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다 빠져나가지 못했는지 밤새 내 곁에 누워서는 배를 문질러 달라고 합니다. 여전히 불편하고 뭔가 통증이 계속 이어지니 밤사이 힘들어합니다. 안되겠다 싶어 한밤 중에 진통제하고 멜라토닌을 먹였습니다. 제주대 병원에서 처방해준 진통제를 안 먹여보려 했더니 그렇게 미련스럽게 버틸 이유가 없습니다.
태균이 멜라토닌은 워낙 안 먹여서 (잠은 수시로 너무 잘자니) 그런지 멜라토닌 5미리 가지고도 토요일 늦게까지 달게 자고 일어납니다. 일어나자마자 폭풍 물투입. 물에다 요산빠지는 과립도 타서 먹이기도 하고, 지난번 설사잡는데 요긴하게 쓰인 매실청도 타먹이고, 비타민씨 알약을 갈아서 타기도 하고, 이 핑계 저 핑계 식으로 계속 물 투입했더니 붉은 소변을 쏟아냅니다.
그래도 불안해서 누워있으라 하고, 4식구가 각자의 휴식시간을 갖는데 완이는 그야말로 먹기의 행군입니다. 콩나물국 두 대접 비우고 오징어볶음에 오징어를 4마리나 넣었는데 그 중에 3마리 반은 완이가 해치웠고, 요플레에 과자에 종일 입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3마리 반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오징어를 통째로 볶아서 가위로 잘라주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후에 태균이 운동가자더니 수산한못 산책갔더니 벤치에 앉아있으려만 합니다. 준이는 그저 집에만 있으려 하고, 가을날씨 가을하늘에는 무심할 뿐입니다.
안되겠다싶어 결국 차를 몰고 모구리야영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겨울방학이라 그런지 족히 열댓개는 될 듯한 텐트가 쳐져 있습니다. 그 중 인라인장 바로 옆 텐트는 막 철거를 하고 있는데 아이엄마 혼자서 그 일을 다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여럿인 듯 했는데 존경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겨우겨우 몰아붙이며 태균이는 겨우 5천보도 못 채우고 저는 결국 9천보까지 성공. 인라인장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나 하늘이 파란지 가을날씨 그대로 입니다. 문득 봄이 기다려집니다. 모구리야영장 인라인장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이 왕벗나무로 보이니 3월쯤 되면 장관일 듯 합니다. 이승악오름 탐방로에도 벗나무들이 줄지어 있던데 거기도 사람은 별로 없는 환상의 봄풍경이 될 듯 합니다.
간식꺼리 다양하게 준비해 갔더니 완이는 인라인을 멈출 줄 모릅니다. 비록 입도 잠시도 가만두지 않지만 인라인이라도 즐겁게 하고 잘 하고있으니 너무 보기좋습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FM방송에서 나오는 가슴찡한 팝의 명곡, 레드 제플린의 Stairs to Heaven! 천국으로 가는 계단, 그 노래 가사는 너무 난해해서 뭐라 해석을 붙여야 할 지 모르겠으나, 제목만은 오늘의 하늘과 기분에 어찌나 딱 맞아떨어지는지 가슴에서 막 요동을 칩니다. 그런 계단이 있다면 태균이와 같이 오르리라! 아프지 말게, 나의 사랑, 나의 아들!
https://youtu.be/QkF3oxziUI4?si=gtmC_RGicBTE3bCi
돌아오는 늦은 오후, 자기 인라인은 스스로 책임지라고 임무를 부여했더니 안간힘을 써가며 인라인을 들고오는 모양새가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이러니 밉다가도 사랑하는 수 밖에요... 요즘은 제 마음 안다는 듯 눈맞추려 하고 애교작렬할 때가 꽤 있어서... 그냥 웃지요 ㅎㅎ
첫댓글 나의 사랑, 나의 아들! 에서 눈시울이 뜨끈하며 울컥 해 집니다. 태균씨 치료길이 순탄하길 바라고 어떻하면 요산이 안 쌓이나 방법이 없을까 안타깝습니다.
완이는 잘 먹으니 키도 쑥쑥 크는것 같습니다. 학교도 잘 다닐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남은 겨울 일정이 순조롭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