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인역
중리역에서 산인역까지의 이동경로입니다. 버스를 이용했어요.
전에 올린 조잡한 여행계획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역간의 "이동방법" 이었습니다. 이동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세가지죠 열차, 버스, 보행. 물론 택시를 타면 제일 편하고 빠르지만 돈은? 홍낄낄~~
또한 슬쩍 말했었지만, 철도 답사임에도 열차를 사용하기는 그지같은게...
1. 중간중간의 무정차 간이역들을 답사해야하는데, 열차를 타면 스킵이 되어버린다.
2. 열차편수가 하루에 5편 - 역은 26개 - 일정은 3일(사실상 2일반)
이라 열차를 사용하는건 매우 제한되어 있어서 결과적으로 열차를 이용한 구간은 5구간 밖에 안되게 되었네요. 나머지 구간들은 전부 버스 보행...
근
데, 아직이야 마산이라 그렇지만, 진주시내를 제외하고(진주도 중심가의 시가지를 제외하면 다 시골이더군요... 대부분은 시골)
함안, 사천, 하동, 광양(광양도 진주와 마찬가지. 심지어 광양 중심가는 아직도 광양"읍" 이더만요...)같은 곳은 버스조차도
하루에 몇편 안다니는 곳들이 대부분인지라... 제때 제때 버스를 맞춰 타는 것이 핵심이겠습니다만... 저런 시골마을의 버스운행시각
같은 것을 일일이 파악한다는 자체가 무리한 일인데다... 어느 역에 몇시쯤 도착해서 몇시쯤 떠날 것이다, 같은 것은 진짜
부딪혀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인지라... 때문에 결과적으로 머리가 나빠 몸이 고생한 여행이 되는데 크게 일조를...--
저
러한 "객관적인" 제약이 객관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은, 버스가 빨리 오지 않으면 안되는데... 버스 놓쳤으면 조이건데... 라는
초조함이 들게 하는 "주관적인" 불안감이 된다는 것이었네요. 물론 몇군데 다니다보니... 버스 놓쳤으면 걷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게 되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첫 코스인 중리에서는 그 불안감이 정말 강했네요. 중리역에서 내려서
역무원한테 산인역 나불나불 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거기는 이제 안한다. 아니 그니께 아저씨 안하는건 알구요 그래도 거기 갈라
한당께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중리역 공사를 거드는 듯한 아저씨가 신나서 알려주더군요. 252-2번을 타라고. 그래서 역전의
버스정류장에 나갔더니... 번호판에 252-2가 없는거 아니겠슴메... 벙쪄서 인근 주민 지나가는 행인 가게주인한테 물어봐도
산인같은 시골가는건 다들 잘 모르고... 당혹스럽더군요. 첫날 일정중에 8개역을 답사하는게 예정이었는데, 첫 단추부터 이
지뢀이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털썩 주저앉았더니 252-2번이 좀 있다 오더라능...
잇힝~ 하고 탔습니다.
252-2번을 타고 저 철길이 향하고 있는 산인을 향해 저도 향합니다.
미리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수동에서 내리라는데... 기사양반이 수동정거장 가나여? 했더니 그런거 모른다고... 그냥 안내방송에
귀를 쫑긋하고 있다보니 다음은 수동 수동입니다, 하기에 냉큼 내렸음요. 미리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흔한 각정류장이었는데, 그
정보가 좀 오래된건지, 수박모양 정거장으로 바뀌었네요. 떠날때는 마산시였지만 이곳은 마산이 아니고 함안군입니다. 심지어 위
지도상에 제가 달려온 도로 이름도
함마대로
오함마도 아니고...-- 함안이야 농업이 중심인 고장인데 수박을 많이 푸쉬하나봐여.
수동마을의 모습입니다. 시골에서는 정거장 이름이 대개 마을 이름이더군요. 우리가 아는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리" 조차도 그 안에
수개에서 수십개의 마을이 들어갈 정도의 넓이인지라... 저러한 마을 이름들은 진짜 인근주민 아니면 모르겠더라구요. 뭐, 서울같은
대도시야 인근에 지명이 될만한 건물 역사 유적 자연등등을 따서 붙이고 요즘은 씰데없이(이 표현이 딱인게 그 짓거리가 김영삼때
시작된거라...) 도로명 주소다 뭐다 하긴 하지만... 시골에선 마을마다 이름 다 붙여야 되겠더라구요. 마을이 수천수만개는
될텐디...
목적지는 아니지만 일단 역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골목이 보이니까 들어가 봅니다.
마을 너머 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네요. 수도사님이 안에 계십니다.
이런 예스런 건물 정말 좋습니다. 뭐 저런 건물이 오래되었대봐야 박정희때, 진짜 오래되어봐야 일제시대긴 하겠습니다만,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지나간 옛시간으로 들어가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요. 고궁이나 한옥 이런건 오히려 안좋아하는게,
제가 공감하기엔 너무 아득한 시간? 이라 그런거 같고... 이런 건물들은 저의 어린시절과도 맞닿아 있는 면이 있어서 더더욱
좋아하는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나르시즘이 강한 인간인지라...--
무려 만성학"당" 입니다. 정말 일제시대 건물인가?
일제시대까지 갈거 같진 않지만 하여튼 오래된 건물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이런 건물들 정말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시골은 땅이
상대적으로 덜 귀하니, 옛것을 굳이 헐기보다는 비어있는 다른데에 지으면 되어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사진 오른쪽에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는걸로 보아 아직도 쓰는거 같네요.
