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물론 정령인들에게 슬퍼할 마음따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한순간이라도 마계를 패닉상태로 만들어버린 올드사이언스 지구의 자체 소멸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루시퍼에게도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남은 정령의 기사는 3명 뿐. 결국 아델은 정령인의 편에 손들었고, 정령의 아이 세명과 물의 상급정령까지 합하면
현실적으로 본부로 쳐들어오는 인원은 8명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던 에델린이 입을 열었다.
1초를 다투는 그 일각의 시간에 시간 맞춰 순간이동을 하는데에 한창 긴장했던 로웰은 힘이 풀렸는지,
이미 바닥에 주저앉은지 오래였다.
"일단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군. 나중에 진격하더라도 말이야."
"아델이 본부까지 가는데에 길을 알려주니까 문제는 없을 테고..."
리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엔다이론에게 치료를 받던 은해는 그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딱히 야영하거나 그럴만한 장소는 아닌데, 아무래도 좀 걸어야하지 않을까요?"
"뭐, 은해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
올드 사이언스 지구의 소멸과 동시에 지구를 둘러싸고있던 숲이 사라진 이곳은 황량 그 자체였다.
한마디로 무(無).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이곳에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루시퍼의 불청객들 뿐이었다.
곧,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엔다이론의 후각에 의지해 도시를 향해 걸어갔다.
올드 사이언스 지구를 올 때, 숲을 가로질러 온 덕인지 한참을 돌아가야했던 그들은 의외로 다른 도시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겨우 30분 거리에 도시가 있었던 것이었다.
"나쁘진 않군."
여관에 방을 잡은 로웰이 침대의 배개를 손으로 툭툭 쳐보며 중얼거렸다.
기운의 사용이 많았던 만큼, 일행에게는 릴렉싱 모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 이유였다.
짐을 푸르고 세면장에서 열굴을 씻고 나온 엔다이론은 수건을 빌리기 위해 문을 열고 방을 나갔고,
언제부터인지 침대에 누워있던 리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쨰서 우리는 쫒겨나야되는거지?"
"이봐, 주인들하고 우리가 같은 줄 알아?"
"아무리 졸병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따로 방을 잡을 필요는 없잖아. 에라이- 은해하고 같은 방에서 자고 싶었는데."
'너 때문이라도 일부러 다른 방을 잡았을 걸.'
로웰은 혀를 끌끌차며 혼자 생각했다. 정령의 아이 셋을 제외한 다섯명이 같은 방을 쓰는 것은
그리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딱히 나쁘다고 할수는 없었다.
자신의 검의 날을 살피며 에델린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다크엘프씨, 무슨 생각으로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한거지?"
에델린의 물음에 그의 맞은편 침대에 앉아 TV시청을 위해 리모컨을 들던 아델은 그대로
TV의 전원을 키며 대답했다.
"당신들을 도와줄 생각은 일찍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은해를 죽이려고 했잖아."
"위로부터의 명령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몇번이고 실패했지만......뭐, 세세한 것까지 캐낼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흠..."
곧바로 죄수를 심문하는 분위기로 몰고 갈 것만 같은 에델린의 기세에
아델은 먼저 선수를 치며 텔레비전에 집중했다.
순간 조용해진 분위기 가운데,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로웰은 그대로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에반도....그렇게 녀석도 가버렸군."
이후로, 그들 사이에는 오직 TV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
"오웬?"
"네. 저하고 맞섰던 상대인데, 헬렌이라는 여자의 심복인 것 같더군요."
"글쎄.., 오웬이라는 이름은 처음인데. 신인인가? 헤롤드, 들어본 적 있어?"
막 샤워하고 나온 로웨나는 자신의 물기 어린 붉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헤롤드에게 물었다.
깨진 안경을 대신하기 위해 많은 안경제품들이 그려져있는 광고용지를 보던 헤롤드는
고개를 들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로웨나에게 짤막하게 대답했다.
"카메론, 당신을 보는 내 눈이 즐겁군요."
