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놀라보기는 처음이다.
2020년 3월 11일.
2월 중순부터 심상치 않았던 몸상태를 이끌고 주치의에게 갔다,
먼저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를 대기할 때까지는 대수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몇시간후 주치의의 걱정스런 얼굴을 뒤로하고
CT와 X-Ray를 찍으러 갔다 돌아오니 입원 수속하란다.
응? 머시여 시방? 입원까지 해야 한다고?
뭐라고? 간농양? 간에 화농이 있다한다. 내가 왜?
주치의와 동기이며 비슷한 꽈에 있는 조카가 엄청 머시라 한다.
그간 뭐하시니라고 병을 키워갖고 인자사 와서 고생 엄청하시게
됐다고.
음, 그러니깐 암같은 죽을 병은 아니라고? 그럼 뭐.....
몸에 뭔 링거인지 5개씩이나 걸려있다.
생전 처음당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쫄아있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를 그대로
밀고 나가 초음파실이라고 쓰인 곳으로 들어갔다.
거기있는 또 다른 의사가 날 안심시켰는데, 나는 곧
나의 육신과 영혼의 분열을 체험했다.
몸이 기묘한 아픔을 느끼는 동시에 머리속은 환상과
꿈의 경계에서 평소의 5배속은 될 만한 속도로 기억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없는 장면을 연출해 내기도 했다.
몇번인가 되돌이표도 찍어가면서...
******************
이거 미음 좀 드셔보쇼.
허한 뱃속을 채우려고 본능적으로 부르튼 입술을 벌려 넘겨본다.
으으으... 뭐가 이리 맛이 엄써? 그냥 물이나 주소.
밤낮으로 뭔 헛소리를 그리하는지 이방 다른 분들한테 미안했다요.
아하... 그랬겠네, 나도 내 신음소리를 듣기도 하면서 정신놨거든.
그런데 오늘이 몇일? 22일. 꼬박 11일간 이러고 있었다요.
으허헉! 생전 한끼 굶는 것도 큰 죄악으로 여겼던 내가 무려 11일
동안이나 굶고 나자빠져 있었다고?
그러고도 지금 입에 아무것도 넣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단 말이지?
나 환골탈태중이여?
비로소 그때 수술실로 실려 갈때 걱정에 휩싸였던 아내의 얼굴이
퍼뜩 떠올랐다. 이후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내곁에서 간호했겠다.
고마움에서 내가 뱉어 내는 말 – 1인실로 옮기세!
언젠가 보았던 글인 것 같은데, 노년의 버킷리스트에 1인병실에서
치료를 받겠노라고 한 구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거기에 가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보다도 먼저 나의 편안함보다는, 아내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단잠도 훨씬 편하게 잘 수 있지 않겠는가?
비어있는 1인병실이 없다요. 하고 말하는 아내는 이미 3인병실에
익숙해진 몸짓으로 함께있는 병실사람들과의 대화에 섞여 들어갔다.
나는 또 이상한 상실감을 안으며 하루면 여러차례 겪는 깜빡잠에 들었다.
얼마후 수시로 드나드는 애들한테 1인병실로 옮길 수 있게 엄마를
설득하라는 엄중한 명령을 내렸으나, 곧 있으면 아빠가 혼자서 움직일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도 힘든 고비를 넘겨서 하루방값이 20여만원이나
차이나는 1인병실을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또 앞으로 거의 3주간은
예약되어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차액으로 당신 뭐 만들 때 필요한 것들
사는게 더 낫지 않느냐? 하면서 나의 얇아진 의지를 박탈해 갔다.
그러다 전번의 꿈속에서 다 연결하지 못한 기억의 끄트머리를 잡고
어마무시한 환타지의 연출을 위하여 코를 골았다.
******************
며칠 후 나는 드디어 죽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간 끼니때마다 나의 청각을 괴롭혔던 주변 사람들과 미각다툼을 벌려본다.
그래도 역시 내 식단은 맛이 없다. 이른바 저염도 당뇨식.
