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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
[목차 1] 변절
[목차 2] 죽림 속의 위기
[목차 3] 연적
[목차 4] 비밀의 금광
[목차 5] 보응
[목차 6] 끝원는 은원
[목차 7] 고루살수
[목차 8] 한자리에 모인 군웅
[목차 9] 승패 없는 싸움
[목차10] 팔괘구궁 무림총
[목차11] 죽음과 삶의 길
[목차12] 무림의 위기
[목차13] 음부의 죄상
[목차14] 벗겨지는 음모
[목차15] 이변
[목차16] 죽어가는 무림십걸
[목차17] 잔인한 남편
[목차18] 남편을 죽여야 하나
[목차19] 최후의 심판
변절
대군의 눈빛은 매우 예리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대군은 검은 얼굴의 화상
목에 조그만 우전(羽箭)이 하나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우전은 조그만 소리도 내지 않고 날아왔다.
그리고 검은 화상의 뒤통수를 정확히 적중시켰는데, 이것으로 보아도 우
전을 발출한 사람의 공력이 얼마나 고강한지 대략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다.
"보통 솜씨는 넘는데......."
중얼거리며 대군은 천천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데 언제 왔을까......"
앞에는 일곱 명의 화상이 나란히 서서 각자 왼손에 염주를 하나씩 걸어
쥐고 있었다.
바로 지난날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인화탄 봉미침이었다.
일곱 화상 중에는 검은 수염이 가슴까지 치렁치렁 내려오고 얼굴에 자홍
빛을 띤 화상이 한 명 섞여 있었다.
아마도 그가 바로 만인분의 무력의 수령인 자금강 화상인 것이다.
대군은 전신이 바싹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대군은 넌지시 냉소를 던지면서 물었다.
"귀하가 바로 자금강 화상이오?"
그러자 자홍빛 얼굴의 화상을 간사스럽게 웃었다.
음성 또한 어울리지 않게 간사스러웠다.
"그렇다. 내가 바로 그분이시다."
대군은 적지 아니 실망을 느꼈다.
원래 자금강 화상은 바로 절진신의 음천초의 화명(化名)이라 생각하고 있
었다.
대군은 얼굴에 실망의 빛을 띄우고 차갑게 말했다.
"잘 왔소. 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물을 말이 있소."
자금강 화상은 빙그레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혹시 절진신의가 지금 어디 있는지 물으려는 것 아니오?"
대군은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어떻게 내 생각을 알고 있을까?'
대군은 의아스러운 눈길로 자금강 화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함을 가장했다.
"잘 알고 있군요."
자금강 화상이 대꾸했다.
"방금 다른 세 사람도 내게 똑같은 질문을 했소."
"그럼 당신은 그들에게 그것을 알려 주었소."
자금강 화상은 득의만만한 웃음을 던졌다.
"나는 그들과 함께 전진신의를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그들은 움직일 수가
없었소. 그래서 그들을 데리고 갈 수가 없었던 거요."
대군은 거듭 깜짝 놀랐다.
불현듯 머리에 짚이는 것이 있었다.
자금강 화상은 다시금 득의에 찬 웃음을 띄우더니 말했다.
"마검신군, 득비절도, 팔검비상은 모두 부상을 당했소."
대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제야 자금강 화상의 무공을 재평가하게 되었다.
조전신 등 세 사람의 무공은 일류 중의 일류인데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니 놀란 만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그리고 그 나는 놈이 지금 대군의 눈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 세 사람은 인화탄에 상처를 입었소?"
자금강 화상은 음흉스럽게 웃었다.
"그렇소, 바로 이 염주 인화탄이오."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는 염주를 흔들어 보였다.
대군은 방긋이 웃었다.
"조전신 등 세 사람은 경적(輕敵)의 손에 부상을 당했군요. 당신의 진실한
실력으로는 그들을 해치지 못할 것이오. 인화탄은 비록 무서운 것이긴 하
지만 인화탄을 지니고 있는 저 세 화상들 또한 죽음을 면치 못했소."
자금강 화상은 안색이 다소 변했다.