"응큼하기는, 누가 남성으로 안 태어났다고 할까봐?"
"그게 아니라, 빨리 옷 좀 제대로 입으란 말이야."
커다란 욕실타월로 몸을 두르고 있는 로웨나의 모습은 심히 유혹적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헤롤드에게 장난스레 맞받아친 로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좀 있다가'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로웨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 말은 오웬이라는 사람을 아느냔 말이야."
"오웬...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말이죠."
광고지를 놔둔 채 고민하는 헤롤드에게 은해가 커피를 타며 말했다.
"철가면을 쓴 기분나쁜 사람이었어요. 나이를 먹지 않는 순수 마계인지도 아닌 것 같았구요.
얼굴이 중년이었거든요."
"철가면? 아, 오웬 필라레이어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헬렌과 맞먹는 힘을 가진 사람인데, 그는 순수 인간계 사람입니다."
"순수한 인간이라구요? 하지만 힘이ㅡ"
'ㅡ장난이 아니던데.'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은해의 시선을 느꼈는지, 헤롤드가 말했다.
"루시퍼에게서 마법의 힘만을 부여받은 사람입니다.
영생을 살수있는것도, 자체치유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강할 수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음..."
이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로웨나가 물었다.
"근데 그 사람은 왜?"
"아뇨, 그게 말이예요ㅡ"
은해가 호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어 보여주며 대답했다.
"그 사람이 이상한 걸 줬거든요."
"음?"
헤롤드의 잡지 가까이로 반지를 탁자 위로 올려놓자, 로웨나와 헤롤드는
고개를 숙여 유심히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어느 순간, 그들은 탄성을 질렀다.
"아!"
눈썹을 치켜뜨는 은해를 뒤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리쳤다.
"서든 라이프!!"
"이..이걸 어디서 구했다고?"
로웨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은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오웬이라는 사람이 줬다구요. 그런데 왜ㅡ"
"이야, 끝내주는데?"
붉은 머리의 로웨나는 '서든 라이프' 를 집어들고 위로 들어보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탄이
서려있는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헤롤드 역시 그 반지의 등장은 뜻밖이었는지,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있다 은해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오웬이라는 자가 저것을 주었습니까?"
은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 헤롤드는 곧 답답했는지, 셔츠의 단추를 몇개 푸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서든 라이프. 제가 어떻게든 구하려고 했던건데, 설마 오웬한데 가 있었다니.... 좀 뜻밖이군요.
어쨌든, 내가 하나 물어보죠. 은해는 저나 로웨나가 어째서 태어날 때부터 정령의 아이로써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내심 고민하고 있던 은해는 조금 뒤에 솔직하게 시인했다.
"모르겠는데요."
"바로 저 반지 덕분입니다. 서든 라이프는 정령의 아이만이 사용가능한 또 하나의 삶으로써,
처음 탄생했을 때 정령의 반지와 함께 저것을 끼죠. 서든 라이프는 곧 정령의 반지와 융합해 하나의 반지가 됩니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
"…어떻게든..."
"좋군요. 서든 라이프는 정령계의 모든 경험을 한번에 가지고 있는 거대한 에너지 열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계의 모든 것을 가진 에너지라 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나 로웨나는 서든 라이프 덕택에
탄생하자마자 이 세계를 이해하고, 처음부터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존재가 된겁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은해는 로웨나가 신나게 구경하고 있는 반지를 가르키며 물었다.
"저것을 끼면 원래부터 여기 살았던 정령들과 같게 되는 건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천년마력을 처음부터 가지게 되는 셈이지요. 예, 그 말도 맞습니다.
모든 경험도 같이 딸려오는 거니까요."
"그런데 왜 저는ㅡ"
"혹시 대 마법사 헤바를 아십니까? 정령계의 전 대륙을 돌며 떠돌아다니는 마법사입니다만..."
은해의 말을 가로막으며 헤롤드가 묻자, 곧 은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녹스 국(國)에서 만난 기억 속의 대 마법사를 떠올린 은해는 '잘생겼었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헤롤드의 말을 들었다.
