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화장법이라고요?
자연은 색스럽게 화장을 하고 보러오라고 부르는데 은행과 고객 사이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국익을 사이에 두고 무역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고래등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5개월간 은행 가는 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은행에서는 고객에게 미안하고 고객은 금융 소득이 생기지 않아서 울쌍이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서 서로는 암묵적 이해를 하기는 하나, 대화를 나눠야 될 시기가 다가왔다. 뷰티강좌라는
명분 아래 얼굴을 마주 보며 은행의 입장을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입동이 지난 즈음이라 오늘밤이 지나면 나뭇잎들이 거의 떨어질 것같아서 아침부터 핸드폰을 들고 이
거리 저 거리를 배회하면서 낙엽지는 사진을 찍었는데 그 거리를 지나 오라는 초대이니 가보기로 한다.
뷰티강좌의 타이틀이 '동안 화장법'이다. 화장의 근원적 이해나 화장문화가 아니라. 얼굴에 색칠공부
하듯 공을 들이는데 흥미롭지 않았다. 천연팩에 대해 몇가지를 소개하고 구체적으로 화장을 시연해
보인다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시연자가 너무나 젊어서 옆에 나란히 서기도 민망할 정도이니
모두가 거절했을 것이다. 지루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은 이상 강사를 존중해주어야 하기에 의지적으로
열심히 들었다.
아무도 자기 얼굴로 시연받기를 원하지 않으니까 지점장이 의자에 앉았다. 직장의 수장인데 누군가가
앉아주면 좋겠는데 직원이나 고객 중 아무도 앉지 않으니 내가 불편해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내가 안면 몰수하고 앉아서 얼굴을 대주고 있기는 허락되지 않으니 동안이고 뭐고 도망가고 싶어졌다.
근원적으로 피부의 속성을 알려주고 나이대에 맞게 관리하면서 타인의 눈을 괴롭히지 않을 정도면
족하지 않았을까. 화장하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나로서는 눈썰미를 동원하여 아름다움을 찾는 탐색가로
살면서 시대착오적 실수만 면하면 될 것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부를 가꾸고
화장을 해왔다. 삼국시대의 묘에서도 부장품으로 화장품통이 나왔으며 세계 어느나라 박물관을 돌아도
여성들의 치장용구는 등장한다. 화장품 사업은 인류가 이어지고 있는 한 망하지 않을 업종이라고 한다.
가꾸고 바르고 치장을 하는데 특별하게 변하지 않을 때 '나무양푼이 쇠양푼되느냐'고 비아냥 거리듯,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외모를 가꾸고 산 흔적은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조차도 가꾸는 것은
못말리는 욕구이다.
본디 인간의 욕구해소를 위해 발전하는 것들은 인류를 위해 마련된다기 보다 누가 먼저 개발하여 경제적
유익을 취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사람만 그런게 아니라 바우저라는 새는 수컷이 암컷을 아내로 맞이
하기 위해 집을 짓고 인테리어를 하여 기막힌 연출을 한다. 사람이나 새나 생명있는 것들은 종족의 유전자를
내려놓고 가기 위해 일차적으로 치장문화가 태어나는 것이다. 이 때 비관이 심하고 염원이 강한데에
경제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해석되는 것이다. 의학과 과학은 생명에 유익함을 주는 학문임과 동시에
신 제품이 발명되고 개발되면 경제적 효과도 크다. 기존의 개발품이 반복 진화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진화하다가 성형의 신 역사가 태어났다. 나중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에
대해서 밝혀볼 틈도 없이 여성들의 세상은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 도드라졌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느 나라의 여성들보다 평균 외모가 아름답다. 아마도 섭취하는 음식이 달라지고 살아가는 세계가 달라
지면서 점진적으로 두상이 앞 뒤로 내미는 형으로 바뀌고 외관도 확실하게 변했다. 인구밀도가 커서 자주
부딪치고 비교되는 현장에 수시로 노출되다가 경쟁심이 유발하여 더욱 그럴 수도 있다.
어느 공연장에 가서 보아도 기능 분야 뿐만 아니라 반드시 미모까지 고루 갖추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신은 왜 재주와 미모를 몰아서 주었을까 싶을 정도로 두루두루 갖춘 미인이 많다.
그러나 지난 주에 만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 소프라노를 맡은 여주인공은 뛰어난 목소리에 비해
미모를 갖추지는 않았다. 무대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아 목소리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 나라에서는 전혀
외모가 문제시 되지도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녀의 외모를 두고 '네모공주'라고 부르며 민망하게 했다.
엥겔지수가 낮아지고 통신비나 화장품비나 의류비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자극되는 현상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또한 활동하는 중에는 그러한 사회적 시각을 무시하고
살기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일차적으로 외양 만으로 평가하고 대응하게 되는 사회이다보니 조금이라도
추하지 않을 만큼의 치장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어느 날 신문의 '포토 시' 란에서 한 장의 사진을 만났다. 사람을 겉만 보고 평가하지 말라는 부연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동대문 시장 근처의 거리에 놓인 피아노에서 중년을 훌쩍 넘긴 어느 여성이 시장
가방을 피아노 곁에 기대두고 의자에 앉아 연주를 하는 사진이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연주를 듣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손질하지 않은 파마머리에 무릎이 튀어나온 바지와 가벼운 티셔츠
차림의 여인이다. 누가 보아도 그녀의 외관으로 보아 피아노를 치는 분위기와 걸맞지 않는다. 샤인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유명 피아니스트가 마음의 병을 앓으며 연주를 접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피아노가 빈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앉아 연주를 했다. 음악을 아는 여인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바로 그 남자에게 구세주가
되어준다. 극진한 보살핌으로 정서가 회복되고 결혼을 하여 정상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어 우리나라에
내한 공연을 온 적도 있다. 할 수 있고 , 하고 싶으면 언젠가는 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거리의 피아노
연주자는 외양을 내면과 걸맞게 갖추지 못해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다. 어떤 행동과 어울리게 갖춘다는
것은 원만하게 사회생활을 하는데 갖출 일차적 자세다. 그래서 신언서판의 가장 첫머리에 놓인다. 사람의
능력과 내면을 알아보지 않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보는 즉시 판단을 하는게 사람이다. 다시 수정할
지라도 반사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어느 날 눈썹을 그렸는지 얼굴에 낙서를 했는지 모르게 화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노인을 보고 돌아온
날이다. 나는 인터넷 메인창에 '올봄의 화장법'이란 타이틀이 떴길래 클릭해보았다. 그러나 60대 이후의
화장법은 안내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화장품 시장에 은밀히 도움을 주는 추세인 듯한데 사회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화장발이 아니라 오히려 화장을 연하게 하고 세월이
만든 인상이나 표정이 인격을 대변하는 화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 시기라는 암시이다.
'동안 화장법'은 결국 인류에게 자기의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20대 이후의 여성들이 짝을 찾는데 활용되고
결혼한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젊게 보이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화장법인 거였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내 어머니는 18세에 결혼을 하였고 ,우리 시대의 적령기는 25세였다. 지금은
35세가 되어도 특별히 혼기가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나 대체로 남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는 혼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동안 화장법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며 필요로
하는 계층을 넘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화장법으로 자리를 잡은 경우일 것이다.
조금 덜 주글거리고 조금 더 화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 동안 화장법까지 익힐 이유는 없다. 오늘
거리에서 단풍잎 지는 풍경에 감탄하고 누군가와 한번 더 웃었다면 그것이 내면을 윤택하게 하여
외부로 스며 나올 때 그것이 진정한 화장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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