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목련, 그리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눈을 뜨고 걸으면, 악대에 맞춰 행군이라도 하듯 두 팔이 흔들어지고 걷는 발걸음마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듯 경쾌해진다. 좀 시간이 지나 잎들이 봉긋 솟아나고, 이제는 녹음까지 우거져서 아카시아 향은 콧구멍에 입맞춤을 한다.
이 좋은 계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겨울에 시달린 탓일까? 남쪽으로 떠나고 싶다. 형편이 허락한다면 땅 끝으로 떠나고 싶다. 그래도 ‘이 늙은이들을 고대하고 반겨줄 사람’ 윤석이 있는 곳이 제격이다. 잠자리도 있고 차량마저 준비된 곳이어서 우리들 처지에서는 안성맞춤이다.
버스를 타니 어제 읽은 글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욕심이 없으면 적이 없고, 아는 게 없으면 근심이 없고 싸우지 않으면 질 일도 없다.’는 노자의 글 때문이다. 그렇다면 2박 3일 동안 차를 타고 걷고 때때로 마시면서 팍팍 돈을 쓰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출발은 고속터미널에서 시작된다. 이 버스의 종점 광주에 내려 점심을 먹고 ‘회진 행’ 직행 버스로 옮겨 몸을 실었다. 작년에는 7명이던 일행이 금년에는 8명이다. 1시간이 조금 지나자 우리들의 숙소이자, 윤석 선교사가 근무하는 장평성당이 있는 정류장에 도착했다.
와!, 촌에 있는 공소건물이 장난이 아니다. 화장실에 비데마저 있다. 또 차를 탄다. 이번에는 봉고차다. 보성녹차 밭이 다가오고 그 유명한 ‘벌교상고’도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작년에 들렸었던 강진성당은 변함없는 구원의 성체로 다가오고, 낙안 읍성은 방문객들의 행색과 어울려
과거와 현대가 함께하는 ‘풍경’이다.
아침 기상시간이 너무 이르다. 서두르는 폼이 멀리 갈 모양이다. 이른 시간에 일행 모두가 차에 탑승을 완료했다. 다가오는 이정표는 계속 해남을 가르친다. 조그만 선착장에 도착해서 표를 사라기에 행선지를 확인해보니 보길도이다. 마시고 돈을 팍팍 쓰는 일이 크게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 보길도에 와서야 학문 높은 두 어른의 족적을 만나게 된다. 한분은 ‘송자’의 칭호 까지 받으신 우암 송시열 선생이시고 다른 분은 고산 윤선도 선생이시다. 지금의 언어를 빌려서 표현하면 라이벌 이시고 살벌한 표현을 빌리면 政敵이시다. 두 분 모두 그 옛날에 80세를 넘겨 사셨으니 보길도는 長壽와 학문에 관련이 있는 섬인가보다.
섬은 전복양식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까지 와서 전복 회를 먹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한이 될 사람이 있을 것만 같다. 죽 맛도 서울보다 10배는 맛이 있고 회의 향기는 입안에 가득하다 못해 목구멍을 넘겨 코끝을 자극한다. 오죽하면 이빨이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소주를 마시면서 ‘크’ 할까!
첫날은 장흥의 쇠고기를 먹고, 둘째 날은 전복 회와 광어회, 셋째 날은 홍어 찜, 게다가 구름이 머문다는 화순 ‘雲住寺’까지 돌아봤으니 얼마나 즐거운 여행 이었겠나! 생각할수록 오감에 기쁨이 넘쳐난다. 그리고 차를 타고 걷고 때때로 마시면서 돈을 팍팍 써보니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얻어낸 결론은 노자말씀은 하느님의 제자들에게는 전혀 얼토당토한 말이라는 것이다. 그저 제자백가 중 한분의 말일 뿐이다.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은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체에 유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때로는 욕심을 내고, 지적탐구를 꾸준히 하고, 불의에 맞서 싸워서 하느님이 주신 평화를 지켜내야 되지 않을까?
“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12,30-31)는 성경말씀을 육화시켜서 자유, 정의, 진리, 그리고 사랑의 4기둥으로 이루어진 평화를 지켜내는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야 하겠다.
첫댓글 제가 빠트린 내용은 댓글로 보충하시기 바랍니다.
크 크 하느님 만 아시는 거 크 크 참 넘 즐거운 순례길 준비하신 울 스테파노 총무님 넘 넘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두 감사합니다.
형제님자매님들 순례의 길에 주님과 같이 동행(성경에 말씀에 교우들이 2명이상이 있는곳에는 항상주님이 있다는 말을 인용) 총무님(양명석스테파노)의 말씀이 좋습니다
총무님의 말씀대로 마음을 비고 자연과 바람과 같이 주님의 성령을 충만히 받고 온것을 축하합니다. 아쉽다 참석하지못한것이..........
언제나 해박하고 유모스러운 스테파노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동행해서 다녀온듯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을 너무 잘 쓰시니 댓글 올리기가
조심스럽네요 .8명의 형제님들의
여행기 재미있게 읽었어요.
스테파노 총무님의 <文才>가 넘치는 기행문 입니다. 즐거운 <피정>이 되셨다니 보기에 좋습니다. 축하 합니다. -이시돌-
즐거운 피정이었습니다. 윤석스테파노 선교사가 너무 수고 많이 하셨고 스테파노 총무께서 출발부터 도착까지 신경써가면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생각만해도, 느낌만 가져도 정말로 좋은 피정길입니다...형제님들 좋은나들이하셨읍니다..스테파노 우리선교사님,언제고 형제를 위하여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