"대 마법사 헤바는 몇번의 환생을 거치고 거친 마법사입니다.
한번에 영생을 사는 것이 아닌, 죽고 살기를 반복하여 그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지요.
정해진 기한에 탄생하는 정령의 아이에게 주어지는 서든 라이프는, 모두 대 마법사 헤바의 마력을 본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의 천년마력이 이 반지 안에 잠재되어, 만약 이것이 정령의 반지와 융합되면 우리는 대 마법사 헤바의 경험과 마법기술,
공격기술 등을 기본적으로 갖게되는거죠. 그 힘을 밑바탕으로 정령의 아이는 세월을 거쳐 경험을 쌓는 겁니다."
너무 말을 많이 한 탓인지, 목에 갈증이 난 헤롤드는 옆에 있던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하지만 은해가 이곳으로 내려왔을 때는 그 '서든 라이프' 가 모습을 감췄었죠. 마계의 저주로 소멸당한 그 정령의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서든 라이프가, 그 주인이 봉인당하는 동시에 같이 사라진 겁니다. 덕분에 에델린과 대 마법사 헤바는
죽을 힘을 다해 은해를 찾아다녔죠. 서든 라이프가 없으니, 대 마법사 헤바가 직접 자신의 마력을 나눠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아.."
"그런데, 안타깝게도 에델린이 당신을 찾아냈을 때는 헤바가 자리에 없었죠....뭐, 불운이었겠지만."
'저도 당신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그 사람이 말한게 이런 뜻이었나?'
어렴풋이 기억나는 헤바의 말을 떠올리며, 은해는 혼자 생각했다.
그 조용한 분위기를 깬 것은 로웨나의 외침이었다.
"어쨌든 얼른 껴봐, 은해야! 이걸 끼면, 너 더이상 머리색도 안 변하고, 이때까지 정령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알게될꺼야!
말투도 변하겠지? 아아!! 엄청 기대돼! 과연 은해 평생의 머리색은 어떤 색일까???"
"자, 잠깐만요!!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니가 무슨 첫날밤의 신부냐? 마음의 준비는 무슨, 얼른 이리와!"
"자, 잠깐ㅡ 꾸아악!!!!!!"
두 사람이 넘어지는 굉음과 함께 이들 세사람의 방문이 활짝 열렸다.
"여어- 너희들, 밥 먹으러 안 갈ㅡ 윽!"
문을 연 로웰은 돌기둥이 되어 말을 멈추고 말았다.
굳이 이름을 붙히자면, 일명 '덮치기 자세' 로써 은해를 깔아 뭉개고 있던 로웨나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상황 자체에도 질렸거니와 타월로 대충 몸을 감은 로웨나의 패션까지 그들에게는 새록새록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로웨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왜 왔어?"
간신히 정신을 차린 로웰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바쁜 일 보고 있는 중이었나본데... 나중에 올께."
"음??"
영문을 모르는 로웨나와 자리에서 일어난 은해는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었다.
뒤돌아서 돌아가던 로웰은 마침 셔츠단추를 몇개 푸른채로 멍하니 그를 보고있던 헤롤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헤롤드."
"예?"
"…너..너한테는 조금 실망인걸...."
붉어진 얼굴로 말을 이으며 헤롤드마저 오해의 희생자로 몰고간 로웰은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발걸음을 옮기는 동시에 로웰은 누군가와 부딫혔고, 주인공은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어? 로웰이잖아? 정령의 아이들 만나러 온거 아니었어?"
동그래진 얼굴로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박치기한 로웰을 바라본 리안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를 지나쳐
정령의 주인들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안보다 키가 조금 작았던 로웰은 돌아가려던 자신의 손을 잡고 끌자, 어린아이 끌려가듯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뒤를 따르는 에델린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엔다이론과 함께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여어- 밥 먹으러 가자고!"
리안이 외치며 그들의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눈에 띌수 밖에 없는 로웨나의 유혹적인 옷차림은 곧 신탁의 드래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살짝 미소를 지은 그가 로웨나에게 물었다.
