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떤 지인은 요즘 텔레비전에 볼 게 없다는 소리도 합니다만
저는 쉴 때 여러 방송 채널을 돌려가면서 재미있다 싶은 걸 골라봅니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빼 놓을 수 없는 표현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좀 심하다 싶은 게 참 많아서 조금 걱정도 됩니다.
갈수록 본연의 해설적 기능을 잃고 언어 파괴의 주범으로 변모하고 있으니까요.
자막을 통해 남발되는 조어, 비문법 문장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그런데 같은 방송 내내 잘못된 표현이 4~5번 가량 등장해
"실수가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홀홀단신", "한숨 쉬지 말아'" 등의 자막도 많은 지적을 받습니다.
이는 각각 "혈혈단신", "한숨 쉬지 마라"로 적는 것이 옳습니다.
'그만두다'는 뜻의 '말다'는
명령형 어미와 연결될 때 '말아/말아라'가 아니라 '마/마라'로 쓰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말 전도사'를 표방하는 공영방송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해당 방송은 자막에서 "오랜만에"를 "오랫만에"로 "허구한 날"을 "허구헌 날"로 표기하는 등
일상에서 흔히 잘 못쓰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깁니다.
이밖에도 "겉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은 "걷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로
"저 친군 좀 있다 되겠다"는 "저 친군 좀 이따 되겠다", "누가 드실런지"는 "누가 드실는지"로
각각 바꿔 썼어야 했거든요.
속어와 지나친 외국어 남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MBC, SBS, KBS 2TV, EBS까지 외국어를 그내도 자막에 내보냅니다.
"우쥬플리즈 닥쳐줄래?"라는 자막은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영어와 한국어가 혼용된 표현이 시청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또 시청율이 높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참 병맛(이상한) 진행", "아 씨 퐈이야", "넌 배신깔 놈이야" 등도 볼 수 있으니
이런 은어적 표현 및 인신공격성 발언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꼬~옥', '아부 작렬', '오늘 식재료 대박인듯', '허걱', '빠직' 등의 인터넷 채팅용어 등도
방송 자막에서 볼 수 있는 언어파괴의 대표적 예라고 하겠습니다.
방송에서 자막은
주로 다양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설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출자와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한 재치 있는 문구로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준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이 너무 심화돼
은어나 채팅용어, 외국어 혼용, 맞춤법에 어긋난 문장이 자막에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이러한 자막은
부지불식간에 속어 사용을 확산해 바른 언어 사용을 가로 막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러다가 조금만 더 지나면
국적불명의 문자나 언어가 판을 치는 나라가 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냥 웃어넘겨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