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생각이 많아 잠도 안오고 힐링툴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애정하는 우리 까페에 요즘들어 너무 생각나는 분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육아를 위해 백수가 되었지만 제 원래 직업은 간호사입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했는데 슬슬 임상이 지겨워질 무렵 노숙인시설의 의료지원 담당 간호사 구인공고를 보고 새로운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 지원을 하게되었습니다.
다행이 합격을 했고 노숙인 무료 진료소에 근무하다 일년뒤 본사의 건강관리실로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많은 홈리스 분들과 지지고 볶고 울고 웃었는데 제가 사례관리를 맡았던 B선생님 (저희는 노숙인분들을 선생님이라 불렀습니다. 남들에겐 손가락질 받고 하대받지만 센터에서만큼은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해드리고자 해서요)이 자꾸 생각납니다.
훤칠한 큰 키에 서구적인 이목구비로 젊었을때 인기 짱이었을 그 분은 대학 졸업후 대기업에서 일하다 중소기업 사장님이 되었답니다.
나날이 사업이 번창하고 수출을 많이해서 국가에서 중소기업에 주는 상을 받기도 했는데 IMF때 타격을 받고 동업자인 절친의 배신으로 큰 빚을 지고 망했다고 합니다.
재기하려고 애썼지만 IMF시국이라 뭘 어찌하기 힘들었고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커서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날마다 술이 없으면 못사는 폐인이 되었고 잦은 부부싸움 끝에 어린 딸을 남겨두고 아내분과 이혼을 했습니다.
알콜중독 치료받기도 버거운 형편에 아이까지....
보다못한 누님이 아이를 데려가셨고 가끔씩 딸을 만나러 갔지만 따님이 아빠 땜에 엄마가 떠났다며 만남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따님이 자라서 실업계 고교로 진학했고 어느날 학교에서 아버님을 호출해서 갔더니 교장선생님께서 개교이래 이렇게 총명한 학생은 처음이라며 자매결연 맺은 외국의 학교로 유학을 지원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따님을 보려고 교실로 찾아갔지만 면회거부로 얼굴도 못보고 학교 운동장을 질러 나가는 길에 문득 뒤를 돌아보니 따님이 복도의 창문에 딱 붙어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따님을 본 마지막 모습이었답니다.
나중에 수소문해보니 유학갔다 한국에 와서 모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B선생님은 건강이 안좋아 수술도 여러번 받고 사고로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대화할때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해야 소통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종합병원에 모시고 다녔는데 그땐 제가 장롱면허라 법인차가 두대나 있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먼 길을 다녀야했네요
나란히 지하철 의자에 앉아서 갈때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대화할 수 없어 책을 보면서 가곤 했습니다.
언젠가 진료를 보고 병원 앞 약국에서 약을 타는데 약사님이
"어머, 아버님이세요? 따님이 아버님을 많이 닮았네요" 하시는거에요
그래서 "네, 저희 아빠에요" 했더니 옆에서 B선생님이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따님이 저랑 나이가 비슷했다네요
어느날 B선생님이 제게 슬그머니 책 한권을 내밀더니 서둘러 나가셨습니다.
베스트셀러인 타임 슬립을 주제로 한 책이었는데 수입도 없는 분이 이걸 어떻게 샀을까 궁금해서 쫓아가 물었습니다.
" 내가 최간호사한테 신세 진게 많잖아, 너무 고마워서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데 책을 좋아하는것 같더라.
서울역에 가면 새벽에 일당 잡부 태워가는 봉고차가 있는데 나도 일하려고 따라갔어.
근데 작업지시하는 사람 말소리가 들려야 말이지.......
어쩔수 없이 옆사람만 졸졸 쫓아다녔더니 그사람이 아저씨 왜 나만 따라다니냐고 하는거야.
귀가 잘 안들려서 그러는데 작업반장한테 말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그 사람 하는대로 일했어. 별거 아니니 받아줘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렇게 일하다 귀가 안들리는 사실이 발각되어 하루 일하고 쫓겨났다고 합니다.
책을 펼치면 처음 나오는 속표지에 빼곡하게 편지까지 써주셨는데 진짜 감동이었습니다.T_T
언젠가 딸이 너무 보고 싶어 대사관 앞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따님과의 만남을 주선해볼까 싶어 사회복지사 선배들과 얘기해봤는데 기관 실무자가 나서서 그렇게 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었고 제가 할 수 있는건 선생님 건강 챙겨드리고 병원모시고 다니고 때 맞춰 약 챙겨드리고 이야기 나누고 싶을때 열심히 들어드리는 것 뿐이라 죄송했습니다.
