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천상의 소리
타종행사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상징이자 가슴 벅찬 울림의 소리다. 웅장하고 청아하면서도 섬세한 소리를 내며 새해가 왔음을 알리는 종소리에는 우리 전통의 소리가 녹아 있다. 제야의 종, 타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성덕대왕신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위엄 있는 신라의 종성, 성덕대왕신종에는 여러 예술 미학이 어우러져 있다.
성덕대왕신종 (聖德大王神鍾, 국보 제29호)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으로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보물 제1167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완형의 통일신라시대 범종 3구 중 하나이다. 높이 3.66m, 입지름 2.27m, 두께 11∼25㎝이며, 무게는 1997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밀측정한 결과 18.9톤으로 확인되었다.
우리 종에만 있는 독창적인 장치: 세계의 모든 종 가운데 오직 우리나라 종에만 있는 독창적인 것이 바로 종 상부에 있는 음관과 종구 바로 밑에 있는 명동이다. 음관은 음통 또는 용통이라고도 하는데, 종의 음질과 음색을 좋게 하는 음향학적인 기능을 한다고 추정된다. 우리나라 종은 위에 음관을, 아래에는 명동을 설치하여 종 자신의 몸통에서 나는 소리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에게 전파되어 나가는 방법까지 염두에 두고 설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우리 조상들은 음향학, 진동학 등의 설계와 주조 및 타종 방식을 최적화하여 성덕대왕신종과 같은 훌륭한 종을 만들어 내었다. 이러한 범종의 제작은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사고력이 우수하였음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음관, 공명을 전달하는 장치: 음관(음통)은 용모양의 용뉴와 함께 종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종을 종각에 거는 중요한 요소이다. 성덕대왕신종의 상단 천판을 관통해서 종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음관은 길이가 770mm이고, 내부 구멍의 직경은 입구 쪽(아래쪽)이 82mm, 바깥쪽(위쪽)이 148mm 로 나팔관 모양이다. 연구 결과, 음관은 종 내부의 음을 외부로 효율적으로 방사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음향학적으로 크게 두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소리의 공명전달(Resonance Transmission) 효과와 음향필터(Acoustic Filter) 효과이다. 공명전달은 모든 관악기의 소리 발생 원리와 같다. 공기구멍은 그 길이에 따라 특정한 음높이의 공명음을 만든다. 즉, 구멍에 입사되는 음과 반사되는 음이 서로 간섭하여 특정한 주파수의 음을 공명 증폭시킨다.
관악기에서는 구멍의 길이를 조절해서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를 만들어 연주한다. 같은 원리로 음관은 종 내부에서 발생한 소리를 공명 증폭시켜 외부로 전달되도록 만든다. 종은 많은 고유주파수 성분들을 가지므로 종소리에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소리 성분들이 합성되어 있다. 가장 낮은 주파수는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여음을 만들고, 두 번째 고유주파수는 종소리의 음높이를 지배하는 기본음을 만든다.
성덕대왕신종에서 여음은 64Hz(1초에 64회 진동)이고, 기본음은 168Hz로 진동한다. 음관의 길이를 적절히 조절하여 중요한 주파수 음을 공명 증폭시킬 수 있다. 또 구멍의 단면을 나팔관 모양으로 만들어줌으로써, 밖으로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만들 수가 있다. 음향필터로서, 음관은 소리를 높낮이에 따라 외부로 잘 전달하기도 하고 종 내부에 가두기도 한다. 성덕대왕신종의 음관은 300Hz 이상의 고음을 외부로 잘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날에는 음향학 이론과 컴퓨터를 이용한 정밀 계산으로 종에 적합한 최적의 음관을 설계할 수 있으나, 옛 장인들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 종소리의 성능을 우수하게 만드는 음관을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종을 만들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뒤를 이어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하여 성덕대왕신종이라고 불렀다. 이 종은 처음에 봉덕사에 달았다고 해서 봉덕사종이라고도 하며, 아기를 시주하여 넣었다는 설화로 인해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운다.
종의 맨 위에는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音筒)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동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종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는 용머리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다. 종 몸체에는 상하에 넓은 띠를 둘러 그 안에 꽃무늬를 새겨 넣었고, 종의 어깨 밑으로는 4곳에 연꽃 모양으로 돌출된 9개의 연꽃봉우리를 사각형의 연곽(蓮廓)이 둘러싸고 있다. 유곽 아래로 2쌍의 비천상이 있고, 그 사이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가 연꽃 모양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몸체 앞,뒷면 두곳에는 종에 대한 내력이 새겨져 있다. 특히 종 입구 부분이 꽃모양으로 굴곡진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어 이 종의 특징이 되고있다.
통일신라 예술이 각 분야에 걸쳐 전성기를 이룰 때 만들어진 종으로 화려한 문양과 조각수법은 시대를 대표할 만하다. 또한, 몸통에 남아있는 1,000여자의 명문은 문장뿐 아니라 당시의 종교와 사상을 살펴 볼 수 있는 귀중한 금석문 자료로 평가된다.
명동, 웅장한 소리를 만드는 장치: 종 아래 땅속으로 구멍을 파서 만든 명동도 종소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명동은 종 내부의 주 공동과 함께 닫힌 공간을 만든다. 이러한 닫힌 공간은 공간의 크기와 형상에 따라 공명음이 발생한다. 앞에서 언급한 관악기의 소리와 같은 원리이다. 종체가 진동해서 내는 소리의 주파수와 공명음의 주파수가 일치한다면 종소리는 공명증폭되어 매우 웅장하게 들린다. 이를 위해서는 공명시킬 종소리의 주파수와 동일한 공명주파수를 갖도록 닫힌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종에서 주 공동만으로는 이 조건을 만들기 어려우므로, 명동을 파서 공간을 크게 해주면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가 있다.
오늘날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형상과 크기의 명동에 대한 정밀 설계가 가능하나, 먼 옛날 주종박사들은 어떻게 명동을 만들었는지 그 노력과 지혜가 감탄스럽다. 종을 만든 뒤 명동을 파면서 소리를 들어보고, 땀 흘리면서 구멍을 다듬어 가던 장인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 성덕대왕신종 신비스런 종소리:
https://blog.naver.com/gymuseum/221997485541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글: 이영일, 전) 문화재청 사진기자/ 김석현(강원대학교 기계융합학부 교수),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 [YTN 사이언스 기사원문] 세상을 깨우는 울림, 범종
|문화와 종교, 시대를 품고 있는 예술의 결정체
|세상을 주목시켰던 단조로운 울림, 그것은 마음을 울리는 소리.
|천 년의 과학기술이 응집된 살아있는 발명품
|세상을 깨우는 울림, 그것은 한국의 범종이다.
https://youtu.be/RmvRvH_mf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