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래기의 위대함을 예찬한다 https://blog.naver.com/wun12342005/221336018981 최진규약초학교에서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나는 시래기국을 제일 좋아한다. 시래기국을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러나 시래기국을 먹어보지 못한지도 오래 되었다. 옛날에 그 흔하던 시래기도 보기 어렵고 시래기국을 제대로 끓일 줄 아는 사람도 보기 어렵게 되었다. 가짜 시래기는 넘쳐나는데 진짜 시래기는 이제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 없다. 시래기를 만드는 데에도 도(道)가 있다. 올바른 이치를 좇아서 만든 것이 아닌 시래기는 차라리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무시래기를 훌륭한 약으로 썼다. 무시래기는 부종을 없애고 염증을 삭이며 면역력을 길러 주고 빈혈과 골다공증을 치료하며 암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을 예방하는데 아주 좋은 효과가 있는 훌륭한 약이다. 시래기는 가을철에 무의 윗부분을 칼로 싹둑 잘라서 널어 말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시래기를 제대로 만들려면 날마다 무 밭에 가서 잎에 누렇게 황이 든 것만을 하나씩 따내어야 한다. 무 한 포기에 잎 하나씩을 떼어내어 짚으로 엮어 처마나 벽에 주렁주렁 걸어 절반은 햇볕에 말리고 반은 그늘에 말려야 한다. 무잎은 반드시 황색으로 단풍이 들어 잎의 절반쯤이 누른빛이 나는 것만을 따서 모아야 한다. 누른빛이 나지 않는 푸른 잎에는 항균작용이나 면역 강화 작용이 있는 식이유황 성분이 조금밖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별로 효과가 없다.
식물들은 낙엽 한 장을 버릴 때에도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공을 많이 들여서 버린다. 식물은 곧 떨어뜨릴 잎에 갖은 정성을 들여 만든 식이유황을 비롯한 면역물질을 가득 쌓은 다음 땅에 떨어리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잎은 썩어 거름이 되는데 거름 속에 들어 있는 유황 성분이 땅을 소독하여 해로운 병원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고 무에 해를 끼치는 벌레알이 깨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식물의 잎에 병원균이 달려들어 감염이 되면 식물 전체가 말라죽을 수 있으므로 식물들은 해로운 균이나 벌레들이 달려들지 못하고 유익한 미생물들이 잘 번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유황을 만들어 내어 잎 속에 저장한다. 식물이 떨어뜨린 잎이 땅에 떨어져 썩어서 거름이 되면 다시 식물의 뿌리가 흡수하여 잎으로 올려 보내기를 반복한다. 본래 누렇게 단풍이 든 잎을 시래기라고 부르는 것이고 잎이 푸른 것은 그냥 무청이라고 부른다. 푸른 잎에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성분이 별로 들어 있지 않으므로 푸른 무잎을 잘라 만든 시래기는 열심히 먹어도 별로 약효가 없다. 식물들은 햇볕으로 광합성을 해서 유황성분을 많이 만들어 낸다. 이 유황성분이 온갖 병원균과 벌레들을 물리치는 화학무기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시래기는 잎이 끝에서부터 3분지 1쯤 노랗게 되었을 때 하나씩 따서 모은다. 무 한 개에서 잎을 하나씩 따되 오전 11시쯤에 따서 다발로 길게 엮어서 처마 밑에 걸어서 말려야 한다. 잎 끝에 유황성분이 모여서 누렇게 된 것만 따서 모아야 한다. 무에 식물성 식이유황 성분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면역력을 늘리고 염증을 치료하는 데 좋은 효능이 있다. 무보다는 무시래기가 세 배 이상 몸에 더 좋다. 옛날에는 시래기로 김치를 담가서 먹었으나 요즘에는 대부분 떼어내어 버린다. 요즘에는 잎이 아주 길게 자라고 뿌리는 아주 작은 시래기용 무 품종이 따로 있는데 이런 것은 좋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은 뿌리를 버리고 길게 자란 잎만 잘라서 널어 말려서 시래기로 만든다. 잎만 크게 자라도록 종자를 변이시킨 것인데 이런 것은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겨울에 된장국을 끓일 때 제일 중요한 재료가 시래기다. 무의 줄기와 잎 부분만을 따로 모아서 말린 것이 시래기다. 대개 푸른 무청을 새끼줄로 엮어 말린 뒤 보관하여 두었다가 볶아서 나물로 먹거나 국을 끓이는데 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시래기를 매달아 놓고 겨우내 바람과 햇볕으로 말렸다.
