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일 시: 2018년8월26일 일요일 오전10:00부터 13:00까지
장 소: 경북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
참석자: 이혜연, 성정일, 박상호 외 객원2명(이귀숙, 이현숙)
경 로: 산림수련관 – 500년송 – 못난이송 – 미인송 – 제2탐방로 – 산림수련관 5.3km 가족탐방로
0000 금강소나무 숲길이란
금강송에 대하여 별다른 지식이 없던 차에 울진 금강송 숲길을 답사하기로 했다. 시골 고향에도 소나무가 많아서 원래부터 친근하지만 구체적인 자료나 지식보다는 소나무 자체의 형태나 생명력 그리고 외양만을 좋아했다. 이 기회에 금강송 숲길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아래와 같이 적혀있다.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로 2010년 7월 1구간은 13.5km, 2011년 9월부터 3구간 16.3km 정상운영 되고 있으며, 2구간은 단체 탐방객 예약 운영하고 있습니다. 4구간, 5구간은 현재 시범 운영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선착순 마감됩니다.
탐방예약과 가이드를 동반하는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숲인 금강소나무 숲을 보호하고, 산양을 비롯한 멸종위기 동식물의 삶터를 보장해 주는 것이며, 오지탐방이기에 탐방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나아가 생태관광의 공정여행과 책임여행의 구현이기도 합니다.
작은 불편과 작은 제한이 큰 지구를 지키고, 미래에 희망을 만들어 갑니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이러한 생태관광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공정여행"과 "책임여행"입니다.
울진금강소나무 숲의 품 안에 있는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식물을 보전하고, 난 개발을 억제하며, 지역주민에게 사회적·경제적 도움이 되도록 합니다.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에 예약제를 시행하고, 일일 탐방인원을 제한하며,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해야 하고, 숲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탐방합니다.
지역주민의 집에서 민박을 하고, 도시락은 지역주민이 직접 만들어준 음식을 권장합니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은 모두 6개코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가는 코스는 5월부터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가장 짧은 5.3km 코스로 가족 탐방로이다.
0600 금강송면으로
이른 아침인 6시15분에 귀숙 선생님께서 차려주신 아침상을 받았다. 어제 밤에 지인의 맛난 김치를 기어이 챙겨 오셔서 아침상에 올려 주셨다. 생선구이와 된장국의 담백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선생님께서 차려주신 선생님 같은 밥상을 눈을 비비면서 맛나게 먹었다. 전날 말씀해 주신 정말 풀 패키지 여행길이다. 이른 시간에 영해를 떠난 덕분에 구불구불한 산길에도 불구하고 약속시간보다 45분이나 이른 9시15분에 금강송 수련관에 도착했다. 금강송면은 원래 울진읍의 서쪽에 위치하여 서면 이었으나 2015년 금강송 군락지임을 감안하여 면이름을 금강송면으로 아예 개명하였다.
이 곳에서도 여지없이 칠이는 전전날의 음주로 인해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남자 간이 화장실에는 대변기가 없다는 점이다. 칠이가 여러 번의 각오 끝에 여자 화장실로 향했음을 예감했다. 다른 여행객들의 차가 속속 도착하고 여성들 몇 분이 하나밖에 없는 여자 화장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아뿔싸! 칠이는 어떤 표정으로 화장실을 나올까? 그러나 내 근심과 기대는 한낱 기우였다. 칠이는 포부도 당당한 걸음으로 얼굴을 치켜들고 화장실을 나선다. 오히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여성분의 표정이 불편해 보인다. 역시 칠이의 뻔뻔한 용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가만히 다가가서 창피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칠이 왈 나름 배려하느라 줄이 서 있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왔단다. 우하하하.
0950 금강송 숲에 대하여
금강송을 안내하는 해설사의 간단한 일정 소개가 있었다. 오늘 코스는 평상시에는 운영하지 않는 한시적인 탐방 코스라고 한다. 약 두시간 동안 금강송 숲을 돌고 출발지로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나서 탐방을 파하는 일정이다. 금강송면에서는 별도의 답사 안내비를 받지 않고 답사 예약과 도시락을 인원에 맞게 요청하면 도시락 비용으로 만으로 현지 주민들이 점심을 제공하고 숲 해설사까지 붙여서 코스를 안내해 준다고 하니 참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이참에 소나무가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려주는 글이 있기에 여기에 옮겨본다.
