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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화가 브라이언 크레인(Brian Crane) 이 그린 은퇴한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풍자 만화 피클스(Pickles) 시리즈가 있다. 그의 작품가운데 하나를 시각화 한 글을 읽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좀 엉뚱하고 나이가 든 ‘피클스’부인이 거실에 있는 화분 옆에 서서 바가지를 들고 꽃에 물을 주고 있다. 그때 옆집소녀가 묻는다.
“뭐하세요, 피클스 부인?”
“화분에 물을 주고 있지.”
그러자 소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건 조화 잖아요.”
“나도 알아. 그러니까 이바지에도 물을 넣지 않았단다.”
만화에 나오는 ‘피클스’부인은 소일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일로 허송세월을 하는 셈이다.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 지자 성공 보다는 의미를 더 중요 하게 여기고, 생계수단으로서 직업보다는 자신의 성정에 맞으면서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소명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의미는 자신보다 더 위대한 명분의 일부가 되기 위해 ‘나만의 하나’를 찾아서 헌신하라는 창조주가 부여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성공보다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영어식 표현 The Epiphany는 동방의 세박사가 베들레헴을 내방하여 아기 예수를 경배한 사건을 상징하는 예수 공현을 의미한다. Epiphany 가 보통 명사로 쓰일 경우 한사람이 어떤 계기로 얻은 통찰로 인하여 그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신은 우리 일상 가운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예기치 않은 때에 좋은 일을 선물하며 그의 존재를 암암리에 노정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축구 경기의 전후 반 사이의 하프타임처럼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는데도 하프타임이 있기 마련이다. 노인의 경우 이미 하프 타임이 지났지만 건강상태에 따라 1년 단위 또는 5년 단위로 인위적인 하프 타임을 설정하여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가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남은 생에 대한 새로운 미래상에 접근해 나가야 한다.
하프타임(Half Time)의 저자 밥 버포드는 자신의 내부에 숨겨진 잠재적인 불씨를 찾아 나선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 영화의 한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하프 타임 제9장 ‘단하나에 매달리기’에서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 사랑(City Slickers)’에 나오는 영화의 한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 배우 잭 펄런스와 빌리 크리스탈이 말을 타고 천천히 목장을 가로 지르면서 삶과 사랑 이야기를 한다. 팰런스는 약삭 빠른 카우보이이고, 크리스털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관광 목장으로 2주동안 휴가를 온 풋내기 카우보이이다. 자자 밥 버포드가 약간 각색한 두사람의 대화를 잘 들어 보자:
크리스털: …그리고 두번째는 아주 끝이에요. 여자는 우주선으로 돌아가 영영 날아 가버려요. 그래도 하시겠어요?
팰런스: 그 여자 빨간 머린가?
크리스털: 어쩌면 요.
팰런스: 난 빨 간 머리가 좋단 말이야.
크리스털: 결혼한 적 있어요?
팰런스: 없지.
크리스털: 사랑해 본 적은 요?
팰런스: 딱 한번. 소 떼를 몰고 택사스 팬핸들을 가로 질러 갈 때. 해질녘에 여기 작은 농장을 지나 가는데, 저쪽 들판에서 어떤 젊은 여자가 먼지 속에서 일을 하지 않겠어? 때 마침 막 일어서서 허리를 쭉 펴더라고. 작은 무명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뒤로 해가 지면서 하느님이 주신 여자의 곡선이 드러나지 뭐야.
크리스털: 그래서요?
팰런스¨ 그냥 돌아서서 와 버렸지.
크리스털: 왜요?
팰런스: 그때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크리스털: 그렇긴 해도 그 여자하고, 그러니까, 같이 있을 수는 있잖아요.
팰런스: 같이 있어 본 여자는 수두룩하지.
크리스털: 그래도 그 여자가 평생의 연인일 수도 있었을 텐데.
팬런스: 연인 맞아.
크리스털: 반가운 소리네요. 아니지…. 안 반가워요. 그건 잘못된 거에요. 굴러온 복을 차 버린 거라고요.