"세 분 금강 화상들은 당신이 죽였소?"
"잔결서생이 죽였소."
"당신의 소행이 아니라면 나는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니 빨
리 만인분에서 물러가시오."
대군은 다시금 방긋이 웃었다.
"절진신의를 만나지 않고는 절대로 이곳을 떠나지 않겠소."
"만인분을 물러가지 않으면 죽음의 길밖엔 없소."
이때, 다른 여섯 화상들은 이미 손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군은 그것을 눈치채자 급하게 손을 가로 저으면서 외쳤다.
"잠깐!"
자금강 화상이 뚫어지도록 대군을 쏘아보았다.
"당신은 만인분에서 물러가겠다고 승낙하는 거요?"
대군은 차갑게 외쳤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소. 다만 절진신의를 만나 그분에게
잔결서생의 목숨을 구출해 달라고 부탁하기만 하면 되오."
자금강 화상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나 역시 당신한테 만인분에서 물러가라고만 요청하고 다른 요청은 하지
않겠소."
"당신들은 내가 당신들이 첫째로 염주를 던져 낼 찰나에 당신들을 모두
죽여버릴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소?"
그러자 자금강 화상은 돌연 고함을 질렀다.
"설화비무(雪花飛舞)!"
대군은 강호 경험이 풍부했다.
자금강 화상의 고함은 공격 명령이었다.
화상들은 무두 공격 태세를 취했다.
대군은 급히 왼손으로 일 장을 뻗어냈다.
한 줄기 소녀 잔양신공을 포함한 경기가 전공 석화처럼 맨 왼쪽의 자금강
화상에게로 돌진해 갔다.
눈 깜짝할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금강화상은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나뭇잎처럼 삼 장 밖으로 나가
떨어지더니 일어날 줄을 몰랐다.
대군의 절제무비한 소녀 잔양장은 비록 금강화상을 경탄하게는 하였으나
그녀는 재차 출수할 기회가 없었다.
"쾅!"
"쾅!"
"쾅!"
세 차례의 뇌성벽력 같은 폭음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금강화상들은 굴복을 하지 않았다.
여섯 명의 금강화상들은 이미 특이한 암기수법으로 연달아 염주 인화탄을
하나씩 던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천지는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대군은 불바다속에서 나비처럼 이리저리 날아 다녔으나 쉽사리 그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대군은 마음속으로 소스라쳐 놀라, 불현듯 몽천악이 염려스러웠다.
그녀는 자신은 부상을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죽음을 당하더라도 이미 그
에 대한 각오가 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화탄을 맞고 실신해 있는 몽천악이 다시 인화탄에 상처를 입을
까 걱정이 되었다.
두 차례나 인화탄을 맞으면 필시 죽음을 벗어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펑!"
염주 두 알이 허공에서 맞부딪쳐 폭발했다.
그것은 대군의 등 뒤 바로 두 자 가량에서 폭음을 일으켰다.
순간, 대군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땅 위를 뒹굴었다.
마치 아름다운 한 마리 불나비 같았다.
그렇게 땅 위를 뒹굴면서 그녀는 수십 개의 봉미독침의 습격을 피하고 있
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위를 휩싼 강렬한 화염을 이미 그녀의 옷자락까지 기어올라 넘
실거렸다.
염주 인화탄은 과연 천하를 독보하는 암기였다.
여섯 명의 금강화상들이 힘을 합하여 염주를 펼쳐내니 위력은 더없이 강
렬했다.
화염은 하늘을 덮고 불꽃이 여기저기서 터졌으며 눈부신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대군은 반격을 시도할 기회를 포착할 수가 없었다.
이때, 돌연 화염 바깥 쪽에서 자금강 화상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야앗!"
그와 함께 자금강 화상이 잽싸게 앞으로 달려오더니 오른손을 휘저어 번
갯불보다 빠른 속도로 대군을 향해 우전을 내던졌다.
"쉬익!" 우전은 대군의 가슴을 노리고 달렸다.