한국인의 삶과 함께한 소나무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삶과 어우러진 가장 가까운 나무였다. 한민족은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소나무와 함께 했다. 소나무 들보를 얹은 집에서 태어나고,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 안에서 세상의 첫날을 맞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산모의 첫 국밥은 물론이거니와 조리하는 데 마른 솔잎이나 솔가지는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흉한 보릿고개를 넘는 데는 물오른 송기가 허기를 달래주었다. 덕분에 산림이 황폐해지기는 했지만 소나무는 훌륭한 땔감으로 긴 겨울을 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나무 관에 담겨 소나무 숲에 묻혀 흙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땔감뿐 아니다. ‘관솔’이라고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가 있다. 송진 때문에 불이 잘 붙으므로 예전에는 여기에 불을 붙여 등불 대신 이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송명(松明)’이다. 그러니까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소나무는 우리네 민족의 삶과는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 인터넷 오마이뉴스 낮달님 답사기중에서 -
1000 금강송 숲속으로
해설사의 뒤를 따라 달콤한 향기가 나는 감초 밭을 지난다. 길가에 처음보는 속새를 보며 언덕길을 오른다. 대장님과 귀숙 선생님께서는 여러번 이곳을 다녀 오셔서 인지 여유가 가득한 표정이시다. 금강송을 노래한 안도현님의 시비 앞에 섰다.
울진 금강송을 노래함 / 안도현
소나무의 정부가 어디 있을까?
소나무의 궁궐이 어디 있을까?
묻지말고,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로 가자
아침에 한 나무가 일어서서 하늘을 떠 받치면
또 한 나무가 일어서고 그러면
또 한 나무가 따라 일어서서
하늘 지붕의 기둥이 되는
금강송의 나라,
여기에서 누가 누구를 통치하는가?
여기에서 누가 누구에게 세금을 내는가?
묻지말고, 서로가 서로를 다스리며 그윽하게 바라보자.
지금은 햇빛의 아랫도리 짱짱해지고
백두대간의 능선이 꿈틀 거리는 때,
보이지 않는 소나무 몸속의 무늬가
만 백성의 삶의 향기가 되어 퍼지는 때,
우리 울진 금강송숲에서
한 마리 짐승이 되어 크렁크렁 울자.
시의 내용이 다분히 진보적이다. 안도현 시인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전북 이리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시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진보주의 작가이다. 지금은 우석대 문예 창작과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진보적인 시의 내용들이 이해가 된다.
금강송은 금강산에서부터 경북 북부 지방의 봉화, 울진까지 금강소나무숲 벨트로 형성되어 있는데 춘양목, 황장목 등이 모두 한 가지 소나무의 여러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 금강송면의 소나무 묘목을 다른 지역에 심어 봤더니 결국은 지역의 토양 특성에 맞게 곧게도 구불구불 하게도 자라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소나무의 연령대별로 단면을 잘라 놓아 옹이와 심재의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 전시해 놓았다. 옹이가 세월이 지나면 점차 사라지며 누런 심재로 변하기에 그 이름을 황장목이라고도 한다. 시간이 깊어질수록 상처 난 옹이를 메우고 더 단단한 내면의 심재를 만들어 가는 금강송은 소나무의 으뜸이자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이다. 몇 백 년은 됨직한 금강송 목재 위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네 분의 웃음이 환하다.
1034 500살 소광리 금강소나무님을 만나다.
멀리 에서도 소나무 한 그루의 자태가 빼어나 보인다. 붉은 빛깔의 철갑과 푸른 잎을 올려다 보니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1982년도에 이미 500살이며 25m 높이에 96cm의 지름이라고 한다. 현재시점으로 보면 536세 이시다. 나이가 들수록 기품이 있다는 말은 이 소광리 500살 소나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조선시대 성종 때에 태어나셨다는 안내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만나 뵙는 기분이다. 이런 멋진 나무들이 소광리 금강송 숲을 가득 채우기를 희망해 본다. 일제 시대에 많은 소나무들이 베어져 수탈되었는데 아직 울진에는 금강송 숲이 보존된 이유가 궁금하다. 역설적이게도 너무 오지라 나무 반출을 위한 길을 만들기가 어려워 숲이 보존 되었다고 한다.
임도를 따라 산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늘씬한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에 젖은 푸른 잎들이 붉은 기둥들과 대비되어 더욱 푸르르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기운차다. 숲 속에는 싱그러운 버섯들과 야생화가 숲의 생명력을 키워내고 있다. 산 등성이가 훤하게 비워진 곳에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금강송 님을 뵙는다. 안내판에는 16-1호 보호 소나무이며 2005년 기준 520세 라고 적어 놓았다. 현재 기준으로는 533세 이시니 먼저 본 소나무의 아우님이시다. 금강송 할배들을 보며 이름이 16-1,2호로 불리고 있다니 섭섭하다. 이건 관리 번호이고 근사한 이름 하나 지어 드리고 싶다. 금강할배, 백두할배, 소광할배라 불러 드리고 싶다.