팰런스: 내 마음이지.
크리스털: 나라면 절대 그런 짓은 안 해요.
팰런스: 그거야 자네 마음이고. 카우보이는 사는 방식이 달라. 카우보이가 있던 옛날에는 말이야. 지금이야 멸종하는 품종이 되여 버렸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여전히 소중하지. 한 이틀 뒤면 이 양떼를 몰고 강을 가로 질러 골짜기로 들어 갈 거야. 아, 세상에 양떼를 몰아오는 것만큼 끝내 주는 일도 없다니까.
크리스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삶이 이해되는 가 봐요.
팰런스: 소리 내어 웃는다.
크리스털: 뭐가 그리 우스워요?
팰런스: 당신네 도시 인간들은 제기랄, 걱정을 사서 한다니까. 안 그리?
크리스털: 제기랄? 집사람은 제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대요.
팰런스: 아내가 빨간 머린가?
크리스털: 이보세요. 제말은….
팰런스: 자네 지금 몇인가? 서른 여덟?
크리스털: 서른 아홉이에요.
팰런스: 그럼 그렇지. 당신들은 죄다 그만그만 한 나이에 여길 온단 말이야. 다들 문제가 똑 같아. 일년에 50주동안 실컷 매듭을 묶어 놓고는 여기와서 두주만 지내면 매듭이 풀릴거라고 생각하지. 어림없는 소리. (오래 뜸을 들인 뒤) 삶의 비밀이 뭔지 아나?
크리스털: 몰라요. 뭔 대요?
팰런스: 이거. (집게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크리스털: 손가락?
팰런스: 하나. 딱 하나. 그 하나에 매달리면 그만이지. 나머지는 다 쓰레기야.
크리스털: 그 말 한번 멋지군요. 그런데 그 하나가 뭡니까?
팰런스: 그거야 자네가 찾아 야지.
하프 타임의 저자 밥 버포드는 긴 영화 대사의 인용 끝에 이렇게 짧은 결론을 내린다:
인생 전반부에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 같다고 느낀 적도 많았을 것이다. 후반부를 성공적으로 살려면 나만의 ‘한가지’를 찾고, 그 과정에서 성경이 축복이라고 말한 희열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부두노동자이면서 철학자인 에릭 호퍼는 일상생활에서 쫓기는 기분이 드는 분주함은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증세라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쫓기는 기분이 드는 까닭은 대개 시간적 여유 없이 빡빡하게 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꼭 해야 하는 한가지일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일은 그 어느 것도 할 시간이 없게 마련이다.”
하프타임의 저자 밥 버포드는 하프타임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Beyond Halftime이라는 책을 저술 했다. ‘새로운 나’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오래전에 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새로운 나’에서 밥 버포드는 미국의 소설가 필립로스(Philip Roth)의 소설 ‘Everyman’에서 미국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은퇴자가 겪는 공통의 인생문제에 대한 밥 버포드의 처방이 실려 있다.
소설 everyman의 주인공은 광고회사 임원으로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다 늙어간 일흔 한 살 노인 이야기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잘살고 우아 하게 나이든 노인의 삶과 반대되는 경우이다. everyman이 처한 노년의 불행과 ‘새로운 나(Beyond Halftime)의 저자 밥 버포드의 대처법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판단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veryman의 불행한 노후 생활 밥 버포드이 대처법
○시간이 지나면서 메말라 버리는 이기적인 인간관계. 이타적 이기 주의.
이웃의 사랑을 받도록 노력한다.
○냉소적 무신론자 평생토록 하늘나라에 보물을 쌓아 둔다.
○지원 프로그람, 책임감 팀의 역동성을 외면. 오래 지속되는 관계, 타인에 대한 헌신, 타인의
‘감정계좌’에 관계자산 쌓기.
○건강문제로 자아와 육체에 지나치게 집중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
○목적상실, ‘이제는 무얼 하지’라는 질문에 팀, 코치, 소모임 등을 조직한다.
대답하지 못한다. 어려운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한다.
