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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그 폭풍우를 이겨내고 마음을 추스린 후 아침을 챙겨먹고 도시락 싸고 나가려는데 비가 후둑 후둑 떨어진다.
어라, 분명히 오늘 오전은 흐리기만하고 오후부터는 갠다고 했었는데.... 이런 그새 바뀌어 있다. 12시 까지 간간히 비가 온댄다. 7시52분 마을버스(8편 홀드리오에서 마을버스 시간표 참조)를 타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ㅜㅜ 비가 오락 가락 한다.
대충 이정도인데도 순식간에 어두워 졌다가 비가오곤 한다.
그래도 오후에는 간간히 1mm이하 정도만 온다고 해서 우산을 쓰고 9시 52분차를 타고 떠났다.
오늘 코스도 대폭 수정했다. 아깝지만 융르라우 요흐나, 피르스트는 좀 아껴 두고 짧게 갈수 있는 코스로 변경한다.
1.123번 버스, Aspen -> Grindelwald bahnhof
2.산악열차, Grindelwald bahnhof -> Kleine scheidegg
3.산악열차, kleine scheidegg -> Eigerglecher
4.도보, Eigerglecher -> Grindelwald bahnhof
5.123번 버스, Grindelwald bahnhof -> Aspen
대략 이런 일정이다.
4번의 트래킹코스가 아이거 북벽 바로 아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횡단하는 코스라 트래킹 코스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한다. 대략 6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이다. 중간 중간 기차역을 교차하기 때문에 힘들면 적당한데서 기차타고 내려오면 된다.
3번에서 기왕 가는김에 융프라우요흐를 안간 이유는 융프라우VIP 패스는 해당일 동안 모든 구간 무한히 쓸 수 있지만 아이거그래처<->융프라우요흐 구간은 1회 밖에 안되기 때문에 거긴 날 좋은날 가려고 한다.
열차를 타고 대기시간 거의 없이 아이거 그래처에 내리니 대략 1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아이거 그래처에서 내린 사람은.....젠장 나밖에 없다.
비가 아니라 눈발이 휘날린다. 게다가 제법 쌓였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열차 타고 내려가기로 했는데, 바로 눈앞에서 내려가는 기차가 출발한다.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어차피 기다리는 김에 잠깐 주변이나 둘러 보자하고 역 밖을 나갔다.
그런데.... 눈발이 약해진다.
그냥 우산쓰고 내려가보려 한다.
9월말에 우산쓰고 눈오는데 트래킹하는 사람은 아무리 주변을 봐도 나밖에 없었다.
분명 주변 경치가 좋다고 했는데...눈발에 별로 뵈는게 없다.
이건 예전 암벽등반하던 사람들을 위해 지어 놓은 쉘터란다. 지금은 사용 안하고 저렇게 마네킹이 들어가 있다.
Kleine scheidegg에 도착하니 또 기차가 떠나고..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제 눈이 그치고 하늘을 보니 흐리긴 해도 더 이상 눈이나 비가올 구름은 아니다. 그냥 계획대로 트래킹 하기로 한다.
Kleine scheidegg부터 내려오는 코스도 경치가 예술이다. 비록 아이거 북벽이 완벽하게 다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구름에 뒤덥힌 아이거도 꽤 괜찮은 모습이다. (나중에 보니 구름낀 아이거가 더 멋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계속 이런 모습을 연출한다.
특히 오늘같이 구름낀 날은 구름과 어울어져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산의 모습이 더 다채롭게 보인다.
이 산은...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그린델발트 기준으로 아이거 반대편에 있는 산이다.
그냥 계속 이런 풍경의 연속이다.
여기 트래킹 코스는 대부분 임도(차가 다닐 수 있는 비포장도로)이다. 계단도 거의 없고.. 특별히 무릎이 좋지않은게 아니라면 트래킹폴이나 무릎보호대는 필요 없을 듯 하다.
나중에 산악열차나, 케이블카 타고도 경치를 감상해 봤는데 그렇게 감상하는 경치랑은 많이 다르다.
그건 그냥 지나가는거고 트래킹 하면서 봐야 제대로 풍경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마지막엔 시간도 늦고 해서 1정거장 정도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 와서 귀가를 했다. 대략 5시간 정도 산행이었는데 길이 좋아서 할만 하다.
2일차
오늘부터는 날씨가 맑음이다.
바로 융프라우요흐에 갈까도 고민해 봤지만, 그린델발트 기준 기온이 5~17도 정도이고 내일은 좀 더 올라간다.
좀 더 따뜻할 때 가기로 하고 오늘은 VIP패스 1~3일차 끊은 사람들은 잘 안가는 4~5위 코스들을 가 보기로 한다.
