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토마스 프레이 박사. 출처=토마스 프레이 |
“이방인인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남북통일의) 신호는 분명하다. 절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미래학 분야 세계 최고의 석학, 토마스 프레이 박사는 지난번 본지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한반도가 5년 이내에 통일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는 남북통일은 5년이 아니라 언제라도, 어쩌면 일주일 내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던 탈북 여성들은 우리와 똑같았는데, 통일이 되면 자전거를 타고 유럽에 닿을 수 있다는 얘기에 설렜는데, 분명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는데···. 그런데 그의 예견은 두렵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5년이라니, 마음이 급해진다. 아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서로 비등한 경제 대국이던 서독과 동독이 통일했을 때도 한동안 통일 독일은 휘청거렸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완전한 화합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문득 북한의 붕괴로 갑작스러운 통일을 맞았을 때 한국사회가 어떻게 끔찍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소설적 시나리오로 그려낸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이 떠오른다. 소설 속 통일을 이룬 한국의 이북 사람들과 이남 사람들은 ‘처절하고 이 갈리게’ 서로를 증오한다. 엊그제 본 새터민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간첩 아니냐”는 놀림과 왕따를 겪는다는 신문 기사도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준비 없는 통일이 그저 ‘대박’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날벼락처럼 다가온다는 통일에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부도 올해를 ‘한반도 통일시대를 여는 해’로 정하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는데, 나부터도 그에 대한 정서적인 합의와 지지를 진심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 본지는 토마스 프레이 박사와 다시 접촉해 한반도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북통일의 시점을 5년 이내로 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가 통일의 시점을 다소 앞당겨 잡는 이유는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과 국제적인 고립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인사로 대접받기를 원하는 까닭에 마치 불량 청소년처럼 세계의 관심을 끌려는 듯 행동하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세계 빅2인 미국과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게임은 절대 길게 용납되지 않는다. 최근 북한 탈영병이 국경을 넘어 중국인들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북한 군인들이 중국 민가에 침입해 식량과 재산을 뺏는 일이 종종 있기는 했지만, 두 나라의 관계가 소원해진 지금은 북·중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이 눈에 보인다. 당신의 예측대로라면 남은 5년간 남한 입장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남한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을 재통합·재교육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방대한 작업이 되겠지만 통일을 대비해 이에 대한 계획을 미리 하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에 살지 않는 이방인이다. 나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신호는 분명하다. 절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는 통일로 인한 혼란과 경제적 비용 때문에 통일에 반대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국이 계속해서 분단국가로 남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는 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들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통일 또 그로 향하는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최빈국 수준이 된 북한과 통일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이 통일에 대해서 고려할 때 가장 기억해야 할 점은 남북한이 단일 민족국가가 되는 것 이상의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우방의 주(州)로 존재하되 여전히 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북한이 그들의 자치권을 내어주고 러시아나 중국의 주가 되거나 완전히 다른 어떤 형태의 국가로 남을 수도 있다. 북한이 자신들을 더 작은 주(州) 정부들로 쪼개서 동한국과 서한국으로 나눌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가능한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아마도 남북한이 통일로 ‘하나의 한국’이 되는 것이다. 남북통일 이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북한을 현대의 남한에 성공적으로 통합시키는 열쇠는 ‘언러닝(Unlearning) 과정’이 될 것이다. 북한의 부패한 지도층들은 수십 년 간 정치적 선동과 거짓말로 기득권을 유지했고 북한 주민들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매우 무지하며,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대처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언러닝(Unlearning) 과정이란 무엇인가? ‘무언가 새로운 정보를 배워야 할 때 그전의 잘못된 정보를 지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로 썼다. 그동안 북한은 자신들 외에 나머지 세계에 대한 많은 잘못된 정보를 세뇌당해 왔다. 따라서 통일 이후 얼마 동안은 북한 주민들이 분노, 거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겪으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야 할 것이므로 그들을 위한 장기간의 치유 과정도 이에 포함돼야 한다. 5년 내 어떤 ‘촉발점이 되는 사건(Triggering Event)’이 일어나면 북한에 급격한 변화상황을 가져온다고 했다. 과학기술의 진행 속도를 감안하면 5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2020년까지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휴대폰은 이미 훌륭한 동영상 재생 장치로 기능하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진화해 지금의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능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안경, 시계, 작은 액세서리 등 초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모든 곳에 장착돼 모든 곳에 센서가 존재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러므로 고립은 절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분단된 지 70년이다. 앞으로 5년 안에 통일하는 것이 가능할까? 5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향후 5년 동안 기술은 북한과 같이 검열이 심한 폐쇄국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북한의 붕괴를 촉발시키는 기제는 아마도 ‘과학기술’이 될 것이고 그들은 그것을 막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것이다. 잠행 드론이든 로봇 크롤러(Robotic Crawler), 사이버 보안 바이러스, 감지가 불가능한 메쉬형 네트워크(Mesh Networks), 바이러스 감염 등의 바이오 테러, 아니면 아예 다른 어떤 형태로든 전쟁은 수천 종류의 모습과 형태로 치러질 것이다. 한반도 전쟁으로 인한 북한 붕괴를 말하는 건가? 지난해 태양동력 드론 제조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를 인수한 구글은 2020년이면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자신들만의 무인기를 갖게 될 것이다. 구글의 드론은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와이파이(Wi-Fi)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됐는데 지구에서는 추적하기가 어려운 고도를 넘나들 것이므로 북한 주민들도 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국경을 넘어 숨어들어간다. 북한 정부가 아무리 방해 전파를 보내고 경계를 강화해도 분명 북한 주민들은 곧 검열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될 것이다. 정보를 검열하는 사람들의 수도 한계점에 달할 것이다. 그 유명한 성벽은 그렇게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