입맛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간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1국 5찬을
깨작거리다 숟가락을 놓는다. 고생하느라 함께 입맛을 잃은 아내도
많이 먹지 못하고 취사실로 그릇 반납하러 간다. 오렌지와 베지밀로
간식을 하다가 조금씩 바깥음식을 맛보며 시간을 보낸다.
죽에서 밥으로 바뀌어도 내겐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입맛 때문에 즐겁지는
않는데, 지겨운 병원생활속에서 식차바퀴 돌아가는 소리는 어느덧 모두의
소중한 기다림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건너 X-Ray 사흘건너 CT 또 가끔씩 초음파 등을 아내에게 의지하고
다녀올 즈음에는 얼른 퇴원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돌아 다녀보니 나처럼 배액관을 3개씩이나 좌우로 꽂고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잘해야 한 두개? 그럼 난 훈장깜이여?
혈액검사와 더불어 상태의 호전이 확연히 드러나던 마지막 주간이 되자
최근 이 병실에 들어왔던 진상환자가 보기 싫어서도 어서 퇴원을 서둘러야
했다. 함께 있을수록 스트레스가 쌓이는 부류이다.
무협지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아혈을 짚어 입을 다물게 하는 점혈수법도
잊었던 차에 날라온 퇴원 OK Sign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오전부터 짐을 챙기고 퇴원수속을 기다리던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지루했다.
집마당에서 처음 피는 봄꽃은 보지 못하고 병원창문을 통해 멀리 벚꽃과
목련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며 봄기운을 느꼈었다.
3월에서 4월로 달이 바뀐 꼬박 4주간을 평생 병원신세 지지않을 것 같던 내게
평소 건강에 대한 자만심에 경종을 울리게 한 이번 입원사태로, 이후에는
각별하게 주의를 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큰 깨우침을 얻은 것에 고마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
지금은 일주일마다 병원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항생제를 처방받아와서 복용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잃어버린 체중 6.5Kg이 아직도 되돌려지지 않고 있다.
잘 묵으랜다. 나 예전부터 5식이 인디야?
이참에 야식타임을 가져봐? 부족한 잠은 병원에서처럼 쪼개서 자면 될 것도 같은디,
아내가 머시라 안할까? 어차피 원래부터 난 야행성이니 낮에 챙겨놓고 꿈쳐 두었다가
야식해도 되겠지? 그러믄 또 거 머시냐...
막 올라가는 혈당은 또 어찌한디야?
약 한알 더 묵어? 이거 선기능이여, 악순환이여?
니가 닥터냐? 오메~ 이걸 워쫘쓰까잉?
배암다리 : 당뇨인에게 숨은 적 – 간농양
가족력이어선지 40을 넘자 한창 근육과 지방의 조화로움으로 댕댕하게 다져진
몸집에 3다 현상이 찾아왔다. 다갈다음다뇨...
당뇨는 관리하는 병이니 알아서 잘 챙기라는 말을 신조로 삼아 살아온지 25년을
훌쩍 넘겼는데, 이런 사달이 나게 된 것은 처음의 몸과 마음가짐이 해이해 져서이다.
당뇨 초기에는 온갖 정보를 취득하여 해로운 것을 가리며 지냈는데, 어느덧 세월이
지남에 따라 초심이 무뎌지고 당뇨초기의 기억도 사라진데다 현재의 건강을 과신
하다보니 한낱 독감이나 편도선 염증으로 치부하고 지냈던 것들이 그거이 그게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는데도 그런 상황을 당뇨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보았어야
하는데 엇따가 정신을 팔고 있었는지 내 몸뚱아리님 귀한지 잊고 있었다.
