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집 {적막강산},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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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언제 어느때 찾아 읽어도 감동을 주는
구절이 다르기 때문인것 같아요...
오늘은 [이형기]낙화의 한 구절이 생생하네요...
아침에 종이에 손가락이 베여서 아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꽃잎이 흩날리는데...
얼마 전 연못 가를 지나가다가 떨어져 날지 못하는 까치를
동물 병원에 데려갔는데...6일 만에 죽었답니다..
낮에 산에다 흙을 파서 묻고 왔어요...
마음이 참 아프네요...
낙화에서 '분분한 낙화'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네요...
꽃잎이 날리는 것을 분분하다라고 표현한 부분이...
어지럽게 날린 것도 아니고...
수많은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한 송이를 이루고 있던 꽃잎 그 낱장들을...
꽃이라고 불렀던 그 완성체에서...이제는 떨어져 나가야하는
아픔을 .....
'분분한'이란 형용사에 담아낸 것이...참 간절하고도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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