화염이 휩쓰는 인화탄의 공격아래 이렇게 빠른 우전을 피할 사람은 아무
도 없을 것이었다.
자금강 화상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네가 아무리 용하다해도 나의 우전을 피할 재간이 있겠느냐?'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대군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만은 아니었다.
대군은 소스라쳐 놀라면서 외쳤다.
"에잇!"
그리고는 오른손을 뒤집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우전을 받아 쥐기가 무섭
게 상대방 쪽으로 향해 던져 버렸다.
단말마의 처절한 비명 소리......
한 명의 금강화상이 정통으로 눈에 우전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
다.
이제까지 하잘 것 없는 여자로 상대하며 득의했던 자금강 화상은 대경실
색을 하고는 재빠르게 부르짖었다.
"재차 염주 인화탄을 발사하여 이 여자를 죽여 없애라!"
대군은 이미 염주 인화탄의 무서운 위력을 알았다.
그녀는 감히 장력 하나로 적에게 대항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이 화염속을 벗어나 달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피하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몽천악을 위해서......"
대군은 몸을 솟구쳐 몽천악의 앞에 내려섰다. 그리고는 잽싸게 그를 안아
일으켰다.
"쉭 쉭 !"
"쾅 쾅!"
염주 인화탄은 사방에서 계속 엄습해 왔다.
대군은 날카롭게 외치며 몽천악을 품에 안은 채 휙 공중으로 몸을 날렸
다.
그녀의 공력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강했다. 단번에 여섯 장 높
이의 대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자금강 화상은 그녀의 고강한 경공을 목격하고는 뒤로 나가 자빠질 정도
로 놀랐다. 잠시 염주 인화탄을 발사하는 것조차 잊은 듯 넋을 잃고 내군
의 아름다운 자태가 죽림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머지 여섯 화상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 하나 다시금 공격을 하려
고 선뜻 나서지는 않았다. 대군은 몽천악을 품에 안고 단숨에 거리가 일
리나 되는 죽림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비로소 대군은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만인분의 서북쪽 벌판이었다.
너무나 황량하여 휴식을 취할만한 적당한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
자 저 멀리 푸른 초원이 보였다.
대군은 몽천악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은 채 그 초원으로 달려 갔다.
날은 이미 황혼 무렵이었다.
쓸쓸한 사양이 대군의 흰 얼굴에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서쪽으로부터 불어온 산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스치며 지
나고, 향긋한 풀내음이 짙게 풍겨났다.
대군은 한동안 현실을 잊은 듯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뜩 지금 자신의 처지를 의식하자 무언지 모르게 처량함을 느
꼈다.
불에 타버린 옷자락은 남루하기 그지없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바로 이때 서풍을 타고 멀리서 한 줄기 가냘픈 여인의 음성이 애원하듯
들려왔다.
"악오빠...... 당신은 어디 있어요, 악오빠......!"
그 외침 소리에 대군은 일시에 정신을 차렸다.
"악오빠...... 어디 계셔요, 악오빠......!"
또다시 여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대군은 고개를 쳐들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푸른 초원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대군은 점점 의아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아무리 주위를 살펴보아도 눈에 띄는 것이라곤 초원과 황량한 벌판뿐인데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을 여자의 음성이며 애타게 누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대군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여자의 목소리였는데......"
여자는 악오빠를 찾고 있었는데 악오빠란 누구일까?
대군은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선 채 그 외침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를 기
다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군은 돌연 가볍게 탄복을 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보구나."
"아! 나는 왜 이 황량한 길을 걷고 있을까? 몽사형의 목숨은 일 초를 다
투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니...... 절진신의는 분
명히 만인분 안에 있을 것이다.'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찾아가 몽사형을 구해야 한다고 결심했
다.
그러나 절진신의를 찾는다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군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만 해도 자금강 화상의 염주 인화탄 공격을 받아 그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음을 깨닫고는 도망을 했던 것이 아닌가.
절진신의를 찾으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인가.
그녀는 실망과 비통에 젖은 채 넋을 잃고 황야를 헤매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세상의 온갖 비애를 한 몸에 지닌 듯 슬프고 외로웠다.