"호오, 로웨나. 그거 지금 기나긴 여정으로 지친 우리들에게 서비스해주는거야?"
"닥치시지 용가리. 어휴, 여하튼 드래곤들은 모두 변태라니까."
"자극적이군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엔다이론은 중얼거렸고, 뒤에 도착한 에델린은 품안에서 안경을 꺼내 로웨나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보며 입을 열었다.
"화끈하군, 로웨나."
"이 자식들이!!!"
로웨나의 외침과 함께, 잠시뒤 정령의 주인들의 방에는 널부러져있는 기사들 뿐이었다.
그녀의 무쇠주먹으로 인해 영락없이 당한 그들은 몸을 움찔거렸고, 그런 그들을 인정사정 없이 발로 뻥뻥차서
문 밖으로 몰아버린 로웨나가 외쳤다.
"밥 먹으러 나갈테니까, 얼른 꺼져!"
"이왕이면 같이 가지 그래?"
"옷 갈아입고 갈꺼야."
이 말한마디에 귀가 번쩍뜨인 기사들은 언제 나가떨어졌었냐는 듯이 멀쩡해진 채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의 속보이는 행동에 은해와 헤롤드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로웨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호오? 네 녀석들, 정말 안 나갈꺼다 이거지?"
진지한 얼굴로 로웨나는 주목하고 있는 기사들을 바라본 헤롤드는 킬킬 웃었고,
로웨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쉰뒤 화장실을 향해 몇걸음 걸어가다 멈춰섰다.
"진짜 벗는다."
정말 벗을 생각인지, 로웨나가 두르고 있던 타월의 매듭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과감히 푸르자
기사들은 전부 새빨개진 얼굴로 재빠르게 방을 나가고 말았다.
다시 타월로 몸을 두르며 뒤돌아선 로웨나는 그들이 나가 다시 휑해진 방안을 둘러보며 비웃었다.
"멍청한 녀석들."
음흉하게 웃는 로웨나의 모습에 은해는 이마를 짚었고, 헤롤드 역시 한숨을 쉬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쉽다는 표정이 서려있었다.
*
"그럼 그 서든라이프, 이제까지 루시퍼한테 가있었던거네?"
"서든라이프가 없으면 은해의 힘은 발휘되지 못 할 것이 분명하니까. 거기다가 루시퍼는 아마도 그 반지를
손에 낄려고 했었을꺼야. 결국 자신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겠지."
"잔머리의 대가로군."
에델린이 고기를 썰며 중얼거리자, 그의 옆에서 샐러드를 집어먹던 아델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셀르도라는 그 반지를 사용하려했죠. 저는 봉인된 정령의 아이가 있을 적에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루시퍼는 헬렌에게 그 반지를 맞기고 다녔죠. 그녀에게 그 반지를 사용할 방법을 알아내라고
지시를 내렸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ㅡ"
"ㅡ알아내지 못한 채로 돌아왔더군요."
아델의 말에 엔다이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아델이 우리쪽에 있으니까 루시퍼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겠군요."
고기를 썰고서 그것을 입에 집어넣은 아델은 저 멀리 있는 베이컨을 집으며 대답했다.
"루시퍼는 당황했습니다."
그는 와인에 입을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예언이 허구라는 것을 알아냈거든요."
"오오, 그것봐 헤롤드,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예언자해도 되겠어?"
마계정부에 대한 갖은 가설들을 세웠던 헤롤드에게 리안이 기분좋게 말하자,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던 헤롤드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해가 아델에게 물었다.
"더 알려줄 상황은 없나요?"
"음....글쎄요. 지금으로썬 그것밖에 생각이 안납니다."
"생각나면 차근차근 말해주면되지. 별로 바쁜건 아니니까."
로웨나가 마지막 디저트로 케잌을 자르며 말했다.