1102 비내리는 금강송 숲길에서
약한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우산이 없는 칠이는 후드티를 겹쳐 입은 채 같이 우산을 쓰자는 내 제안을 거부한다. 수염이며 후드티를 입은 모습이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비가 오기 시작하니 숲 속에 물안개가 스믈스물 스며들고 흰 도화지에 그려진 금강송들은 신비로움을 더해간다. 공생목이란 표지판을 발견하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소나무와 참나무 두 그루가 한데 엉켜 서로 위로하듯 치솓아 있다. 평상시에는 이곳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말에 더 특별한 마음이 든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금강송은 더 늘씬하게 솓아 오르고 물안개도 짙어간다.
1120 원점으로 하산
높이로는 정점에 올랐나 보다. 이곳에서 다시 원점으로 하산한다는 해설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후미에서 금강송님들을 사진에 더 담아보려고 한다. 일행들의 알록달록한 우산이 솔숲 사이로 멀어진다. 안개에 잠긴 금강송들이 용처럼 하늘로 치솟아 있다. 풍경에 취해 한참을 홀로 서 있었다. 멀어진 일행을 따라 잡느라 바삐 걸음을 옮긴다. 친구 현숙의 모습이 눈에 잡힌다. 불편한 다리로 약속을 지키느라 여행에 동참해 준 마음이 고맙다. 대장님께서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해 주신다. 찰칵! 올라올 때 보았던 계곡에 물이 콸콸 흘러 넘치고 금강송들은 물안개에 젖은 붉은 기둥을 하늘에 맞닿을 듯 솓아 올리고 있다. 숲 속 길 야생화를 만나고, 돌다리를 건너고, 쏟아 내리는 물줄기를 만나고, 정겨운 나무 다리를 건너 정자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점심을 싣고 온 소광리 주민의 트럭이 보이고 맛난 냄새가 소나무 숲 속으로 퍼져 나온다.
1200 십시일반을 실현한 점심
소나무 숲길 탐방을 끝낸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점심을 배식 받고 있다. 일행들은 이미 배식을 받았고 나는 맨 뒤에 서서 배식을 기다렸다. 앞줄에서 밥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중이라 탐방을 신청한 사람들이 많이 불참할거라는 예상이 빗 나갔나 보다. 큰 접시에 반찬만을 담아 일행들에게 갔더니 각자의 밥을 조금씩 나누어 주신다. 다 받아 접시에 담고 보니 내 밥이 제일 많다. 맛나게 점심을 먹고 정자에 앉아 커피와 과일까지 나누었다. 정자 지붕을 흘러 내리는 비가 마음을 다독여 준다. 산림 수련관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계곡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 중간 중간 사람을 만나고 특정장소를 지나면서 대장님과 귀숙 선생님께서 몇 코스의 시작점이며 여기가 어디라고 말씀해주신다. 모든 코스를 섭렵한 달인이시다.
1333 우야꼬 선생님과 헤어짐
영주와 울진에 이르는 계곡길은 불영계곡으로 유명하다. 길이 험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서울로 가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영주까지 새로 단장된 36번 국도를 타기로 했다. 우야꼬 선생님의 영해행 버스는 불영사 입구에서 13/30분에 있다고 하니 불영사 정류장으로 향한다. 시간이 촉박해서 운전하는 칠이가 속도를 낸다. 구불구불한 불영계곡을 따라 이곳에도 붉은 금강송들이 늘어서 있다. 예상보다 조금 일찍 정류장에 도착하니 할머니 한 분께서 앉아 계신다. 버스 유무와 시간을 여쭤보니 다행히 우리 예상과 모두 맞아 떨어진다. 버스는 정시보다 3분을 늦게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쉽지만 헤어져야 하는 선생님께 칠이와 나는 같은 목소리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선생님께 힘껏 외쳤다. 머리 예쁘십니데이~ .
00000 고단한 귀경길
귀숙선생님을 보내 드리고 서울로 향한다. 불영계곡의 36번 국도는 새로 정비를 해서 말끔하다. 고속도로로 향하는 길이 가다말다를 반복한다. 지난한 기다림 끝에 결국 우리 차는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기흥에서 친구 현숙이가 내리고 수원에서 칠이와 헤어지고 인덕원역에서 이대장님과 이별을 고했다. 짧은 1박2일에 담아온 수 많은 풍경과 추억들을 되새기며 집으로 향한다. 이번 영덕 블루로드길과 금강송 숲길 여행은 이대장님과 귀숙 선생님의 오랜 우정이 빚어 낸 명품 여행길이다. 좋은 여정을 마련해 주신 두 분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우리 친구 현숙이도 아픈 다리를 참아 내느라 고생 많았고 막히는 길을 운전하느라 칠이 역시 고생 많았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첫댓글 다시 한번 금강소나무숲길 우중 트레킹을 하는 느낌입니다.
가을이면 또 다른 느낌이 들텐데...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