급기야 최근에 발생한 몸의 이상신호인 오한이 왔지만 역시 몸살감기 정도로 여기고
상비약인 판토와 타이레놀로 스스로 처방을 내리고 낫겠지 하다가, 차도가 안보이자
그 당시 추운때였는데도 열이 나니 좋아하는 팥빙수에 얼음과자 등으로 억지 누르고
다시 상비약을 복용하길 3주간 연속하다가 점점 힘이 떨어지고 상태가 전과 같지 않게
심상찮음을 여긴 아내에게 이끌려 병원으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당뇨인들은 민간처방을 특히 조심해야하고 평소와 다르게 상태가 좋지 않으면 곧바로
진료를 받으러 와야 하는데 뭘 하시다가 병을 키워 왔느냐, 이 병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아시기나 하느냐, 이 정도의 화농이 생기려면 통증도 있었을텐데 어찌 참고 계셨느냐 등등...
어디 이게 틀린 말인가? 스스로에게 치욕을 안기게 한 내 자신이 너무 바보스러웠다.
환갑을 넘긴 당뇨인들은 앞으로 금욕의 길을 하나씩 더 그리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 올들어 처음으로 봄비를 집에서 맞이 하는 날에 씀 >
첫댓글 아으으~~
제목과 첫줄읽는 순간 가슴이 덜컥
코로나 19 ??
아니네~ 휴~~ 하다가 주욱 읽어내려가보니 큰일 날뻔 하셨네요
우리나이가 건강이 1순위가 되었네요
크게 혼났으니 조심 또 조심 하셔야 겠어요 아내분 소중히 챙겨주세요
건강완전회복 이라는 제목 기다릴께요
그러게요.
젊은 시절과 달리 순간의 불찰에도 돌이킬 기회가 없는 시간속에서 살아가나 봅니다.
이제 서서히 기운차리고 있으니 걱정 염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여지껏 남들한테는 말로만 건강하세요~~ 했었나 싶어서 염치가 없어요.
진짜 우리 건강하게 오래삽시다~^^
전화위복의 큰 선물로 여기시고
지금 이 마음 그대로 생활하시면
뭐 가볍게 무병백수 틀림없습니다.
자가격리 단단히 하셨네요^^
봄바람이 가기 전에 쾌유 소식
기다립니다.^^
반가워요~
열심히 먹는걸로 우선 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주말 휴일 부터는 외식으로 입맛을 좀 돋울까 합니다.
이곳은 청정지역인데 서울의 코로나 잘 피하시고요.
늘 좋은 감성을 느끼게 하는 답글주셔서 고마워요~^^
제 남편도 복막염 수술 후 간농양이 생겨 수술했는데
지금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산 휴가를 버킷리스트 1개 달성
아하... 역시나 기경험자가 있었네요.
지금은 조금씩 입맛이 살아 나는듯 합니다.
식구들이 아직까지 점심메뉴를 정하지 못하고 있네요.^^
폰으로만 보다가 근 몇달만에 컴에 들왔드만, 이것이 뭔일일까잉!!! 건강의 화신, 미남의 원조로만 알고 잇었그만. 큰 고생을 하셨네요. 그나저나 땅바닥도 일생일대의 건강 고비에 시달리는 중이라 곧 입원기를 올릴 작정입니다. 목디스크, 만성 방광염으로 거의 사회생활불능상태로 살고 있답니다. 어쩌면 이리 국가와 운명을 같이할까 생각하며.ㅋ 백마님, 이번 큰고비 넘기셨으니 이제 건강하고 아름다운 백세를 위해 고고씽입니다요!!
그렇찮아도 접때 염증이 있다해서 안부전할까 하다가 때를 놓쳤는데
우리의 호푸께서 지금 많이 편찮으시네요? 우짠디야... 병명이 사뭇 다르니
동병상련이랄수도 없고, 혹 입원중에라도 볼 수 있게되면 가서 뵈오리다.
이번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퇴원을 해서 참 다행이었고 결과가 좋아 기분도
한결 업되니 회복도 빠르게 여겨집니다. 그렇죠? 우리 푸른100세 까지 자알
버티면서 서로 손잡고 지내십시다. 아울러 그대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빛가람마 옛썰
흐미...무슨 그런 일이......애쓰십니다!
