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낮아졌어요!
지난 18일 오전에는 한 신경과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접수대에 신경과 전문의 김 아무개 원장의 진료를 신청했다. 순번을 기다리는 시간에 진료의사에게 제시하기 위해 혈압측정기에 혈압을 재보았다. 기록지에는 최고 혈압113, 최저 61, 맥박 80으로 나왔다.
20여분을 기다려 전문의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서 오셔요’라더니 ‘별일 없으셨지요?’라며 미소 짓는 원장에게 기록지를 내놓았다. 기록지를 훑어본 그는 자기 손으로 혈압을 다시 재보았다. 그러고 나서 의사는 나를 쳐다보며 ‘혈압이 좀 낮아 졌어요. 오늘 처방부터는 아침에 복용하는 알 약 중에 노란 약 한 가지는 넣지 않겠다’ 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냥 기분이 좋았다. 병원과 이웃한 늘 다니는 약국으로 가서 처방전을 내놓고 조제가 끝나길 기다리며 약국 휴게실에 놓여 진 안마 의자에 앉아 여직원이 가져다주는 따끈한 차를 마시며 약사에게 그동안 처방하던 약 중에 하나가 빠진 이유가 뭐냐고 물어 볼 셈이었다.
잠시 후 조제해 나온 약 봉지를 든 약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검은 테 안경의 40대의 그는 내가 묻기도 전에 ‘약이 하나 덜 들어가네요. 아마도 혈압이 많이 좋아지셨나 봐요’라며 가는 미소를 띈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약사의 설명을 듣는 순간 뜻밖에 혈압이 낮아졌다는 소리를 듣다니 이 말은 하나의 선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다니는 신경과 원장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던 일이 떠올랐다. 그와의 첫 만남은 대전엑스포가 열리던 1993년 9월12일에 이루어졌다. 일요일이었던 그 날 아침 일찍이 대전 갑천에 나가 누렇게 물들기 시작하는 천변 초가을 잔디밭 걷기를 한 시간쯤 하고 아파트로 들어가던 길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아주 매운 고추 매움이 느껴졌다. 속이 갑자기 메스껍고 울렁이며 전에 없이 온 몸에 땀이 나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병원부터 가자고 서둘렀다. 그러나 나는 주일이라 성당 미사부터 다녀온 뒤 가자며 미뤘다. 이웃에 사는 교우 내외와 성당을 향했다. 가는 동안 다시 온 몸에 땀이 흐르며 가벼운 구토증세가 이어졌다.
성당 정문 앞에서 저녁미사를 참례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집으로 되돌아서야만 했다. 주일 당직병원을 급히 찾았다. 당직병원 원장으로부터 ‘속히 큰 병원으로 가라!’는 호통에 친구가 원무과에 근무하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 당시 일요일인 종합병원 응급실에는 전문의는 보기 힘들고 레지던트와 간호사들만이 바삐 오갔다.
응급실 병상에 누어 전문의의 진료를 독촉했으나 기다리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급한 마음에 그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 집으로 전화, 친구 부인과 통화, 친구가 마침 신경과 전문의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친구 부인에게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이렇게 하여 서둘러 병원에 들어온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게 되어 일단 위급한 상황을 면하고 2개월여의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하게 되었다. 퇴원 후에도 병원 신경과 과장으로 있는 그 전문의의 진료를 계속 받게 되었다. 그 후 전문의가 개인병원을 차리면서 전문의를 따라 그 병원을 다니며 그의 진료를 받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혈압이 낮아졌다는 말을 듣기는 진료 20년째에 처음이라 너무나 큰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이다. (2012. 10. 21.)
첫댓글 나도 혈압약을 수년째 멱고 있으면서 신체의 증상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지.
그사이에 힘든일이 있었군 이 시험 뒤에 좋은 의사를 만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 나도 십여년째 혈압약을 들고 있지만 120 밑으로 내려간적이 없다네 보통 130 근처를 돌다가 어떤때는 140도 된다네 무시하고 지내지
오랜만에 카페에 들어왔네. 약 한가지를 빼게 되었다는 것이 큰 보람일세.. 운동 열심히 한 결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