퇴사하고 나서 동료들에게 B선생님의 근황을 물어보니 언젠가부터 행방이 묘연한데 어디가서 뭘하는지 알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원격힐링이라도 해드릴텐데......
귀가 안들려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멀리서 화물트럭이 빵빵거리며 오는데도 모르고 건너려해서 제가 잡아챈 적도 있고 어디가서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텐데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선한 분이니 무탈하게 잘 계셨으면 합니다.
따님이랑도 재회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B선생님이 선물해주신 책을 결혼할때 친정에 두고 왔는데 나중에 가지러갔더니 엄마가 대청소하다 버리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제게 써주신 글귀들은 제 마음속에 고스란히 새겨져있답니다.
아픈 몸으로 귀도 안들리는데 제 선물 살 돈을 벌겠다고 일터에 나가셨던,
우리 아버지 같은 선생님이 주신 그 책은 제겐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첫댓글 가슴이 뭉클한, 사연이네요. 늘 다른 사람들얘기로 들었는데 청사과님의 선한 마음과 그선생님의 맘쓰임이 눈에 선하네요. 새벽에 좋은글로 으늘 하루 힐링되어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다른분들을 대하겠어요, 적어도 오늘만큼만은...얼굴도 모르는 그분께 저도윈격힐링합니다. 오늘의 기도로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나늠해주셔서. 청사과님도 좋은하루 되세요.
노숙인분들께 오히려 제가 많은 것들을 배우고 받은게 훨씬 많았습니다.
요즘들어 한분한분 얼굴이 떠오르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가진것 없고 바닥까지 떨어진 분들이지만 자기보다 더 어려운 분들 앞장서서 도와주고 정이 많은 분들이셨어요
어디 계시든 모두들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용용이엄마님 원격힐링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그분이 어딘가에서 편안하게 계시기를 기원합니다
빈들님 바램대로 부디 무탈하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아~
마음이 아파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는, 특히 약자를 도와주려는 청사과님은 나이팅게일의 후예이십니다.
지금 준비중인 새로운 매직힐링카드중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사랑과 신뢰의 에너지를 담은 카드가 있는데 이 카드 2장을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발표하면 어떤 카드인지 아실거에요.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 나눠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간호사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 사회적 약자들 도와주라고 있는 직업이니까요^^
대입 원서쓸때 다른과 썼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그 원서 찢어버리고 간호학과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애틋한 분들 인연으로 만나라고 그런것 같아요
거리 노숙인분들 한분한분 거리로 내몰리기까지의 사연이 있는데 다들 파란만장하셔서 영화보다 더한 이야기더라고요
근데 저는 우리 까페와서 알파웨이브님께 자꾸 뭘 받기만 하네요
죄송하고 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 때문에 가입한 까페인데 너무나 고마운 분들과 인연이 됨에 또한번 감사드립니다
청사과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따뜻한
사연의 글, 그 분이 어디 계시든
잘 지냈으면 합니다.
우리 까페 회원님들께서 한마음으로 잘 계시길 바래주시니 B선생님은 진짜로 잘 지내고 계실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위풍당당님 감사드려요^^
청사과님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고 따뜻합니다. B 선생님은 어려움 속에서도 선함을 잃지 않으셨고, 그런 그분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헌신적으로 함께하셨네요. 책 한 권에 담긴 그분의 감사와 애정, 그리고 청사과님의 진심은 서로에게 큰 위로였을 겁니다.
비록 B 선생님의 사진은 없지만, 청사과님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분의 모습은 하나의 이미지로 마치 사진처럼 떠오를겁니다.
그 이미지를 통해 마음을 모아 원격힐링을 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분의 따님과의 재회도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청사과님과 B 선생님이 나눈 그 따뜻한 마음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아름다운 공명으로 진동할 것 같습니다.
쌍티늄님 글 보는데 왜 눈물이 날까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신지 알길이 없지만 목소리와 모습은 생생하기만 하네요
마음으로 원격힐링 자주자주 해드려야겠어요
그리고 그분의 마지막 소원이라던, 따님과의 만남은 언제가 되었든 꼭 성사되었음 좋겠습니다.
따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또 이해가 가고 아버님 입장도 이해가 가네요
두 분 꼭 만나서 오랜 세월 쌓인 마음의 응어리 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귀하고 선한 이웃의 이야기로 가득한것 같습니다.
허나 지금 나의 상황과 조건에 가림되어 보지못하는것인가 합니다.