다들 쫌 아프다 말고, 괜찮아지겠지함서
쉬이 병원에 가지 않지만, 지금 우리 나이때는
건강을 잘 체크해봐야 합니다.
빨리 좋아지셔서,
우리들의 멋찐 ㅇ빠 노릇 해주셔야해요~
이번에 보니까 아내가 고생을 제일 많이 합디다.
서로의 리듬이 40십년간 굳은 지금 특별히 좋은 남편 역할하기 무지 힘든데,
우선 말한마디라도 신경써야 할것 같아요. 병상에서 까탈부리는 내게 아무
말없이 오히려 더 잘해주더라고요. 친구도 항상 건강유의하고 좋은때 또 뵈어요^^
왐마 큰일 날뻔 하셨네요. 몹시도 힘드셨을텐데 이렇게 글도 잼있게 올리시고 ... 지금은 자나깨나 건강챙기십시오
그러게요... 내 인생 후반부에 여러 큰일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건강을 해치는 일이 생기리라곤 전혀 예측못했네요.
다행히 회복가능한지라 열심히 몸조리 잘 하고 있습니다.
우리 친구들을 만난지 너무 오래되어 병난거 아닐까여? ㅎㅎㅎ
오키친구도 건강한 봄날 보내시다가 근간에 한번 보시게요~ ^^
회복되는병은얼마나다행인지.아직건강검진한번안한 나한테는좀겁나는소식이긴하구만.
와중에
유머러스한글과 사이사이작품(본인작품인가?)들을보니 한걱정놓이넹 ㅎ
그라췌! 회복가능해서 정말 다행이었다네.
정신이 든 후에 CT 여러번 찍으면서 소화기쪽에 뭐라도 발견되면 어쩌나 하고
겁나기도 했었지. 우리 달빛친구는 스스로 관리를 아주 훌륭히 잘할 것 같더군.
굳이 검진할 필요없이 이상징후가 없이 늘 유지 잘하시게.
그리고, 작품들은 입원전에 카피도 하고 실험적으로 만들면서 잘 놀고 있었는데... 그만~!
출첵에 뭔일 있구나 싶어 궁금했는데 큰일을겪었구만
미라말대로 낫을 수 있는 병이어서 천만다행이었네~
65세 넘는 고령자는 이제 순간에 다가 오더라고~
울 남편도 작년에 암인줄 알았는데 장이 늙어 출혈이 생겼다는 구만
이제는 이상하면 미루지 말고 의사도움 받자고요~
회복중이라니 다행이네~
그대 안식구가 먹으라는 대로 시키는대로 잘해서 빨리 회복하시게~~
어헛~! 거기 선배님도 힘든 시간 보내셨네 그랴..
친구도 늘 건강 잘 유지하고 있겠지?
정말 이젠 조금만 몸이 이상을 보이면 혈액검사부터 해야겠드만.
우리 오래도록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려면 최우선적으로 건강해야겠고,
자주자주 못보지만 서로 건강하길 바라고 다음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들의 우정이 더욱 고마워지네. 그럼 다음 만날때까지~~^^
고생 많으셨소그랴~~
이제 안 좋은 곳만 생기니 건강 조심하는 수 밖에..
이렇게 글로라도 소통을 해야 하는디
저도 이 글 읽기도 힘드네요
그러게요.. 모두들 보기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구만요.
누워 빈둥거리는 시간을 줄이고 산책과 손꾸락 힘이 뻗히는데로
조금씩 꼼지락거려 보는 중입니다. 초여름 유월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놀라도 많이 놀라셨겠네요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고요
건강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 앞으로 건강관리 잘해야 겠네요
빛가람마 형님 이번을 계기로 건강이 더욱 좋아져서 언제나처럼 밝은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우님 참 오랜만에 반갑네.
돌아온 줄 알고도 얼른 안부전하지 못하는 게으름을 이해해주시게나.
이젠 많이 좋아져서 큰몸놀림 할것만 아니면 일상생활에 무리없다네.
그럼 머지않아 만날 날까지 잘 지내다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