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7-13, 08:392차 국힘당 당대표 경선에 나타난 인간성 문제어제 저녁(24-7-11) MBN에서 진행된 제2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봤다. 각자 나름대로 치열한 공방(攻防)이 있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규칙은 지켜야 한다. 특히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 대표의 자질(資質)을 검정하는 자리에선 더더욱 그래야 한다. 아니 그럴 의무가 있다. 도떼기시장에서나 봄 직한 오합지졸(烏合之卒)의 시정잡배(巿井雜輩)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에서 그런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인 독선적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지도자의 기본인 인성(人性)과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매우 불쾌했다. 그는 진행자의 지적과 요청이 있음에도 막무가내(莫無可奈)였다. 원희룡 후보의 질문에 대한 한동훈 후보의 태도가 그랬다. 그는 원희룡 후보가 주도하는 시간에 원 후보가 자신에 대한 의문과 의혹에 관해 설명할 때마다 계속 중간에 끼어들어 원 후보의 발언을 끊었다. 원 후보가 자신의 주도 시간이므로 말을 끊지 말라고 여러 번 부탁해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그런 못된 버릇을 최소한 국민을 의식했다면 TV 앞에선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원 후보가 한 후보의 이모부가 사천(私薦)에 관계했다는 의문을 제기하자 그는 20년 동안 이모부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원 후보가 20년 동안이나???? 설마…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 후보는 그것이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으로 더 큰 목소리로 재차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비정(非情)한 인간성 밑바탕을 보는 듯했다.)
이런 자가 국가 최고의 권력을 쥐면 어떤 짓을 할지 눈에 선했다. 암튼, 그는 진행자가 자중(自重)할 것을 요청해도 소용없었다. 한마디로 어린애가 떼를 쓰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명색이 대검찰청의 고위 공직을 다 거친 그였다. 그는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 양승태 대법원장 등 수 많은 고위 공직자를 감옥에 넣었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직까지 수행했다. 그런 자가 정작 자신이 보여준 변칙적(變則的) 언행(言行)에 대해선 관대했다. 마치 치외법적(治外法權) 특권이라도 가진 듯 경거망동(輕擧妄動)했다.
물론 열띤 토론을 하다 보면 그럴 수는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후보도 바이든 후보와의 토론에서 그랬다. 그러나 진행자가 트럼프 후보에게 끼어들기를 말라는 주의를 주면 그는 이에 따랐다. 최악의 거짓말쟁이니, 난봉꾼이니, 재벌 독재자니, 돈만 밝히는 수전노니, 세계 동맹을 해체할 위험한 인물이라는 별의별 혹평을 다 듣는 공포의 세계 지도자 트럼프도 TV 앞에선 국민을 의식했다. 한동훈은 그러지 않았다. 일개 당 대표 후보에 불과했는데도.
나는 얼마 전에‘한국인은 너무 친절합니다’라는 글을 쓴 바 있다. 정부(관료)가 국민의 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행위를 지적한 것이다. 국민을 영원한 어린이(미숙아)로 만드는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과잉친절은 스스로 옳고 그름, 적과 아군, 선과 악을 구분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한다. 책임과 의무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 영원한 어린이로 만든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이번 토론회에서 진행자도 후보들도 바로 그 유치(幼稚)한 행동을 보였다. 마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듯, 모두가 바보 집단 같았다.
사회자가 말했다. “지금 열기가 매우 뜨거워졌는데, 앞에 물잔이 있으니 한 모금씩 좀 마시면서 조금 한숨을 돌리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동훈 후보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물컵을 들어 올려 마셨다(마치 개가 조련사의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다 조련사가 “마셔” 하면 득달같이 행동에 옮기듯). 그 다음 원희룡 후보가 그랬고 또 잠시 후 윤상현 후보도 그랬다. 그러나 원 후보와 윤 후보의 행동은 너무 어색했다. 본인은 물 마실 생각이 전혀 없는데 사회자가 마시라고 하니까, 옆 사람이 마시니까, 마지못해 마시는 억지 춘향 꼴을 보였기 때문이다. 단연 돋보인 후보는 나경원이었다. 그는 물을 마시고 안 마시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왜 사회자가 마시라 말라 하느냐는 진짜 성인(成人)의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추론도 가능하다. 나 후보는 자신이 목이 말랐으면 스스로 앞에 놓인 물을 마셨을 것이고, 나머지 세 후보는 사회자가 물을 마시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정작 목이 말라도 주변의 눈치를 보며 참았을 것이다(전형적 노예근성). 특히 한 후보가 그랬을 것이다. 그의 행동이 그랬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물컵을 들어 마셨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필경 이럴 것이다. 자신이 먹고 싶지 않아도 남이 먹으라면 먹을 것이며, 자신이 가족과 국가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데도 남이 흉볼까 봐, 남이 싫어할까 봐 눈치를 볼 것이다. 이런 자가 국가와 국민을 책임지는 국군 통수권자가 되면 달라질까? 어느날 갑자기 북-중-러-일 주변국이 침공할 때 즉각 반격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 안절부절, 우왕좌왕하다 먹히고 말지 않을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