낡은 대문과 담쟁이덩쿨
만성학당은 확실히 깃대가 있는 것을 보니 공공장소였던 것 같군요. 낡고 기도 안걸려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공공장소가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이렇게 둘러보고 수동마을을 떠납니다.
수동마을을 나와 조금 걸어가니 철길이 보입니다! 철덕철덕~
드디어 산인역입니다. 저게 무려 기차역이라는게 믿기십니까? 저도 처음에 보고 살짝 문화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때마침 열차가 지나가줍니다. 말씀드렸듯이 이 지역은 하루5회 왕복운행을 할 뿐인지라, 열차와 마주치는건 쉬운일이 아니지요. 첫
방문지에서 마주쳤다는건 행운입니다. 이제 쓰이지 않는 간이역에 열차가 지나간다는건 감회가 느껴지면서도 쓸쓸한 마음 드는 것을
어쩔수가 없군요...
그런 저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차는 쿨슄하게 마산을 향해 달립니다.
승강장의 끝입니다. 승강장을 오르면 거기서부터는 진짜 산인역(이었던 곳)입니다.
건너편의 함마대로는 지방도(1004번)인데도 저리 삐까번쩍한데 산인역은 이렇게 초라합니다... 뭐 사실 초라하니까 보러온거지만서두...
디씨 철갤러들 사이에서는 국토해양부를 도로운하부라고 까는 문화가 있어요. 철도는 박대하고 도로만 좋아하더니 이젠 운하질까지 한다고. 도로운하부 아웃!
산인역의 "편의시설" 전경입니다. 비도 피할 수 있고 행선지도 알 수 있습니다. 첨단(의 반대쪽)을 달리네요~
산인역의 "주" 출입구입니다. 좀 있다가 저곳을 통해 "역전광장" 으로 나갈겁니다~
역의 심장은 뭐니뭐니해도 역명판 아니겠습니까? 벗겨진 페인트칠과 군데군데 슨 녹이 산인역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산인역사" 로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산인역사의 웅장한 앞태. 의자 다리가 후까시를 잡고 있습니다.
뭔가 붙어있던 자리. 저 자리에는 요금안내가 붙어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이 곳에서는 요금을 치를수 없습니다.
남부지방은 대나무가 많더군요. 부산에서 회동수원지를 갔을때도 대박 대나무숲을 봤더랬습니다. 동행한 텔레만님이 담양갔다왔다고 뻥칠까 할 정도로요~
역사창문 밖으로 내다본 산인역의 모습들. 철도의 모습이 뭔가 아련한 느낌을 주는건 그게 길게 죽 뻗어 어딘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어느 시점에선가 그 길이 굽어서 더 안보인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나온 과거도, 나아갈 미래도...
2번조차도 없는 1번 승강장의 모습들...
대나무숲이 쓸쓸한 산인역에게 속삭입니다.
웅장한 도로의 그늘에서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인역
이제 산인역을 떠나, 저 철길이 향하는 함안으로 갈 차례입니다.
아까 보여드렸던, 산인역 주출입구를 나와 다시 들여다본 산인역의 모습.
산인역전의 모습입니다. 이곳에 기차역이 있었다는 것은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기차여행이란 간판을 봐도 아리송한 일일 것입니다.
늠름한 똘똘이의 모습. 올 여름을 무사히 넘기길 바랍니다. 시골마을에서는 동물을 마주칠 일이 많지요.
이런 애들도 있구요. 날아다니는 새들은 포커스 맞추기가 힘들어 못찍은게 많지만 새들도 참 많더군요. 나중에 지리산권으로 들어가서는 곰한마리 안 마주치나? 했는데, 안 마주쳐지더군요. 마주치면 같이 놀아줄라 그랬는디~
나무숲 틈새로 보이는 산인역.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다시 왔을때도 그 모습 그대로 있어줄까...
산인역일대의 전경이랄까요. 이제는 함안으로 떠날 때입니다.
저는 경운기가 좋습니다. 몇번 히치할까 했었는데, 낯가림이 있어서 이번 여행에서 히치는 한번도 못했습니다. 히치를 한두번만 했어도 몸이 그래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광양은 시내(구 동광양시지역, 동 지역. 시청 소재지)와 광양읍이 따로 있습니다. 사천시, 문경시도 그렇구요.
광양은 '시' 였던 지역이 없습니다. 애초에 군이었던 지역이 인구증가로 시가 된 곳이에요. 중심지가 광양"읍" 인 이유도 그거구요. 이번 여행에서 들렀던 진주시의 경우는 진주시와 진양군이 합쳐서 진주시가 된 것이라, 시지역과 군지역이 구분이 되지만 광양은 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진주시 망경동은 구 진주시지역이라 그저 경남 진주 망경동이지만, 도월리에 있는 광양역은 광양읍지역에 있기에 전남 광양시 광양읍 도월리인 것이죠.
그리고 버스터미널 기차역등이 있는 중심지는 여전히 광양읍이지요. 물론 광양의 진짜 핵심시설은 광양제철이지만... 이 지역은 매립지에 설치되어서인지, 구 지명이 없네요.
좀 더 찾아보니 현재의 중심지는 중마동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원래 골약면의 중동리와 마동리였는데, 이게 승격(+매립지를 편입)되어 말씀하신 동광양시가 되었던 것이군요...-- 첫댓글에 달았던건 제가 잘못 안 것인듯.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묘함이라는게 맛깔스러운 이유가 그거 아닌가 시프요~ 자연만으로도 인간만으로도 설명안되는 풍경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에 실컷 보고 왔지요~
역주행 완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네요... 잘 보았습니다. (__)
느낌이 전해졌다 생각하니 저도 기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