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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석 칼럼] 가족 간 굳은 유대와 진보적 지식인들의 배신
만연한 검은옷 입은 자들의 무소불위 행태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정경심 교수가 추석 전전날 가석방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전혀 그랬을 것 같진 않지만, 4년전 그 이전처럼 풍요롭고 행복한 추석을 보냈기를 빈다. 가석방은 전혀 윤석열 정권의 은총이 아니다. 형기의 1/3을 복역한 수형자라면 누구나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흉악범이거나 수형 태도가 지극히 불량하지 않다면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개전의 정’도 중요한 고려 항목의 하나겠다.
만연한 검은옷 입은 자들의 무소불위 행태
정경심 교수의 범죄혐의는 일반적으로 입시비리, 법적으로는 업무방해라고 한다. 어떤 정도의 입시비리와 업무방해가 중범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 교수의 혐의는 고작, 입시에 전혀 쓰인 바가 없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한 지방대학 총장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이제 좀 솔직해 지자. 그런 작은 혐의로 정 교수는 4년형(!)을 받았다. 그렇다고 정 교수의 수형생활이 불량했다는 아무런 증언도 없는데(그러니 보고도 없었을 터인데), 심사위는 번번히 정 교수의 가석방을 퇴짜 놓았다. 그리고 이제 형기의 3/4을 넘겨 살고 겨우 풀려난 것이다. 이걸 마냥 기뻐해야 할 일인가. 정 교수는 지난 3년여 동안 검은옷을 입은 잔인한 자들에게 법에 의한 공개적 고문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정 교수는 온전히 자신의 의지와 인내를 다한 투쟁으로 그 고문을 이겨내고 끝내 자신의 권리를 찾은 것이다.
나는 사실 지난해 3월인가 4월,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경심 교수를 사면복권해야 마땅하다고 내 sns를 통해 청원한 바 있다. 당시의 심경을 솔직히 밝히자면, 죄 없이 벌 받는 정 교수의 처지가 부당하다거나 안타깝게 여겨서도 아니고, 조국 장관이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앞장섰다가 벌어진 일이니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정 교수를 사면할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마치 자신이 절대자라도 된 양 한껏 너그러움을 과시하면서, 어떤 사람도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감옥에 넣다 뺐다, 능소능대, 무소불위, 위세 떠는 광경을 차마 목격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걱정도 팔자’라고, 내가 안 해도 될 걱정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경심 교수를 사면하지도, 가석방을 허락하지도 않았으며 대신 김태우라는 자신의 심복은 대법원 확정판결 3개월 만에 사면·복권하고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태우 그 사람의 범죄행위로 인해 다시 치르는 선거에 말이다. 아마도 이 모든 일이 불법은 아닐 것이다. 불법은 아니되 바닥으로 추락한 도덕심과 인성이 권력과 결합할 때 얼마든지 법을 박살낼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27일 오전 가석방으로 풀려나 휠체어를 타고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3.9.27. 연합뉴스
‘독립운동가’는 한동훈 아닌 조국 일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이런 불법이 아닌 불법, 급기야 무법천지를 만들고 있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장관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런 인물을 두고 ‘독립운동가’라고 칭송한 적이 있다. “(검사 노릇을) 거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굉장히 유능한 검사라 아마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중요한 자리에 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과연 그는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기도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자마자 중요한 자리에 갔다.
그러나 내가 알기론, 독립운동가는 훨씬 훌륭한 분들이었다. 죄 없는 사람 잡아 가두고, 협박하고, 고문하고, 자신의 죄는 덮고, 불리할 때는 피하고 변명하는 그런 추한 인성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일제 고등계 순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다. 나는 또한 독립운동가는 물론이거니와 그 가족들이 좋은 자리에서 호의호식했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항상 감시당했으며 때로는 인질로 잡혀 고문당하기도 했고, 독립운동가인 남편이나 아비 대신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홍범도 장군의 가족들이 그러했다고 나는 배웠다. 지금 정경심 교수 가족에게 닥친 환난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그러니 조국 장관 일가야말로 검사 독재국가에서 온갖 환난을 겪으며 독립을 꿈꾸는 독립운동가 가족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른바 ‘조국 사태’가 처음 벌어졌을 때 정경심 교수는 어리둥절했을 것이고 당황스럽고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표적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사태를 온몸으로 직접 겪으며 남편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원망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뜻하지 않은 변을 당했을 때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너무도 당연한 감정 아니겠는가.
그러나 조국 가족은 이 환난을 너무도 잘 견뎌내고 있다. 최근 조 교수와 조민 씨의 활동을 보면, 이 가족은 단지 견뎌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겨내고 있다. 조 교수의 ‘디케의 눈물’은 법의 지배와 사회 정의에 대한 그의 성찰이 한층 더 깊어진 것을 느끼게 하며, 딸 조민 씨가 비슷한 시기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를 출간하면서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아니라 조민 그 자체로 살아가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실로 ‘굴하지 않는 독립정신’의 발로 아닌가. 이런 가족에게 “가만히 있지 않으면 계속 괴롭히겠다”는 협박은 얼마나 가소롭고 치졸한 짓인가!
안타깝게도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면 많은 독립지사의 가족들이 핍박과 역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몰락, 심지어 변절한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 그것을 친일파들은 위안거리 혹은 변명거리 혹은 놀림거리로 삼았다.