초겨울 햇볕에 바짝 말린 시래기는 몸에 유익한 물질이 듬뿍 들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겨울 무를 칭송하는 속담이 여럿 있다. 겨울에 무를 먹고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도 있고 무를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인삼을 먹은 것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무에는 식이섬유, 비타민 C, 엽산, 칼슘과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무의 영양소는 뿌리보다 무청에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다. 시래기 100그램에 칼슘이 249밀리그램이 들어 있는데 이는 26밀리그램이 들어 있는 무 뿌리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이다. 시래기의 대표적인 성분은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변비를 없애고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몸속에 있는 온갖 독소와 중금속, 노폐물을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작용이 있다. 예전에 수은중독으로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을 시래기국을 6개월 동안 먹게 하여 완치한 적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먹을거리가 부족한 겨울철에 시래기밥, 시래기나물, 시래기찌개, 시래기지지미, 시래기떡 등을 만들어 먹었다. 시래기를 오래 푹 삶아서 쌀뜨물과 멸치, 된장 등을 넣고 푹 끓인 시래기된장국은 겨울철에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시래기나물은 정월 대보름에 먹는 시절음식이기도 하다. 대보름날에는 시래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산나물과 들나물을 데쳐서 묵나물로 만들어 두었다가 먹었다. 옛사람들은 대보름에 묵나물을 열 가지 이상을 먹어야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였다. 시래기의 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하며 엄증을 삭인다 시래기는 강력한 항균작용과 항암작용,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있다. 시래기에는 인돌류, 이소티오시아네이트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위암, 간암, 폐암, 췌장암, 유방암, 결장암 등 갖가지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으므로 변비를 없애고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에도 좋다. 시래기의 항산화효과는 무보다 훨씬 강력하다. 시래기에 많이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염증을 삭이며 노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2. 골다공증과 빈혈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시래기 100그램에는 비타민A 2.6㎎, 비타민C 70㎎, 칼슘 190㎎, 철분 14.5㎎이 들어 있다. 식물성 유기 칼슘과 철분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골다공증과 빈혈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아주 좋다. 시래기에는 칼슘이 무뿌리보다 10배 이상 많이 들어 있다. 시래기 100그램에는 비타민C가 어른이 하루에 필요한 양의 25퍼센트쯤이 들어 있고 철분은 어른들한테 하루에 필요한 양이 모두 들어있다.
3. 변비를 없애고 살집을 줄인다 시래기는 칼로리가 거의 없으므로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시래기는 건조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3~4배 이상 늘어나서 식이섬유의 함량이 35퍼센트가 넘는다. 시래기는 많이 먹어도 열량이 없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아주 훌륭하다. 우리나라 사람은 세계에서 풀과 나물을 가장 많이 먹어 온 민족이다. 그래서 장의 길이가 서양 사람들보다 평균 1.5미터가 더 길다. 우리나라 사람은 밥의 양보다 나물 반찬의 양을 세 배에서 다섯 배를 더 많이 먹어야 변비가 생기지 않는다. 시래기에는 식이섬유가 아주 많으므로 변비를 없애고 예방하는데 아주 좋은 식품이다. 시래기는 물을 흡수하는 힘이 강해서 대변의 양을 늘리고 연동운동을 잘 되게 하여 대장암이나 변비를 예방하고 치료한다. 고질적인 변비 환자를 시래기나물을 부지런히 먹게 해서 고쳐 준 적이 많다. 마른 시래기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양파 망이나 통풍이 잘되는 바구니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래기를 삶는 방법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래기를 물에 하루저녁 불려서 쓴맛을 다 우려낸 다음 껍질을 벗겨내고 삶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쓴맛이 다 빠져 나간 시래기는 섬유질 말고는 아무 영양소도 남아 있지 않다. 시래기가 푹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부어 10분 정도 불린 다음 잘 흔들어 씻어서 모래나 흙 같은 이물질만 제거한 다음 시래기국을 끓이거나 된장국을 끓일 때 넣으면 된다. 시래기국을 끓일 때에는 꺼질 듯 말 듯 한 불로 두 시간 가량 푹 끓여서 시래기에 들어 있는 영양소들이 잘 우러나게 해야 한다. 서리와 눈을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겨우내 찬바람을 맞으며 시래기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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