대략 동선은 다음과 같다.
1.123버스: 캠핑장 -> Mannlichen bahn
2.케이블카:Mannlichen bahn ->Mannlichen
3.도보:Mannlichen -> Kleine scheidegg
4.산악열차: Kleine scheidegg -> Wengen
5.케이블카:Wengen -> Mannlichen
6.케이블카: Mannlichen -> Mannlichen bahn
7.123버스:Mannlichen bahn -> 캠핑장
융프라우 지역 명소가 다 Grindelwald bahnhof에서 출발하는거 같지만 아니다. first는 first bahn, mannlichen은 mennlichen bahn에 가야 한다. 이게 first bahn은 그나마 5분거리인데 Mannlichen bahn은 한 20분 거리 정도 된다. 123번 버스는 모든 데를 다 들르니 목적지를 잘 보고 내려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Mannlichen bahn으로 가는 길에 공사를 하고 있어서 주차장 구석쪽 입구를 잘 찾아 들어가야 한다. 난 구글맵만 보고 가다가 한 20분 헤맸다. 공사장 한복판에서 인부들에게 혼나면서...ㅜㅜ
Mannlichen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하는데 거기서 출구로 나가지 말고 바로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로 갈아타면 된다. (그냥 타고 있어도 올라가는거 같긴 한데... 한참 서있다. 사람 없으면 바로 내려서 올라가기 직전걸로 갈아타자.)
Mannlichen 케이블카 정류장에 도착하면 아이들 놀이터 같은게 있고 전망대가 있다.
나와서 오른쪽으로 한 100m정도 가면 wengen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역이 있고 거기서 mannlichen 정상까지는 약 20분 정도의 트래킹 코스이다. 역시 임도길이라서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Mannlichen정상도 역시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여기부터 어제 갔던 kleine scheidegg까지는 약 2시간 정도의 트래킹 코스인데, 어제갔던 코스가 아이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횡단했다면 오늘 코스는 아이거를 계속 바라보고 멀리서 가까이 가는 코스이다. 상승고도는 딱히 없고 그냥 능선타고 약간만 오르락 내리락 한다.
풍경도 좋고 코스도 좋지만, 사진상으로는 어제 사진과 많이 달라보이지 않아서, 이거 한장으로 대체.
여기 지명에는 -egg가 붙는 지명이 많아서( 홀드리오 캠피장도 Itramen egg) 독일어 사전 찾아봐도 안 나오고 해서, 마을버스에서 현지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hill로 올라가서 약간 평평한 지역을 egg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원처럼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고 아주 작은 동네 정도가 있는 고원 마을을 그렇게 부르는것 같다.
Kleine scheidegg에 도착, 산악열차를 타고 Wengen으로 갔다. Wengen은 반대편 라우터부르넨에서 보면 산 중턱에 절벽에 위치한 마을로, 신기하기도 하고 멋있기도 한데, 정작 Wengen에 있으면 별로 볼게 없었다. 여기서 Mannlichen으로 가는 케이블카는 매 시간 10분, 30분, 50분에 있다. 상승 각도가 매우 아찔한 케이블카 중 하나다. 여기도 2층이 뚫려있어 밖에서 볼 수도 있는데 그건 VIP패스를 가지고 있어도 5프랑 더 받는다.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길에 옆 트래킹 코스가 보이는데, 저렇게 지그재그 길마다 다 펜스가 쳐 져있다. 아마도 떨어지지 말라고 쳐 놓은 이유도 있고, 위에서 돌 같은게 굴러올 것에 대한 대비도 있는거 같다. 그만큼 경사가 가파르다.
Mannlichen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은 정말 맛있는데...
이제 매일 먹다보니...ㅜㅜ
그래도 맛있다. 밥도 한그릇 말아서 뚝딱 해치우고, 올때랑 반대코스로 내려와 2일차 일정을 마무리 한다.
Shop정보
딱히 설명이 어렵지 않아 맵은 생략한다.
1.Coop supermarket Grindelwald
Grindelwald Bahnhof에서 윗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버스정류장 지나서 크게 보인다.
대부분 물품은 여기서 구입해야 하니 오다가다 수시로 들려야 한다.
신라면, 안성탕면, 김치라면 봉지라면 1.9프랑, 새우탕컵, 너구리컵 둘 다 작은거 1.95프랑, 신라면컵 큰거 2.95프랑이다. 한국 식품 중 두부가 있다.(작은거 4프랑 정도?) 그밖에 참치캔 작은거 (1.2프랑) 유용하다.