그러나 검찰 독재국가에서의 조국 가족은 다르다. 정경심 교수가 병약한 몸에도 검사들의 핍박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강한 의지와 함께 가족들 간의 강한 유대와 상호 격려 덕분이었다고 확신한다. 그러한 격려를 통해 이 가족은 자신들에게 닥친 엄혹한 시련이 한 개별 가족을 덮친 불운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대신해 겪어야 할 도전이라는 사실을 공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여기에서 우리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죽는다”는 결의까지 다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어찌 이 가족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는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이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가족 간 굳은 유대와 진보적 지식인들의 배신
그러나 꽤 많은 사람이 나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가해자들 뿐 아니다. 자신이 중립이라고 믿는 사람들, 아는 게 많다고 뻐기는 사람들, 바른 양심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결과적으로 양심이 없는 가해자들 편을 든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 말이다. 이들은 조국 가족의 유죄를 오래전부터 이미 확정지은 채 아빠와 딸이 무슨 행동과 말만 하면 “아직 반성이 모자란다” “자성하는 마음이 겨우 하루짜리였나” “지금 벌써 당당해질 때인가”라며 이죽거리기 일쑤다. 딸 조민 씨까지 기소한 만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런 해괴한 상황을 보며 문득 3년여 전 한 지인(교수)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떠오른다. 내가 2020년 5월 24일 ‘표창원을 좋아하는 이유’란 페이스북 글에서 표 의원이 이른바 ‘조국 사태’ 때문에 정계 은퇴를 결심했다면서 “의혹은 커지는데 ‘우리 편’이라고 감싸는 상황이 고통스러웠다”, “ ‘말빨’로 조 전 장관을 지켜주는 도구가 됐다는 생각이 들자 의원 역할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을 내가 몹시 실망스럽다고 비판한 데 대한 지인의 반응이었다.
“이사장님, 표창원 의원은 경찰 출신일 뿐만 아니라 서구 유학파 교수 출신이란 점에서 법적 다툼 이전에 도덕성 차원에서 양심의 갈등을 느꼈다는 말에 저는 너무나 공감이 갑니다. 청문회 때 당사자들이 인정한 것만 봐도 입시에서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준을 많이 벗어났다는 게 대다수 교수들의 생각입니다. 도덕 기준은 자기가 살아온 삶의 기준과 자신이 속한 윤리 공동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마치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면 서로 대화가 어려워집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도덕 기준이 무당파층이나 일부 민주당 지지자와도 맞지 않았기에 민주당 지지도가 하락한 것 아닌가요? 그는 조국을 지지한 사람을 비난한 적이 없어요. 다만 자기 양심에 맞지 않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말씀하시면… 저도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가족에 대한 과도한 수사에 분노하고 조 교수가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믿지만 그게 도덕적 흠결마저 정당화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표 의원도 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어요. 조 교수가 머리 숙여 수 차례 사과했다는 건 도덕적 흠결을 인정한 것 아닌가요? 일반인은 그 정도면 장관에 문제없다고 볼 수 있지만 다수 교수들은 교수로서 윤리성도 문제이니 법무장관은 안 된다는 게 압도적 다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교수가 꼭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제 주위 진보 일변도 교수들도 조 장관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건 아마도 교수 특유의 윤리 기준 때문인 것 같아요.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3.1.26. 연합뉴스
3년여 ‘친검무죄 반검도륙’ 본질은 검찰 독재
나는 이른바 조국사태 초기에, 몇 사람이나 검찰의 기획수사를 간파했는지, 그중에서 몇 사람이나 지레 조국 일가의 완벽한 무죄 혹은 유죄를 예단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아마도 표창원 씨나 내게 문자를 보낸 교수 같은 이들은 “검찰이 저렇게 털어대고 언론이 저렇게 떠들어대니 조금이라도 책임져야 할 범죄사실이, 최소한 도덕적으로나마 비판받아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사람들에 속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도 나는 알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 “조국은 유죄다~”라는 소리 외의 말은 잘 들리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년여 동안 상황은 명백해졌다. 그것은 검찰 쿠데타였고 그 집중 타격 목표는 조국이었다. 그 작전은 ‘태산명동’으로 시작됐으되 튀어나온 서일필’은 고작 표창장 한 장, 인턴 증명서 한 장이었다. 그런데도 위조할 필요도 없는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엄마는 4년 징역을 살게 됐고, 딸은 의사면허를 빼앗겼다. 고작 몇 시간을 더 일했다고 적은 인턴 보고서가 허위라는 혐의로 국회의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고, 아들은 범죄 용의자가 됐다. 남편은 딸이 받은 장학금 6백만 원이 뇌물이란 이유로 교수직을 잃었다. 지난 3년여간 검찰과 언론과 (대법원 포함) 법원과 교육계와 의료계가 똘똘 뭉쳐 저지른 것이 이런 만행인것이다. 죄 아닌 것을 죄로 만들고, 작은 혐의를 큰 범죄로 둔갑시키고 확정시킨 것이다. 그리고 등장한 정권은 자기들 편의 죄를 철저히 덮었다.
처음 잘 몰랐을 때 무턱대고 조국 가족 비판에 뛰어들었다면 믿음이 부족했거나,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거나, 시기 질투에 사로잡혔거나 서운해서 그런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런다면 편협하거나. 비겁하거나, 졸렬한 것이다. 나는 그때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인과 지금까지 연락두절인 채 살고 있지만 언제라도 그가 다시 연락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편협과 비겁과 졸렬을 벗어 던지고 말이다.
출처 : 검사독재에 ‘굴하지 않는 정신’ 조국 일가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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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국이 아들 인턴 시간 부풀리기 한 건 위법입니다만. 죄의 경중을 따지지 말고 죄의 유무를 따지면 불법을 저지른 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