"어차피 저쪽도 지금 올드 사이언스지구 일 때문에 죽어날 것이 뻔하고,
아델도 이쪽으로 넘어왔으니까 타격도 클꺼고. 나름대로 대책 세우느라 힘들꺼야."
"휴식기간도 필요하다는 건가?"
"아니. 이쪽도 여유를 가져야하는게, 일단 은해의 서든라이프도 해결을 봐야되고 저쪽까지 가는데에 시한도 필요하고.."
이번엔 헤롤드가 입을 열었다.
"서든라이프를 사용하려면, 최소 3일은 기간을 잡아야됩니다.
지금 당장 시작한다해도 반지와 반지가 융합되는 시간이 1일, 은해가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2일."
"3일째가 되면 풀파워 정령의 아이가 된다는 거군. 좋아, 좋아."
혼자 중얼거린 에델린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은해에게 다가간 그는 고기를 썰고 있던 은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일어나."
"예?"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멍하니 일어난 은해의 손을 잡은 에델린은 재빠르게 식당을 빠져나와
정령의 아이들의 방으로 갔고, 일행 역시 그들을 쫒아 움직였다.
일단 에델린은 일행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물의 기사는 일행이 도착하자 입을 열었다.
"지금 시작해도 늦으니까, 얼른 시작하도록 해. 나는 정령의 주인이 아니라서 서든 라이프를 만질 자격이 없으니까."
"하여간 성격도 급하시다니까."
로웨나가 투덜대며 서든라이프를 집어들자,
침대 위에 앉아있던 은해가 입을 열었다.
"전 어떻게 되나요?"
"음? 잠깐 잠 잔다고 생각하면 되."
"흐음......"
의미심상하게 고개를 끄덕인 은해는 로웨나가 자신의 오른손을 잡아 끌자,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가운뎃 손가락에 껴있는 예쁜 정령의 반지와 서든 라이프를 가까이 대자, 로웨나는 헤롤드에게 말했다.
"아직 작동은 되니까, 괜찮을 것 같아."
"시작하세요."
로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됬냐는 그녀의 물음에 은해는 고개를 끄덕였고,
로웨나는 서든 라이프를 은해의 정령의 반지 위에 겹쳐 내렸다.
"윽! 이런..!"
반지와 반지가 마치 자석이 서로 밀어내듯이 스파크를 튀기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질이 다른건가?'
헤롤드는 잠시 생각했지만, 곧 그가 로웨나에게 말했다.
"로웨나! 그냥 힘으로 밀어부치세요!"
'무식하기는.'
기사들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으나, 실로 로웨나의 파워는 괴력이었는지라
푸른빛 스파크가 일어나는 간격은 점점 좁혀져가고 있었다.
그럼에 따라, 은해의 눈동자는 점점 초점을 잃고 있었다.
"으랴핫!!!"
무언가 폭팔하는 굉음이 반지와 반지가 부딫히자 동시에 들려왔다.
순간 여관이 덜컹하는 듯 했으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로웨나, 얼른 거기서 나와요!"
헤롤드의 말에 로웨나는 재빠르게 그들에게로 돌아갔고,
자리에 앉은 은해의 주위에 푸른 빛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영롱한 빛을 내는 마법진은 점점 바닥을 증식해갔고, 이미 초점이 없어진 은해의 몸 전체는 점점 투명한 푸른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보는 광경에 로웰과 엔다이론, 아델은 입을 떡 벌렸으나, 에델린과 리안은 잠자코 지켜볼 뿐이었다.
곧, 은해의 주위에 그려지던 마법진은 완성되었고 은해 자체 역시 투명한 얼음이 되었다.
째챙!
어느순간 금이 가기시작한 은해는 막을 사이도 없이 전체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은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고 말았다.
"힉?"
깨진 얼음조각이 되버린 은해를 보고 기겁을 한 로웰은 리안의 뒤에 붙었다.
곧 마법진에서 빛이 나더니, 주인이 깨져버려 있을 곳을 잃어버린 두 반지는 서로 붙어
허공 위에 떠올랐다. 그 반지들은 잠시 뒤 영롱한 빛을 저욱 뿜어대며 보호벽을 치기 시작했다.