내가 제일 많이 산건 냉동피자 작은거 4.5프랑짜리.. 그거 사서 홀드리오에 있는 무료 그릴에 예열 후 10분만 뎁히면, 화덕에서 바로 나온 피자처럼 맛있다. 그거랑 맥주 먹고 싶어서 매일 일찍 온다능....^^
가스는 안판다.
2.Landi
123번 버스 타고 오다보면 시내를 지나, Grund역을 지나 언덕으로 막 올라갈때 쯤 Landi정류장이 있다. 여기도 나름 큰 슈퍼마켓이다.
대체적인 식료품 값은 Coop보다 10~20%비싸다. 근데 여긴 coop처럼 식료품만 있는게 아니라, 아웃도어 용품, 철물점... 등 다양한 품목들이 있다.
그리고 여긴,
가스를 판다. 사진 맨 왼쪽이 길쭉이 부탄 200g 4.5프랑, 맨 오른쪽이 나사식 부탄(생긴건 길쭉하지만 나사식임)300g짜리 6.5프랑, 가운데 3종류는 생긴건 비슷하지만 나사선이 없다.
그리고 쌀,
Coop에도 쌀을 팔지만 흑인 할아버지 그림있는 쌀, 다 5프랑 이상인데 여긴 그것도 있지만 2.5프랑짜리 쌀을 판다.
참고로 어떤 브랜드던 사진처럼 Risotto.. 라고 써있는 걸 사면 한국쌀과 그나마 비슷하다. 생긴것도 비슷하다. 다만 찰끼가 좀 떨어진다. 많이 불리면 떡이되니 한 10분 불려서 밥하면 그나마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Landi에서 건질 건 가스, 쌀, 그리고 비상시 아웃도어 용품
3.Montbell 매장
Coop에서 나와서 윗쪽으로 10m전방에 montbell매장이 있는데 주변 스포츠용품점 중에는 그나마 아웃도어 용품이 가장 많은것 같다. 가스 뿐만 아니라, 버너, 코펠 등도 판다. 우리가 많이 쓰는 230g짜리 8.5프랑, 450g짜리 16.5프랑, 그리고 100g짜리도 있는데 그건 가격표가 없어서 패스, 작고 귀여워서 비행기에 못 싣는걸 깜빡하고 살뻔했다.
4.Intersport
역시 Coop주변을 보면 intersport가 있는데 여기도 약간의 아웃도어 장비와 가스를 판다.
콜맨에서도 가스가 나오는걸 첨 알았다. 저게 우리가 쓰는거랑 비교해보면 높이는 좀 더 높고 지름은 작다. 200g짜리였던거 같은데 8.5프랑이다.
결과적으로 가스는 Landi에서 200g 4.5프랑에 파는 길쭉이가 가장 경제적이고 꼭 나사식을 사야겠다면 몽벨매장의 8.5프랑짜리를 사면 된다.
참고로 홀드리오 캠핑장 아저씨한테 가스는 안파냐고 물어봤더니, 사무실로 끌고 가서 가스 잔뜩 들어있는 상자를 열더니, 필요한걸로 가져가랜다. ^^ 물어보니 캠핑하던 사람들이 어차피 비행기에 못 가지고 타니 쓰고 남은거 놓고 간거란다. 공짜로 주고 있었다. 개중에는 새것도 있던데, 팔아도 될텐데 인심 좋은 아저씨다. 근데 대부분 유럽식 가스이고 우리가 쓸수 있는건 길쭉이 부탄 한개가 있었다. 이것만 믿고 가스 없이 오는건 그렇고 비상시에만 참고 바람.
첫댓글 상세한 설명 👍
고맙습니다~~
꼭 백팩킹으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아이거북벽은 등산학교때 올라던 강사님께 들었거든요~.
저에게도 기회될디 모르지만~ 보고 싶은 곳입니다~.
대단하신 zino님
나홀로 트레킹으로 피곤하시고 힘들고 바쁘시기도 할거 같은데요
그럼에도 요렇케 상세하게 후기글을 올려 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계획한 일정데로 트레킹 진행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지노님 므찌십니다^^
마초 분위기 ^^
후기글도 멋지고
혼자서 트레킹
더욱 멋짐.
그저 부러울 따름 입니당. ㅎㅎㅎ
10년전 7월말에 융푸라우요흐 올랐다가 아이둘이 고산증으로 힘들어해서 우연히
클라이넥샤이덱에서 내려 그린델발트쪽으로 한두시간 트레킹한적이 있어 늘 잊지못하고 있습니다.
트레킹은 10월 11월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저도 제가 딱 올 시기만 알아봐서... 9월말 10월초 까지만 잘 알고있습니다. 10월 말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정확한건 알아보셔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