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절대가치를 알고 절대가치를 누리며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가치를 모르거나 부인하고, 상대가치에 매달려 허덕이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일을 위해서라면, 그분을 위해서라면 비록 완전하게 이루지는 못할망정 기쁜 마음으로,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러한 대상과 이러한 가치, 그리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정열, 이것이 행복이요 절대가치입니다.
사회학자들은 인간의 성장과정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를 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입으로는 젖을 빨고 손으로는 젖무덤을 만지면 더는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유아기에는 그것이 절대적인 것입니다.
유년기로 접어들면 장난감이 중요해집니다. 어머니가 불러도 노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이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청년기가 되면 지식을 따릅니다. 진리나 지식, 좀 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합니다. 40대가 되면 사업을 원합니다. 온 생애를 걸고 무엇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사업적인 욕망이 커집니다.
50대로 접어들면 명예를 필요로 합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이번에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은 14명입니다. 1번, 2번 외는 당선 가능성이 0.1%도 없다는 것을 본인들도 확신하면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입니다. 당선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의 명예가 필요한 것입니다. 몇 억, 몇 십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뿌리고 다닙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정신없는 사람이라 거니, 그 돈으로 편하게 살지 뭣 하러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느냐 합니다만, 명예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그렇습니다. 명예를 얻으려고 양심을 팔아먹고 도덕성을 팔아먹습니다. 소중한 인격까지 내던지는 사람들로 인하여 사회가 이토록 시끄럽습니다.
60대가 되면 여러 모로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힘도 부치고 기억력도 떨어집니다. 이제는 그저 먹는 것에만 관심이 갑니다. 세상 것이 다 그림의 떡입니다. 내 입을 즐겁게 하는 것만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덧없는 것입니다.
때로 우리는 사업이, 자녀교육이 중요한 줄로 알고 거기에 온 정성을 쏟아 부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건강, 자기 욕망만을 채우느라고 바쁩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결국에는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마침내 니힐리즘에 빠지고 맙니다. 잘못 알고 살아왔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내 일생을 여기서 이대로 마쳐도 괜찮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그렇지 못해서 허무한 것입니다. 상대적인 것에 매여 허덕이고 있어서 피곤한 것입니다. 하루빨리 꿈에서 깨어나서 바로 이것이다, 이 순간을 위하여 나는 일생을 살아왔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은 절대가치를 발견하고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가장 고상한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excellency, the best’ 가장 귀한 것, 탁월한 것, 절대적 가치가 있는 것, 그 가치 자체도 소중할 뿐더러 그렇게 여긴다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알고 그렇게 여김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가치관이 수립되는 것입니다. 가장 고상한 것을 알고 나니 전에 좋아하던 것, 유익하게 여기던 것이 다 시시해져서 버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얻었기에 다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도를 발견했기에 다 안 것처럼 만족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 살기에 영생 안에서 현재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얻었기에 모든 것을 버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이 지식은 체험적으로 아는 지식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도를 알고,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리스도 안에 살기에 나의 존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리스도만이 나의 자랑이요 그리스도만이 나의 기쁨이요 그리스도를 생각하는 것만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리스도의 일을 하고 그리스도를 본받아 나가는 것이 나의 행복의 전부라는 말입니다. 이 기쁨 외에 아무런 기쁨도 없습니다.
2002년 6월 19일 중국 감옥에서 깊은 울림으로 간직했던 ‘가장 고상한’ 절대가치를 대통령 선거 날 아침에 다시 한 번 묵상합니다.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하노니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