○생산성 상실. 운명과 소명을 접목한다.
타인에게 중요한 일을 한다.
○그를 죽음으로 모는 질병. 매년 종합 검진으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
○평생 죽음에 집착. 죽음에 예고 없다. 다음 삶에서 현재 삶 초월하기.
○은퇴이후 삶을 계획 없이 보낸다. 은퇴 란 없다. 현재의 능력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일상과 취미 만들기.
○과거상처와 가치관의 차이로 가족에게 존경하는 인생 조언자를 부모로 삼는다.
버림받는다. 그의 힘과 통찰력을 당신 삶에 흡수한다.
○은퇴 후 할 일에 대해 환상을 품는다. 신뢰할 조언자와 상의하여 구체적분야를 찾는다.
○형의건강, 재산, 목적의식, 가족을 시기한다. 당신만의 힘과 강점, 목적과 운명을 토대로 삼는다.
○추억의 세계에서 회상에 잠겨 산다. 새로운 목적과 새로운 일을 생각한다.
○자신감 상실과 고독, 사람들과 교류 불만족.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꾸준히 참여.
○정체, 공허, 고립, 정처 없음, 뿌리 뽑힘. 당신이 받은 축복에 감사하고 그것을 배가한다.
○모든 흥미상실. 창조적 자세를 유지하고 늘 창조적인 일을 한다.
○’만약 00했더라면’ 병에 걸려 후회 뿐인 처음부터 옳은 일을 한다.
삶을 산다. 잘못 했을 때는 용서를 구한다.
주인공 everyman은 71세에 수술을 받다가 믿음도, 친구도 없이 외롭게 죽었다. 이세상 누구도 영원히 살수 없다. 그러나 주인공 everyman은 Half Time에 자기 성숙의 계기를 잡지 못하여 초월적인 삶의 경지에 들지 못하고 불행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결코 두려워 할 일이 아니다. 소명에 충실한 합당한 노력이 뒤 받침 되는 한 노인들도 우아하게 나이 들고 마음에 평정을 유지하며 여생의 안식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노인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과에 때로 생동감을 잃고 무기력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미국의 동화 작가 만디노(Mandino)가 만든 감정 추스르기 처방을 실천해 보자:
If I feel depressed I will sing.
우울하면 (큰소리로)노래를 부르자.
If I feel sad I will laugh.
슬픔이 엄습해 오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크게 한번)웃자.
If I feel inferior I will wear new clothes.
열등감을 느끼면 (기분 전환을 위해)새 옷으로 갈아 입자.
If I feel uncertain I will raise my voice.
내 마음이 불안하면 목소리를 높이자.
If I feel incompetent I will remember past successes.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되면 과거의 성공을 상기하자.
If I feel insignificant I will remember my goals.
내존재가 왜소하다고 느끼면 나의 목표를 상기하자.
조물주로부터 생명을 부여 받은 이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살아있는 한 자신의 존재에 합당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에 있는 성프란치스코 대학의 종교학 교수이며 성직자인 브라이언 카바노프 신부는 인간의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Even though God is the wind beneath your wings, you still have to do a lot of flapping.”
비록 신이 당신 날개 밑에 바람이라 해도 수없이 많이 날개를 펄럭이는 노력을 해 야 만한다. 다시 말하면 비록 신이 새의 비상을 돕기 위해 바람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은총의 선물을 베풀어도(수혜자인) 새가 주도적인 노력으로 날개를 펄럭이지 않으면 새는 공중으로 비상할 수 없고 신의 의지는 무위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환경에 부합하는 합당한 인간의 노력이 신의 은총과 조화 이룰 때 인간이 이상적으로 꿈꾸는 초월적인 비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오랜 탐구 끝에 운 좋게 ‘나만의 하나’를 찾아 낸다 해도 합당한 노력 없이는 한 낱 날개 밑에 바람에 불과하다.
2022년의 상반기를 막 지나면서 인생의 Half Time 이야기로 범위를 확대하여 우리의 미래와 연관지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