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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1, 17:42도무지 종교와 멀리 있을 것 같은 그인데 이런 소리를 한다.
반드시 죽어야 했는데 살아난 인생사를 말하면서 <하느님이 계셔요!>.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나 역시 국경 넘을 때 망루의 총구 앞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
하느님 소리가 그냥 그저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나도 북한 감옥을 포함하여 네 개 나라 감옥을 갇혀보았다.
그중 북한 감옥이라면 단 한 번이라도 몸서리쳐진다.
그러나 그는 북한 감옥만 세 번이라니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이 세상 가장 가혹한 것이 북한 감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듣고 보니 놀랄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 북한 감옥을 세 번이나 탈출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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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은 불 아궁이에 들어가 구들장 밑돌들을 빼고 굴뚝으로 달아났다.
두 번째는 허약과 온몸이 물집투성이로서 재소 불합격자로 감옥 문턱까지
갔다가 반송되는 과정 도망쳤다.
세 번째는 호송되는 시속 80km 내리막 열차에서 뛰어내려 탈출하였다.
도무지 살아날 수 없는 여건에 살아난 것은 의심을 받을 만한 정도였다.
남한에 입국하여 조사기관원은 이 사실을 접하고 고도의 훈련받은 자로 의심한 것이다.
그 덕에 다른 탈북인들보다 몇 달 조사를 더 받았다고 한다.
북한에서 당신이 다시 온다면 오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잡아 보았자 반드시 달아날 놈이기 때문이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는 말이 이분에게 어울린다.
자신은 잡힐 때마다 항상 정신을 가다듬고 살피고 연구하니 달아날 것이 보인다고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참상을 경험하고 책으로 낸 작가 역시 그런 말을 했다.
인간 막장 속에서도 정신 끈을 놓지 않은 자는 살아남았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도 폐암 말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완치되었느니 검사기일을 세 달에서 여섯 달로 늘이자고 의사가 그런다. 그처럼 좋아했던 담배와 술을 끊었다. 크게 앓고 나서야 성장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가 살아남은 기적 같은 이유와 근거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범상하게는 설명하기 어렵기에 <하느님이 살렸어요!> 한다.
그래서인지 약자 탈북인들을 위해 봉사 활동에 열심이다.
탈북 여성들에 인기 짱으로 세 번이나 결혼하며 어린 자식도 있다.
나는 겨우 하느님께 100억을 달라고 소원했다.
그런데 그는 경소리로 한다.
설사 뻥이라고 해도 스케줄에 비견이 안된다.
그는 정말 북한에 있을 때 봉이 김선달이었다.
그중 한 가지 실례를 든다.
역전에 권력기관에 실어 가는 밀가루 기차 방 통이 들어섰다.
마침 역장이 잘 아는 친인척이기에 말했다고 한다.
밀가루 방 통 하나를 떼내어 며칠만 묵히라고 했다.
열차 안전을 위해 고장 난 방 통을 떼어낼 수 있는 권한이 역장에게 있는 것이다.
묵혀진 방 통의 밀가루를 주변 수산사업소들에 풀었다.
수산물은 있지만 식량이 없어 죽을 맛이던 찰라에 천사 같은 밀가루였다.
그는 이 수산물로 밀가루 방 통의 3배나 되는 가치를 벌었다.
응당 보내야 할 밀가루 방 통 하나를 보내고도 두 방 통의 가치가 생긴 것이다.
성이 정 씨인 그를 보고 그랬다. <봉이 김선달>이 아니라 <봉이 정선달>이라고.
하늘이 정한 이런 이들이 통일운동과 북한 재건에 기둥감이 되리라 믿는다.
실제로 그는 그런다.
김정은이 아무것도 아닌데 남한사람들 쩔쩔맨다.
나랑 같이 둘이서 해보자 그러면 (통일)된다!.
사기 같은 말이지만 사기라고 보지 않는다. 남에게 해되는 말은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