드디어 대군은 다시 만인분 안으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해서든 절진신의를 찾지 않고는 안된다.
몽천악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대군은 다시 그를 품 속에 안자 질풍처럼 만인분 쪽으로 달려갔다.
잠깐 동안에 대군은 만인분 서북방의 죽림 쪽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자금
강 화상패와 한차례의 혈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혼자의 몸도 아니고 더욱이 신음 소리를 내는 몽천악을 안고 있으니 위험
하리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죽음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죽음 바로 직전에 있는 몽천악
의 목숨만은 구출해야 한다.
대군은 한 그루의 거대한 노송 아래 몽천악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말
했다.
"몽사형은 잠시 여기 누워 계세요. 나는 잠시 정세를 살피고 돌아오겠어
요."
몽천악은 거의 실신하다시피 축 늘어진 채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대군은 가벼운 탄복을 토하고 재빨리 경공술을 전개하여 죽림 안으로 들
어갔다.
만인분은 음산하고 쥐죽은 듯 조용하여 더욱 두려웠다.
대군은 연달아 일곱 개의 무덤을 뛰어 넘어갔다.
여전히 사람의 그림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군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녹음이 우거진 대나무 숲은 차츰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절진신의의 모
습은 아무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군은 실신한 몽천악을 생각하자 마음이 참을 수 없이 조급해져서 고함
을 질렀다.
"자금강 화상! 어디 있느냐? 본 낭자가 너와 대전을 벌이러 찾아왔다."
대군은 미친 듯이 연신 고함을 질렀다.
"절진신의 노선배님! 어디 계십니까! 나는 노선배님이 만인분안에 숨어
계신 줄을 알고 있으니 빨리 나오십시오."
그녀의 외침소리는 대나무 숲 속을 쩌렁쩌렁 울리고 만인분을 퍼져 나갔
다.
그러나 만인분은 여전히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대군은 외치다가 숨이 막히자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실성을 한 여자 같았다.
그녀는 번개처럼 대나무숲 속을 누비며 맴돌았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장력을 발출하여 관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이때였다.
"쿵!"
"쾅!"
돌연 두 차례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일어났다.
암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분명했다.
대군도 직감적으로 그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쌍장을 펼쳐 공중으로 몸을
휙 날렸다.
대나무 숲속에 누군가 나타났음이 확실해졌다.
"쾅!"
"쾅!"
한차례의 폭음이 들리더니 대군의 발 아래에서 화염이 시뻘겋게 피어올랐
다.
대군은 화살처럼 몸을 날려 칠팔 장 밖의 대나무숲 속으로 덮쳐 가 장풍
을 날렸다.
"아악!"
한 명의 흑의의 화상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대나무숲 밖으로 나가 떨어
졌다.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은 대군은 또다시 몸을 날려 이장 밖의 대나무 숲속
으로 덮쳐갔다.
그녀가 땅 위에 내려서기가 무섭게 하나의 그림자가 잽싸게 허공으로 날
아올랐다. 완전히 겁에 질려 버렸던 모양이었다.
대군은 고함을 질렀다.
"어딜 가느냐?"
동시에 왼손을 뻗어내자 그 그림자는 공중에서 떨어지더니 다시는 움직이
지도 못했다.
대군의 절쾌한 장력은 정말로 놀랄 만했다.
"쾅!"
또 한차례 암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군은 재빨리 몸을 피하여 속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금강화상 쪽은 이제 세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대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호처럼 또 대나무숲 속으로 덮쳐갔다.
그와 함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다시 한번 일어나더니 관 뒤에 숨어
있던 금강화상이 개구리처럼 쭉 뻗어버렸다.
이젠 두 사람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더러운 화냥년아, 나는 네년을 죽이고야 말겠다."
이때 고함소리와 동시에 분노에 찬 자금강 화상이 다른 한명의 금강화상
과 함께 덮쳐갔다.
한 자루의 우전이 예리한 장풍과 함께 등 뒤에서 엄습해왔다.
대군은 높은 소리로 날카롭게 외쳤다.
