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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솔로몬의 판결, 그리고 노공이산 |
조회수 : 10
08.04.05 12:12
http://cafe.daum.net/fm4u/4Fl8/14
노무현 전대통령이 봉하마을에 귀향한 후 얼마전에서야 인터넷 필명을 지었다 한다. 이른바 노공이산이라...
원래는 우공이산으로 하려 했는데, 이미 그의 홈페이지에 등록된 필명이라 어쩔 수 없이 노공이산으로 지었다는 말은 퍽 신선하게 들린다. 홈페이지 주인, 그것도 전직 대통령이 일개 유저의 필명조차 선착순 규칙을 지키느라 존중하는 것은 말은 쉬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역시 노무현다운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말로만 하는 민주주의 원칙, 법치주의 원칙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치 않은 일이기에 특히 더 신선한 그만의 장점이다.
어쨌거나, 이 우공이산, 아니 노공이산이라는 필명은 그 사자성어의 뜻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이루기 어렵고 지난한 일이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멀리 내다보면서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도덕교훈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우공이라는 사람이 산을 옮기겠다고 묵묵히 일하는 것에서 비롯된 고사라니까 말이다.
여기서 엉뚱한 이야기 하나...
솔로몬의 판결에서 나오는 아이의 친어미와 가짜 어미의 차이를 이해해야만, 왜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시민주권운동 세력들이 이루고자 하는 일이 '산을 옮기는 것'처럼 어렵고, 기약없이 오래 걸릴 일인데도 그걸 포기하지 않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그래서 생뚱맞은 솔로몬 판결 이야기와 우공이산 고사를 엮은 것이다. 제목으로 말이다.
친어미와 가짜 어미의 가장 큰 차이는 친어미는 아이의 소유권보다 아이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긴 데 비해서, 가짜 어미는 소유권에만 집착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솔로몬이라는 현자가 재판을 주관하지 않았더라면, 친어미는 아이를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의 소유권을 확인받자고, 자기 배로 낳은 아이를 찢을 수는 없는 것이 친어미의 심정 아니겠나?
노무현, 혹은 노무현 세력은 지금 현실 정치판에서 '실패'로 귀착된 듯 보인다. 정책적인 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는 정권을 잃었고, 그의 후계세력은 제대로 된 당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위축되었으며, 대통령에 당선될 때 그랬던 것처럼, 그를 따르는 세력들은 여전히 이른바 '민주평화개혁세력' 중에서도 비주류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을 쥐었으면서도,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 권한 행사를 꺼린 대통령이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여당 내부의 배신에도 그는 자신의 권력을 동원하는 대신, 설득, 양보와 타협을 택했다. 그것이 민주적인 방식이라 믿었던 탓이다.
4대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여당을 장악해야 국정운영의 힘을 받는다고 참모들이 건의했지만, 완강히 거부하고 모두 놓아 버렸기에, 집권 여당이 청와대에 반기를 들어도 이를 제어할 아무런 장치가 없었던 탓이다.
언론이 사실과는 아무 상관없는 중상모략과 허위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헐뜯어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행위 이외의 '외압행사'를 스스로 포기했던 탓에, 모든 언론이 사사건건 그를 폄하하고, 그가 이끄는 정책들을 난도질하고, 여론을 조작했는데도 묵묵히 견뎌야만 했던 것도, 스스로 쥔 권한 행사를 포기한 탓이다.
왜 그랬을까?
바로 솔로몬의 판결에 나오는 친어미 같은 심성을 그가 지녔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자고 자식을 죽일 수는 없었던' 친어미의 마음을 그가 가졌기 때문이다.
자기말을 듣게 하자고,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는 없었다. 그건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에... 민주공화국에 제왕적 대통령은 어울리지 않는 모순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다고 욕한다. 우공의 계획을 들은 이웃들이 그를 어리석다 욕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공은, 아니 노공은 뜻을 꺾지 않고 묵묵히 일하면, 태산도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티고 있다. 그가 이루려는 꿈은 산을 옮기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다. 시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으로 행동하고, 대접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분명 우공, 아니 노공과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 솔로몬 판결의 친어미와 같은 '아들의 소유권을 잃는 아픔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를 떠벌리는 세력들은 많다. 민주주의를 팔아먹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국민들 가슴에 피멍이 들건 말건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붕대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빨갱이 취급을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이라고 우기면서 말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애야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가짜 어미처럼 말이다.
그런 이들을 볼 때마다, 힘들어도 고통스러워도, 진짜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가 희생하는 노무현의 걸음을 우공이산의 고사에 빗대어 칭송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디 노공이 평생 꿈꾸던 세상이 언젠가, 아니 이른 시일내에 이뤄지길 바란다. 우리 국민들이 솔로몬과 같은 현자의 눈과 가슴을 가질 수 있다면, 분명 그날은 곧 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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