잠시라도 주변의 선함에 귀을 기울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요즘들어 부쩍 거리노숙인분들 생각이 많이 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아픈 아이 케어도 그렇고 속썩이는 다른 가족땜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저 힘든 것에만 사로잡혀있느라 다른 것들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를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을 쏟았던 그 시기, 제가 만났던 마음 아프지만 따뜻한 분들 다시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나의 힘듦에 가려있을뿐 돌아보면 저희 주변엔 선함을 베푸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권력 가진 자들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하고 괴롭혀도 이 세상이 망하지 않는 이유인것 같습니다
감동의 사연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치지 않고 따뜻한 댓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사과님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체험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당연히 할 일을 했을뿐인데 거리노숙인분들께 돈주고 살수없는 많은 사랑을 받았네요
모두들 잘 지내셨으면 합니다
우리 딸이 과일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청사과입니다. 그래서 처음 청사과님이 카페에 오셨을 때부터 아이디만 보면 반가웠었고요. 청사과님의 글에는 항상 따뜻함과 눈물이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감동 깊은 글에 눈물이 나네요. 좋은 글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청사과의 푸른 색감과 싱그러움이 좋아 닉네임 삼았답니다^^
갈라님 따님도 청사과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제가 만났던 노숙인분들 인생 스토리에 비하면 영화가 훨씬 순한 맛이었어요
실제 사연이라 더 마음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눈물이 나는 감동적인 글 감사드려요. 청사과님 글 보면서 우리까페에서 부터 어쩌면 세상을 위한 원격힐링이 시작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사랑의 빛천사님께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셨던 것 같은데 이렇게 내 주변 누군가를 원격힐링을 해 주다 보면 집단명상처럼 집단 원격힐링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요. 좋은 체험글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청사과가 나오는 철을 아주 좋아하고 그 시기게 청사과를 아주 귀하게 감사하게 먹는데 닉네임이 와닿습니다^^
덕분이에요님도 청사과의 맛을 즐기시는군요
반갑습니다 ㅎㅎ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갈수록 살기 팍팍한 세상이지만 선한 분들의 집단 원격힐링으로 세상을 더 따스하고 살맛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까페에서 원격힐링운동 한번 시작해보면 좋을듯요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입니다. B선생님께서 어디 계시든 평안하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청사과님의 따뜻한 마음 감동입니다.
까페 회원님들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B선생님에게 그런 마음들이 닿아 좋은 일만 가득 생길것 같아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스런 청사과님의
글이 많은 깨우침을 주네요.
가슴이 먹먹하고 아려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청사과님의 글이네요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자비와 사랑이 가득한 청사과님~~~
늘 건강하시고 뜻하는바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소소한 이 삶이 너무나 완전함에
감사 감사합니다.
제가 한창 힘들때 거리노숙인분들 생각이 자꾸자꾸 생생하게 나는건 혼자 힘듦에 발목 잡혀있지 말고 이전의 그런 소중한 마음들을 일깨우라는 메시지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생엔 남한테 나쁜짓 안하려고 노력했으니 제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그리고 제가 만났던 모든 선한 분들이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분도 비록 소식이 닿지는 않으시지만 건강히 잘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마음 공부할 때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면 인연이란 예쁜 꽃이 피어난다고 강사분께서 말씀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그 말씀이 문득 생각나네요.
예쁜 꽃이 피어나면 쉬이 시들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청사과님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따뜻해지는 밤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그 강사님 말씀이 깊이 와닿습니다
제가 만났던 많은 분들과의 인연이 오래오래 향기로웠으면 합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느낄수 있도록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청사과님 이렇게 마음 따뜻한 분이셨군요
청사과님의 B선생님에 대한 따뜻한 에너지가 닿아서 따님도 만나셨을 것 같고 건강해지셨을 것 같아요
그렇게 믿고 싶어져요
마음 따뜻한 밤 선물해 주셔서 감사해요
청사과님도 포근한 밤 되셔요~♡
저의 진심과 까페 회원님들의 마음이 전달되어 B선생님이 따님과 만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솜님 말씀대로 꼭 그리 될거라 믿어요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게 행운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사과님. 세상에 이렇게 따뜻한 사례와 글이 있다니요..ㅎㅎ
거리 노숙인분들 만나서 더 많은 따뜻한 사례들이 넘쳐나는걸 경험했답니다
제가 그분들을 위해 뭘 대단하게 한게 아닌데도 제게 넘치는 사랑을 주셨고요
부디 모두들 평안하시길 바래요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연이네요.
생각하면 또 슬프지만 제가 만난 노숙인분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분명 어려움을 딛고 재기하시길 바라고 또 그렇게 믿으려고요
청사과님, 좋은 글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황금햇살님 감사합니다^^
저부터 세상을 맑게하는데 한방울의 물이라도 될 수 있게 잘 살아야겠습니다. 청사과님글 읽으면서 좀더 착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흰구름님은 이미 좋은 분 같습니다^^
멋진 말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