"융합되고 있는 정령의 아이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거군."
에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깨진 은해의 조각들은 보호벽이 쳐있는 곳을 향해 빨려가더니, 곧 두 반지의 가운데 박혀있는
보석에 흡수되었다.
그것은 장관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 어느것보다도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
조각이 모두 빨려들어가자, 반지는 자신이 쳐놓은 보호막 속에서 떠올라 그 안에서 조용히 자체회전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것을 지켜보던 헤롤드는 주위를 둘러보더니만,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보호막이 저와 은해의 침대까지 영역을 넓혔군요. 아무래도 저는 바닥에서 자야겠습니다."
"어라? 나하고 같이 자면 되잖아."
"…카메론....제발.."
로웨나의 말에 헤롤드는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잠자코 있던 엔다이론이 물었다.
"그럼 은해님은 어떻게 되는거죠?"
"아, 3일 뒤에 저 보호막 속에서 나타날꺼야. 저 보호막이 점점 뿌옇게 변하거든.
융합이 끝나면 저절로 보호막이 풀리고, 풀 파워 은해가 걸어나온다 이 말씀이지!"
"그런데 하나 좀 걱정되는게 있는데요."
"뭔데?"
아까 대답해주었던 에델린이 잠자코 있자, 이번엔 로웰이 엔다이론에게 재촉해서 물었다.
혼자 곰곰히 생각하던 푸른 늑대는 곧 심각한 표정을 푸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좀 지나친 걱정같네요...하하-"
엔다이론의 행동에 옆에 있던 소년 아델이 물었다.
"일단 말해주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별 상관없는 내용이라도....."
"아, 그게 말이예요ㅡ"
엔다이론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루시퍼가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하, 그럴리 없겠죠? 올드 사이언스 지구 일이 끝난지 얼마나 됬다고......음?"
푸른 늑대 엔다이론은 순간 굳어버린 일행들의 얼굴을 놀란 표정으로 휘휘 둘러보았다.
***
예, 반갑습니다^^
으아ㅡ 정말 방학특강은 대단하군요!! 힘듭니다..ㅠㅠ
큭, 저희 학교 개학이 벌써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ㅠㅠ
그때까지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화이팅!
(오늘 눈이 예쁘게 오네요^^ㅋㅋ)
첫댓글 앗!! 드디어 올라왔당..ㅠㅠㅠㅠ꺅
응! 올라왔엉!
오오, 기대된다구요!ㅋㅋㅋㅋ은해가 깨진다는 순간...ㄱ-헉..;;
고..고맙다구요!!ㅋㅋㅋ
양돌이님 안녕하시와요...후훗...눈이 오늘 펄펄내려와서 너무 좋았답니다...감기조심하시와요> ㅅ< 발밑도조심하시와요...슬라이딩....ㄷㄷ;; ㅇ_ ㅇ저희아파트에서 사람이 죽어서...흑...ㅠㅠ 13층에서뛰어내린거같데요....오 뛰어내린건못봤고...소리나서 봤더니 ...뚜둥,...은해 진정한 정령의아이로 각성하는건가요?다음편도기대하겠습니당~
무향화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헛, 사람이 죽다뇨!!;;;;;;;헉.....추..충격이셨겠네요.;;;
별로 충격이진 않았는데-_- 아줌마들이 더 난리라는...후훗...근데 무지 젋은사람이었음.여자였는데 20살초반... ㅇ_ ㅇ;;
아줌마들..ㅎㅎㅎ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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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있었죠!
드디어 오셨네여~~~ㅠ0ㅠ!!!!!!!!얼마나 기다렸다구여~~~~그럼 이제 은해는 풀 파워를 가지게 되는군여~~머리색두변하지않구~~~>_<!!!은해의 모습 기대되여~~~>_<ㅎㅎ
아핫,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아~ 이제은해가쎄진다..더불어 여자로 우흐흐흐흐
우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