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5.26.
이른 아침부터
카잔(Казань) 투어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상급기관의 전갈이 들린다.
... 오늘은 걷는기 좋겠어예. (에고~)
카잔(Казань)에는 솥과 관련된 전설이 많단다. 그래서 솥 분수도 있고, 솥으로 디자인된 페밀리 센타도 있다.
카잔(Казань)에서는 결혼식을 두 번씩 하는데 한 번은 솥 모양의 페밀리 센타에서 하고 한 번은 각자의 종교에 따라 모스크나 성당에서 한다.
시티투어 돌면서 어째 저리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이 있는가 생각했는데 그런 사연이 숨어 있었다.
나중에 카잔(Казань)을 떠나면서 든 생각이, 카잔은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특별한 곳이다. 이럴 경우 우리도 한 솥밥을 먹는다는 말을 쓴다. 지도자는 조화를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
일단 카잔(Казань)의 크렘린 지하철역을 보기 위해 지하로 씩씩하게 내려갔는데 표를 자동 기계로만 구입한다. 애뭇다.
대체로 러시아의 시골에서는 영어가 안 통한다. 그래서 영어보다 통밥이 한수 위의 소통이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가 빨리 때려잡아야 한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지도들고 가마이 서 있기만 해도 메이 아이 핼프유? 한다. 왠만한 도시에는 영어하는 사람 많고. 또 잘한다.
요숙이 러시아 사람과 토크 중이다. 요숙이 길을 묻는기 아니고 러시아 사람이 갈케주고 싶어 해서다. 그만큼 러시아 사람들 잔정이 많다.
지하철 역 벽면이 잘 장식되어 있다.
이슬람 문양인듯 하다.
한 역만에 카잔 크렘린이다. 지하철 맛만 봤다.
지상으로 올라와 농민궁전이라 불리는 농림부 건물을 보러 가야 된다. IT계의 일인자 미송이 온갖 전자장비를 들고 길을 연구 중인데 요숙이 혼자 막 간다.
(뒤에서 다급하게)... 보소 길을 찾아서 가야제~
(요숙).. 그거 머~ 찾을거 있능교.
요리 가마 되요.
요숙이 건물 사이의 샛길로 간다.
< 여행자 Tip >
작은 샛길은 Navi 에 안 나온다. 이때는 종이지도가 최고다.. 일인자 스타일 구겼다.
사회주의 국가 러시아에도 구걸하는 이가 있다.
성당 앞에서 유심히 봤는데 누군가 동전을 주니 그가 가고 난 뒤에 아무도 없는데도 그를 위해 성호를 그으며 한 동안 기도해준다. 걸인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 둘 다 조금씩 기부했다. 우리가 주었지만 받은 것도 우리다. 축복을 받았다.
농림부 가는 길에. 뒤편의 경관이 만화같다.
농림부 건물이 무슨 성당이나 박물관 같다. 확대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매우 정교한 건축이다.
다시 농림부를 지나 카잔대학으로 가는데 주변의 주택과 아파트가 보통 고급이 아니다.
시베리아 평원에서 제대로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한 검은 무채색의 시골 나무집들이 떠올랐다.
사회주의 국가. 공산국가. 이런 단어들이 머리 속을 오갔다.
사회주의 공산국가를 꿈꿨던 레닌. 그가 젊은 시절 다녔던 카잔연방대학으로 갔다. 건물 위에 <카잔 연방 유니버시티>라고 적혀있다.
재미난 사실은 이 대학이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했는데 이 사람들이 졸업을 못했다는 거다. 레닌이 그렇고, 톨스토이가 그렇다.
러시아의 모든 도시의 메인 광장은 거의 레닌광장이고 거기에는 어김없이 나이든 레닌상이 있지만, 여기에만은 젊은 레닌 상이 있다.
퇴학당한 레닌이 대학 정문에 서 있다.
젊은 레닌이 무엇을 꿈꾸고 나이 든 레닌은 무엇을 걱정했을까. 어떻게 레닌상이 모든 도시에 있는가. 7080년대의 격동기를 살았던 경상도 보수의 머리 속에는 낯선 의문들이 오래 맴돈다.
다음 미션.
카잔(Казань)의 명물이자 타타르스탄의 전통과자인 착착(Чак чак)을 맛보시라. 요고 추천입니다. 괞찮아요. 낫살 묵은 어른들 당 떨어질 때 직빵입니다. 맛? 아~ 오랫만에 굿 한표!
러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 카잔역이다.
(복습: 러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역은 Новосибирск역)... 정답: 노보시비르스크역
...
카잔(Казань)을 스비다냐 하고 390km 떨어진
니즈니노브고르드(Нижний Новгород)로 출발.
도시가 가까워지자 무슨 까닭인지 차가 18km나 정체되었다. 놀라운 일은 갓길이 넉넉한데도 한 줄로 기다릴 뿐 끼어들기 하는 차가 없다.
