.
"아름다움 속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뒤에 몇 번 가 본 고석정은
그때처럼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더욱 더러워졌고,
더 많아진 인간들로 더 시끄러워졌기 때문이죠.
심지어는 급류를 이용한 래프팅을 하기도 하고
절벽을 이용해 만든 번지 점프까지 생겨났네요.
현무암의 주상절리 절벽을 이용한 번지 점프대-철원
대회가 꼭 한 달 남았군요.
셔틀 버스가 여의나루역에 있다고 하고,
내일이 신청 마지막 날이라는데
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신청하게 되면 제 이름으로 달리는 최초의
풀코스 도전이 되는데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첫댓글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풀코스구간에 노동당사 앞을 지나며 번지점프장 다리 밑으로 한탄강의 레프팅을 내려다보며 달립니다. 겨울사진이 말복과 광복사이에 잘 어울립니다.
코스의 상당 부분이 허가 받아서 들어갈 수 있는 비무장 지대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깨끗하겠네요. 1:10000 교통 지도에서 보니 철원이 맨 앞(2쪽)에 있는데, 마라톤 코스의 일부분은 비무장지대라서 그런지 나와 있지 않더군요.
이 글을 올려 놓고 보니, 가평 마라톤 대회(9월 20일)와 1주일 사이로 겹치네요.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평 코스는 북한강을 따라가며 달리는 까닭에 풍광이 아름답고 시원할 것 같습니다. 제가 드라이브 코스로 좋아하는 길이네요.
깊은 정보 감사,,,, 기총님 옛 추억을 더듬어며,,,즐런하시길,,,
고석정을 찾았던 옛시절.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그렇죠, 많이 변했죠. 어디나 다 이른바 근대화 또는 개발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리샌님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학생드도 재밌게 수업을 받았을거로 짐작이 됩니다.
아이들, 잠 많이 자죠. 사진 보여주면 좋아하기는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