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죄인 됐다” 40년 장애인 위해 일한 그가 전장연에 등돌린 이유
김락환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회장
“먹고 살려고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민폐 안 돼“
“내가 배신자?누구보다 장애인 권리 위해 살았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김락환(71) 회장./서보범 기자
40년간 교통사고 장애인을 위해 일해온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김락환(71) 회장은 최근 몇몇 장애인단체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작년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본격화하면서 전장연을 전면에서 비판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박경석 전장연 대표에게 “왜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느냐. 아무 죄도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뭐냐”고 했다.
그러나 시위는 계속됐고 장애인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졌다. 지난달 24일 만난 김 회장은 “재수없다며 침을 뱉는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지난 세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한 순간에 무너졌다”며 “전장연 시위 이후에는 휠체어를 타고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하면 사람들이 주춤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1982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쭉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고 했다. 그는 “40년 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 열악했다”며 “가족들과 식당에 갔다가 소금을 맞고 면전에 ‘재수 없게 병신이 왔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장애 판정을 받은 후 여섯 차례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며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1989년에는 사비를 털어 고향 경북에 장애인재활자립복지회관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 기업 관계자를 찾아가 “국내차 점유율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매년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책임이 있지 않나. 나에게 돈 안 줘도 되니 교통사고 환자 재활 치료를 위해 도움을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엔 ‘박경석 저격수’가 됐다. 김 회장은 강연을 하겠다는 박경석 대표에게 한때 특강을 해준 적도 있을 정도로 수십년 전부터 가까운 사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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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2014년 전장연이 설 연휴를 앞두고 시외이동권 투쟁을 벌이면서 멀어졌다. 당시 김 회장은 박 대표를 향해 “방법이 틀렸다. 시간은 더 걸릴지 모르지만, 국회나 이해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집회를 해야지 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느냐”고 설득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그 시위 이후 휠체어 리프트가 만들어졌지만 타고갈 수가 없다. 휠체어를 고정해봤자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과정도 결과도 틀려버린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탈시설’을 두고 김 회장은 “현재 전장연이 요구하는대로 활동 지원가, 주거 마련 등을 모두 들어주려면 일인당 2억원의 예산이 든다”며 “장애인 이동권에 가장 중요한 콜택시도 갈 길이 멀고, 아동 천국도 못 만들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김 회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더디더라도 장애인을 돕기 위해 살아가겠다. 전장연이 장애인들의 대표인양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