"너희들은 몸을 숨기지 말고 벌써 나왔어야 했다."
대군은 몸을 뒤로 솟구쳐 두 화상 뒤로 살짝 내려섰다.
바로 이때.
옆에서 별안간 급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낭자, 손을 멈추시오."
하지만 대군의 왼손은 이미 전공 석화처럼 움직인 뒤였다.
두 명 중 한 명의 화상은 신음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심맥(心脈)
이 잘려 죽어버렸다.
이때 세 개의 그림자가 날아왔다.
그들 세 사람은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일으키며 자금강 화상 옆에 내려섰
다. 대군은 이 세 사람을 보자 마음속으로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앞으로 한걸음 성큼 나서더니 말했다.
"이 자금강 화상은 고문을 해야 하니 절대로 죽여선 안되오."
이 세 사람은 바로 마검신군 조전신과 독비절도 유기 그리고 팔검비상 진
삼청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자금강 화상은 이들 세 사람을 보자 날카롭게 외쳤다.
"너희들 세 사람은 이 더러운 년을 체포하여라!"
대군은 영문을 모를 일이었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채 세 사람의 동작을 뚫
어져라 지켜보았다.
조전신, 유기, 진삼청 세 사람은 과연 자금강 화상의 지시대로 삼각형으로
잽싸게 대군을 포위하는 것이 아닌가!
대군은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냉소를 던졌다.
"조방주, 당신들 세 사람은 변절했구려!"
마검신군 조전신이 대답했다.
"대군낭자, 우리는 이미 절진신의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동심 협력하여 흑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 만인분을 지키기로 했소. 지금부터 만인분엔 아무
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니 낭자께서도 한시 바삐 이곳을 떠나시오."
대군은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에선 살기가 번뜩였다.
"나는 절진신의 윤천초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로 만인분을 떠나진 않을 결
심이오."
독비절도 유기가 냉랭히 말을 가로챘다.
"낭자, 고집을 부리면 우리들은 할 수 없이 일전을 벌이는 도리밖에 없
소."
대군은 팔검비상 진삼청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노선배님, 당신도 변절하셨습니까?"
팔검비상도 냉랭히 대답했다.
"강호무림에는 풍파가 자자하니 대군낭자는 빨리 이 만인분을 물러가시
오. 그렇지 않는다면 죽음의 화를 면치 못할 것이오."
대군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입술을 꽉 깨물
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토록 믿어왔던 사람들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자기보다도 더 쉽게 그들의 마음이 흔들릴 줄은 꿈
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군은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억제하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
"잘되어 가는군요. 정 그러시다면 나는 더욱 만인분에서 한걸음도 움직이
지 못하겠어요. 차라리 이곳에 묻히고 싶소. 그러니 당신들 마음대로 하시
오."
주위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잠시 깊은 정막이 그들 사이에 자리잡았다.
이때, 자금강 화상이 내쏘듯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이미 아홉 명의 금강화상을 죽였다. 그런데 내가 그냥 고스란히
보내 줄 것 같으냐?"
조전신이 굳은 결의를 한 듯 자금강 화상에게 말했다.
"대사, 절진신의께선 그녀가 만인분을 순순히 물러가면 가만두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죽여버리라고 명령하셨소."
자금강 화상이 항의를 했다.
"나는 절진신의가 그런 명령을 내렸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갑자기 대군이 못 참겠다는 듯 폭발을 했다.
"도적놈 화상아, 내가 너를 먼저 죽여버리고 말 테다."
대군은 왼손을 들어 재빨리 자금강 화상을 향해 덮쳐갔다.
이때, 두 자루의 장검과 한 자루의 장도가 막 몸을 움직이는 대군의 앞을
번개처럼 막아섰다.
"당신들 세 사람은 정녕 나를 제지할 작정이오."
조전신이 나섰다.
"절진신의께서 말하기를 잔결서생 몽천악은 인화탄 봉미독침에 맞았지만
죽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낭자는 그래도 고집을 부릴 작정이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1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ㅈㄷ
봉미독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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