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시장 눈치보며 디젤택시 출시에 소극적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디젤택시’가 최근 관련법 개정으로 국내에서도 출시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디젤택시를 생산해 수출까지 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 출시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3사는 국내 디젤택시 생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해 정부가 택시 유종 다변화 정책에 따라 오는 9월부터 LPG에만 지급되던 유가보조금을 경유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디젤택시 도입은 가시화됐다.
정부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택시에 대해서도 화물차나 버스 수준인 리터당 345원54전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LPG택시의 디젤택시로의 지나치게 빠른 전환을 막겠다며 전환 가능 택시 수를 연간 1만대로 제한했다.
택시업계에서는 디젤택시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LPG택시에 비해 연료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LPG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연비가 리터당8~9km에 불과하지만 경유는 15km를 넘게 갈 수 있다.
때문에 아직 유류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지만 자비를 들여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을 구입해 택시로 개조해 운영하는 개인택시 사업자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송 모씨는 "LPG의 경우 실 연비가 많이 나와야 리터당 6~7km에 불과해 연비가 좋은 정부가 유가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상황에서 디젤택시 출시는 환영한다"며 "일부 개인택시 사업자들은 SUV차량을 구입해 택시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디젤택시 생산에 뚜렷한 계획이 없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달 출시하는 그랜저 디젤과 하반기 출시 예정인 쏘나타 디젤을 택시로 변경해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업계의 추측이었지만 취재 결과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하반기 디젤택시를 출시할 것이 유력시됐던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엠도 말리브 디젤을 택시 버전으로 생산하는 것이 할 수 있지만 역시 계획이 없다. 이들 완성차 3사는 입을 모아 “디젤 택시 출시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완성차 업계는 디젤택시를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 현대차는 싱가포르 대형 택시회사 컴포트델그로 그룹에 NF쏘나타 디젤택시를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1만여대를 수출했다. 르노삼성 역시 SM5에 디젤 엔진을 탑재한 택시를 유럽 일부와 터키 등에 수출한 실적이 있다.
지난해 디젤택시 도입 기대감이 높았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시만 하더라고 디젤택시 도입에 대해 디젤 승용 판매율이 부진했던 완성차 업계는 물론, 정제 마진 감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던 정유업계도 LPG 판매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유 사용량 증가를 예상하며 제도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년 만에 시장상황이 급변했다. 당시만 하더라고 디젤승용에 대해 국내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디젤승용 판로가 필요했지만 최근 디젤승용이 인기를 끌면서 굳이 택시에까지 디젤 라인업을 확장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디젤택시 시장은 사실상 위험이 도사리는 신시장이어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리하게 진입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도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승용의 경우 LPG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진다. 진동이 심해 주행거리가 긴 영업용의 경우 잔고장이 많아 사업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고, 수리비 등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며 “완성차 업계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4.06.28 그린경제신문 천원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