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비봉산 일출 산행 참석자가 많다.
희철이 차에 타고 우영이가 자고 있는 강수한테 가 열쇠를 가져온다.
내가 녹동초 사택에 살며 아침에 오르던 코스로 안내한다.
동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오래 된 맨션 옆으로 오른다.
묘지 옆 숲길은 달이 떠 있고 도시에서 나온 불빛으로 어둡지 않다.
다른 길에 비해 사람 다닌 흔적은 드물다.
숲을 지나 시멘트 길이 나온 묘지의 정자 옆에서 달을 보고 다시 숲으로 접어든다.
뒤에서 종필이 따라오며 정자나 벤치는 쉬어가라는 곳이라며 쉬자 하지만
안 들은 척 올라간다.
언젠가 임도가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만날까 염려도 되지만 난 좁은 산길로 오른다.
성수와 영대가 가까이 따라온다.
아주 맑지는 않으나 비 내린 어제에 비하면 달도 보이고 앞쪽의 섬들이 또렷한 편이다.
오른쪽 천관산은 회색이다.
청상은 해 뜨는 동쪽이 잘 안 보인다.
나도 동쪽 바위 사이에서 일출을 보곤 했는데 10년이 넘은 사이 나무가 자라 더 안 보인다.
사진을 찍고 임도를 두고 내려와 뒤 약수터 쪽으로 걷는다.
너덜 사이에서 오마 벌판과 그 뒤로 천등산과 안장바위가 나타난다.
옅은 안개개 산 발치에 깔려 있다.
1대간 9정맥과 기맥 지맥을 한 어느 산행인의 리본이 걸려 있어 길게 아는 척 설명을 한다.
영대가 산대장이라고 해 준다.
약수터는 두꺼운 얼음을 세우고 쫄쫄 몇 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뒤로 돌아오는 완만한 길이 좋다. 변하지 않아 다행이다.
한바퀴 돌아오는 벤치 앞에 나무에 걸린 그네인지 턱걸이 운동용인지에서 한바탕 웃는다.
이런 게 몇 보인다.
돌아와 영대가 9시 반에 호박죽 식사를 할테니 사우나에 씻고 오란다.
아침엔 사람이 많다. 날 알아보는 듯 쳐다보는 이도 있지만 난 모르겠다.
카운터에서 박선준 의원을 괜히 물어본다.
사흘간 준비했다는 영대의 호박죽은 걸죽하다.
무슨 잼같고 죽 같지 않다. 맛있다. 충호형도 제일 맛있게 먹어본 죽이라 한다.
영대는 아침부터 뭔 죽이냐고 안하시느냐 한다.
뒷처리가 부산하다. 술병이 한 박스다.
분청박물관에 가자는 의견도 있으나 점심이 바쁘니 우도 다리 건너 죽암방조제 앞 수문식당에 가 낙지탕탕이 비빔밥을 먹자고
영대가 말한다.
분청박물관에 안 가본 친구도 있지만 가 본 친구들이 더 많다.
성수는 정주가 있어 고흥에 자주 와 본 모양이다.
우도 입구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여러대이고 승용차 주차장도 차가 많다.
음식 트럭 앞에 남자와 할머니가 낙지 소라 고막 굴 등을 팔고 있다.
다리 위에도 사람이 많다.
물이 가득 차 조용하고 하늘과 바다도 봄빛으로 포근하다.
지나가는 여성에게 사진을 직어달라하며 웃는다.
다리를 건너며 더러 아는체를 하는 사이 다 건넜다.
이성룡이 이야기를 하며 우도분교장으로 올라간다.
계단에서 사진도 찍는다. 난 여러번 왔어도 분교장에 올라갈 생각은 안 했다.
한 시에 수문식당까지는 여유가 있어 월정리 선정마을 숲에 잠깐 들른다.
희철이는 나무 사이에서 새를 찾는다.
서로 각기 관심사를 찾는 사이 난 또 사철나무를 찍는다.
왕주를 돌아 수문식당에 가니 나도 가끔 온 은혜횟집이다.
나이 지긋한 남자가 시간맞춰 왔다고 낙지탕탕이비빔밥을 내오며 젓갈 양념 두가지를 설명한다.
탕탕이 씹히는 맛은 약하지만 낙지에 소주 생각이 난다.
충호 형과 친구들이 다 말린다.
식사하고 나오며 영대가 기둥의 독립유공자 표지를 보며 말을 거니
자기 할아버지가 벌교와 낙안에서 독립운동과 만세를 불러 희생달하셨다고 한다.
박태문이시라며 현충행서의 사진까지 보여준다.
난 최근 보성의 근대인물에서 본 듯 하다고 말한다.
(집에 와 보성군 인물편을 보니 보이지 않는다. 순천에서 언급했을 듯하다.)
동강 만남의 광장에 와 서로 짐을 정리한다.
참석 못한 이종필의 선물 하나 산다고 선물코너로 간다.
충호형이 매실청을 하나씩 사 주신다.
종필이가 녹동 시장에서 사 온 유자를 나눈다.
유자는 내가 사 주거나 아니면 김 한속이라도 사 나누고 싶은데 째째하게 참고 만다.
모두 여름 영광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목포 후배의 조문을 가는 태현이를 태우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2시 20분이다.
3시 15분까지는 많이 남았는데 태현이는 날 떠민다.
염치없이 나와 집으로 오는 길은 졸음이 공격해 창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