밤늦게 비까지 쏟아지고 정체가 2시간이 넘어가자 인내심 바닥 난 친구들이 서너명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대단한 젠틀맨들이다.
2019.5.27.
밤새 비가 그쳤다.
니즈니노브고르드(Нижний Новгород)의 크렘린 너머로 멀리 볼가(Волга)강이 보인다.
숙소 바로 앞에 성당이 있는데 십자가에 초승달이 함께 있다.
어제 공부에 의하면 십자가는 기독교. 초승달은 이슬람이다. 아무리 공존하는 곳이라지만 이건 놀라운 일이다.
그 말을 들은 요숙이 어느새 토크 진행이다.
작은 성당에 찾아오는 이가 없었던지 혼자 성당을 지키던 수녀님이 열렬하게 설명하셨다. 그마이 마이 알라꼬 한거는 아인데. 송구했다.
결국에는 지하 참배실까지 보여주었다.
사진을 잘 보면 좌우 유리창문으로 많은 유골들이 보인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은 하지만 모스크와 성당이 하나가 될 수는 없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존이란 각각의 색깔을 존중할 때라야 가능한 관계이다. 두 색깔을 섞는 것이 공존이 될 수 없다. 부부처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머 오바했나?
성당의 꼭대기에 십자가와 같이 있는 초승달은 교회를 지구에 굳건히 고정시키는 앵카의 뜻이라고 한다.
이런 고난도 전문 내용을 번역기로 알아 듣자면 얼마나 고생했겠능교. (눈치도 빨라야 되요)
...
여기 니즈니노브고르드(Нижний Новгород) 에도 동성로가 있다.(어~ 서울 사람은 명동)
볼사야 뽁로브스카야(Вольшая Покровская улица)이다.
끝의 울리차(улица)는 street로 ул. 요렇게 보통 약자로 쓴다.
볼사야 뽁로브스카야(Вольшая Покровская улица)에는 니즈니의 관광명소가 모두 모여있다.... 날도 좋고 느긋하게 산책했다.
좁은 골목 사이에 조그만 재래시장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아주 맛나게 먹었던 체리가 눈에 띈다.
이 체리 아저씨 뭄바이가 고향이란다. 억수로 유쾌하다. 요숙의 입에 체리를 넣어 주었다.
가게 유리문 보고 증명사진. 가게 안의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했을꼬.. 쯧쯧.
여가 러시아가? 유럽이가?
유난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만타. 사람들도 이쁘고 거리도 멋지다. 비갠 아침 공기에 햇빛이 평화롭다.
밥 묵자고 레스또랑에 들어왔는데.
어이쿠 또 시작이다. 메뉴 봐라. 논문나온다. 언어별 메뉴를 내놓고 영어로 질의응답시간이 시작되었다.
Very kind of you. 뽈루나 고마버요. 아마 주문에만 10분은 훨~ 넘었을 것이다.(요숙저항)
1시경에 들어가서 나오니까 3시40분이다.
기록 경신했다. 그만큼 편안한 런치시간이었다. 송아지 바베큐 굿.
러시아 사람들 박력있네. 잘~ 보소. 도끼.
숙소를 볼가(Волга)강 뷰가 좋은 곳으로 옮겼다. 호텔 투숙 시간도 여행이다. 담벽으로 둘러싸인 호텔은 아무리 고급이라도 낫굿이다.
볼가(Волга)강 일몰이 아름답다.
다 스비다냐...до свидания~~
(안녕히 계세요~~)
니즈니노브고르드(Нижний Новгород)가는 길 (5/27 0: 52)
첫댓글 쌤예 이라몬 우짜면 좋은교. 너무 재미있어서 읽능데 애뭇다아잉교. 배꼽빠지고 허리 뿔라질뿐 했심더. 마사 재미있으시지예. 지도 한분 가고시퍼예. 또 올려주실끼지예? 고맙심더예
러시아에 점점 빠져듭니다.
팬풀룻 부시는 모습은 아직 안나옵니까?
꿀젬입니다...
노래로만 듣던 볼가강을 .... 저녁놀이 아릅답네.
"공존이란 각각의 색깔을 존중할 때라야 가능. 두 색깔을 섞는 것이 공존이 될 수 없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오늘부터 은퇴기 접속가능: ,그런데, 통밥은? 갈케주고, 그마이 아이, 오바했나,..... 러시아어보다 더 어려운 말이 마이 나오고,... 그래도
조금씩 부조했다 는 말에 가난한(?) 여행자의 고운 마음씨에 가슴이 뭉클,... 더욱 젊어보이고 예뻐보이고 자신만만 씩씩해보이는 요숙이 와 마송씨! 앞으로 남은 여정이 더욱 즐겁고 신의 가호가 늘 함께 하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