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란 뇌가 특정한 일을 하지 않을 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을 뜻한다. 일상에서 아무 일 없이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할 때, 멍 때리고 있을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으로, 겉으로는 빈둥빈둥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때 뇌는 이 시간에 무의식 중에 분리 되어 있던 여러 개념과 생각들을 이리저리 연결하고 불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또한 이미 입력된 정보 중 필요한 기억을 강화하며 뇌의 저장공간을 확보한다. 이는 뇌에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청소와 정리 작용으로 수면 중에 일어나는 뇌 활동과 유사하다.
뇌의 이러한 자연스러운 기능을 모른다면, 바쁘게 살아야 뭔가 하고 있는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런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할 수 있다. 일상에서 디폴트 모드 상태로 무기력하게 멍한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뇌를 알아차린다면, 뇌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라. 의미 있는 게으름을 자연스럽게 부리고 있는 시간, 이 상태는 생산적인 기억에 대한 선택적인 강화, 그리고 창의력과 통찰의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다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알아차려주면, 이 시간은 무위[無爲]의 시간이 된다. 무위의 시간은 아직은 알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 뭔가에 집중해야할 시간이 되면 그 에너지는 돌연 충전 상태로 변화한다. 의미 있는 게으름의 상태, 이것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 대한 정확한 번역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활동을 '알아차려주는 것'이다. 우리의 뇌를 '알아봐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식의 주인의 격려와 인정이 필요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 내가 이 상태를 알아주기 전에는 다만 게으른 몸짓에 불과했다. 내가 이것을 알아주었을 때 뇌는 나에게 꽃봉오리를 선물하였다. 무슨 꽃일지 그 누구도 모르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