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과 오뎅
서길수
묵 ; 도토리나 메밀, 녹두 따위의 앙금을 풀처럼 되게 쑨 뒤, 식혀서 굳힌 음식
어묵[魚+묵];
물고기를 푹 끓인 살코기에 전분 등을 양념과 함께 섞어 익혀서 굳힌 음식
묵은 우리나라 말이므로 한문 글자가 없어
한문으로 된 단어를 찾으면 그냥 어묵[魚묵]으로 나온다.
중국에는 어묵이 없는 것일까
전분澱粉가루; 고구마 또는 감자를 잘 말리어 갈아 만든 가루
갈분葛粉가루; 칡뿌리를 짓찧어 물에 담근 뒤 가라앉은 앙금을 말린 가루
미림味淋가루;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를 말려 가루를 낸 것
어묵은 일본에서 왔다
아니다
추운 날
뜨거움을 넣어 주는 따뜻한 포장마차의 어묵
더운 날에도 약간의 허기를 달래주는 길거리음식 어묵
생선의 살을 잘 갈아 갈분가루 미림가루 양념들을 잘 섞어
나무판 위에 올려놓고 쪄서 익힌 일본의 오뎅
중국에서의 어묵鱼糕이라는 글자는
출처어묵 出處語默이라는 글에서 나온 말로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집에 돌아와
물고기를 잡기도하고 떡을 먹기도 하고 있는
한가로운 사람을 가리키므로
우리의 어묵과는 뜻이 다르다.
우리의 어묵은
생선을 푹 익힌 후 살코기에 밀가루 등 여러 재료를 넣어 뭉친 음식으로
생선숙편 생선문주 물고기떡 생선묵으로 불러왔는데
일본의 오뎅은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대구 살에다 갈분가루 미림가루 콩가루를 넣어
기계로 갈고 반죽하여 기름에 삶아
고소하게 만든 것을 일본오뎅이라 하며
원양어선遠洋漁船에서 잡은 얼린 도미로 만든 오뎅을
샤브뎅(냉오뎅)이라 부른다고 한다.
생선이 흔하면서도 된장국물을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은
자기들의 입맛에 맞추어 만들어낸 비릿한 오뎅이
만드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만큼 종류도 많고 일반음식이 된지 오래인 것 같다
오징어를 갈아 넣어 씹는 맛이 좋은 오징어어묵 또는 오징어오뎅
맛살을 넣어 깔끔한 맛을 내는 맛살어묵 또는 맛살오뎅
구운두부를 갈아 넣어 만든 담백한 두부어묵 또는 두부오뎅
고구마를 썩어 넣어 만든 달콤한 고구마어묵 또는 고구마오뎅
된장을 썩어 넣어 만든 구수한 된장어묵 또는 된장오뎅
야채와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만든 매콤한 야채어묵 또는 야체오뎅
등은
우리나라의 어묵이나 일본의 오뎅이나
요즈음의 서구화 된 입맛에 맞추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일반사람들에게 손쉽게 맛을 즐기게 한다.
어묵은 일본의 오뎅에서 비롯되었다하는데
정말 그럴까 궁금하다.
우리의 옛날부터 내려오는 묵을 살펴보면 어떨까
산에서 나오는 도토리로 만든 묵 등
밭에서 나오는 메밀로 만든 묵 등
바다의 우뭇가사리를 끓여 눌러 짜 액을 굳힌 우무묵 등
생선을 푹 삶아 으깨어 전분과 양념 등을 넣고 만든 생선묵 등
삶은 고기 살을 눌러서 물기를 빼고 얇게 저며 놓은 편육
소나 돼지의 머리고기를 푹 삶아서 만든 편육 등
고래 고기를 푹 삶아 만든 편육 등
우리는 예로부터 여러 가지 묵을 만들어
은근하며도 입에 감치며 속깊은 맛을 먹어 왔는데
어묵 또한 물고기로 만든 편육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서유본徐有本의 부인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께서
1809년에 내놓은 한글로 된 생활지침서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완자탕이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생선의 살코기에 쇠고기를 조금 넣고 달걀 한 개도 넣어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주물러서 밤톨만한 완자를 만들어
끓여먹는 것을 완자탕이라 한다고 적혀있다.
궁중에서 행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어놓은 책 진연의궤를 보면
생선숙편이라는 숙종 임금님에게 올리는 음식이 나오는데
생선 3마리 간장 3홉 녹말 1되 5홉 참기름 3홉 잣 5작으로 만든다고 한다.
조선 무쌍신식 요리제법(윤숙경. 1996) 이라는 책에도
생선의 살에 여러 가지를 섞어서 뭉쳐 찌거나 끓이거나
때로는 소 돼지 닭고기를 섞기도 하는 요리법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옛적부터 맛의 깊이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음식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묵의 문화도 건너갔으리라
우리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생선을 잘 끓여 살코기에 여러 가지를 넣고
묵 또는 편육을 만들어 먹었다.
이중에서 생선으로 만든 묵을
생선숙편 생선문주 물고기떡 생선묵으로 불러왔는데
이를 우리는 어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생활풍속과 입맛이 다르며 비릿 내를 품은 오뎅은
우리입맛에 맞는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제는 잘 만들어 누구나 잘 먹는 일반음식이 된 것 같다
오뎅 공장은 일제 강점기에
이상조라는 분이 믹서기등 새로운 기계설비를 들여와
부산釜山의 부평동시장에서 동광식품을 창업하며 처음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6.25사변 때 부산으로 피난 간 피난민들이 허기진 배를 달래려
값싸고 양이 많은 오뎅을 먹다보니
그때부터 우리입맛에 졌어들며 많이 팔리기 시작하였다 한다.
1985년도에 삼호그룹의 삼호 F&G에서
큰 공장을 지어 만들며 어묵이라는 이름을 처음 썼다고 하며
우리의 음식이 되어버린 오뎅은
기계화된 방법으로 만들어
우리의 묵 처럼
우리의 생선편육 처럼
은근하며도 깊은 맛은 적으나
우리음식에 들어온
어묵이나
생선편육의
한 종류로 봄이 옳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댓글 고마운 머므름 합니다 편안 하십시요..^^
아하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